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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탈북청소년의 꿈을 지키는 사람들

 

 

영하 17도까지 내려갔던 지난 15일 저녁, 서울 강북구 미아역 근처에서

탈북 청소년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한 한꿈학교 봉사자 모임이 있었습니다.

 

 

 

* < 한꿈학교 >를 짧게 소개하자면?

한민족이 하나됨. 즉 통일을 꿈꾸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그들이 남한 사회에 바르게 적응하고

훗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인격과 지식을 함양하는 학교입니다.

 

 

하지만 이 모임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이 모임을 처음 기획한 트위터리안이 한꿈학교의 관계자분이 아닌 @rottochris 라는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분을 만나기 전, 한꿈학교 관계자이거나 북한이탈주민 관련 업무를 하는 분이라고 생각한 상생기자단은 마음도 착하고 얼굴도 훈훈하신 황해수씨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죠! (거기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센스만점의 엄친아) 그럼 따뜻한 도시 남자 황해수씨와의 인터뷰를 나눠볼까요?

 

 

 

 


모임을 만드신 황해수씨     

이번 모임의 시작은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영화의 이벤트에 당첨되었는데, 무려 1등인겁니다. 제 생애 최초의 1등이었죠. 그래서 받은 것이 DVD 플레이어였는데 정작 받고 보니 저는 별로 쓸 일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걸 팔아야겠다 생각해서 옥X과 같은 인터넷 시장에 올려봤는데 아주 낮은 가격으로 밖에 팔리질 않더군요. 그래서 트위터로 친구들에게 "나는 필요 없으니 쓸 사람 있으면 가져가시라" 트윗을 날렸죠. 그때 대답오신 분이 이광용(한꿈학교 사감)선생님이었습니다.

   웹상에서 만날 약속을 잡고나서 실제로 만나뵙게 된 건 정두환 선생님이었습니다.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탈북한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기숙사에서 살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많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DVD 뿐만 아니라 내가 도울 수 있는게 있다면 더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하려니 왠지 중간에 지쳐서 하다 포기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트윗에서 참여 하실 분들을 모았습니다. 기획이란 말까지 붙이기는 거창하죠. 전 한꿈학교를 위한 봉사활동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다른 분들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 뿐입니다. 언제든지 봉사하고 싶으신 분들은 저에게 연락주세요 ^.~

 

생애 처음 받은 경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조건없이 나누어 준 황해수씨의 따뜻한 마음은

한꿈학교 선생님께 전달되어 한꿈학교 봉사자 모임으로 거듭나게 되었답니다. 멋지죠?

 

하지만 기상관측이래 최악의 한파 속, 모임이 열린 시간마저 토요일 밤 8시였기 때문에 황해수씨와 저희 상생기자단은 많은 분들이 오시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특정 단체를 만들어서 기획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황해수씨께서 날린 트윗 하나로 결성된 모임이었기 때문이었죠.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이 이런 날씨, 이런 황금 시간대에 한 곳에 모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 분, 한 분.. 모임 시간이 조금 지난 8시 반부터 9시까지 약속된 시간보다 약간 늦긴 했지만 추위를 뚫고 오신 분들은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날씨도 무색하게 만드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기획한 분도, 한꿈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감동했죠~(봉사는 아직 시작도 전인데 ^^;)

 

 

< 한꿈학교 봉사 참가자분들의 명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모임에 참가한 분들은 한꿈학교에 다니는 탈북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 재능기부자, 나눔기부자'가 되어 '트위터'를 통해 모인 분들입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사랑과 관심만으로도 참가할 수 있고 탈북청소년들의 친구, 누나, 오빠가 되어주시기 위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상생기자단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이 봉사 모임 역시 대학생들이 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곳에 모인 분들은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에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셨는데요. IT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시는 분을 포함해 중국에 선교를 갔다가 북한이탈주민을 만나고 온 뒤 그 분들이 기억에 남아 이 곳에 온 분, 바쁜 일정이지만 시간을 쪼개서 봉사하려는 분들까지... 다양한 사연을 갖고 봉사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대학생인 저희도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럼 한꿈학교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러 온 대학생 정지선씨의 인터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봉사자 정지선(분당, 대학생 24) 씨

    사실 제가 종교적 이유로 중국을 갔을 때 실제로 북한이탈주민 몇 분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해서 충격이었어요. 어떤 탈북자 분은 너무 추운날씨에 불을 쬐고 계셨는데 동상이라고 할만큼 손이 얼어 있는 상태에서 불을 쬐다 보니 손에 감각이 없어서 화상을 입을 때까지 불을 쬐고 있는 거예요. 그런 광경을 보고 한민족을 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손이 얼고, 녹는 것도 모를 정도로 많은 고생을 했을 그들의 모습이 우리나라에 돌아와서도 계속 아른거리더군요.

    그러던 차에 트윗을 받고 나서 "이거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분당에서 이 모임장소까지 오는 2시간 동안 얼마나 두근두근거리며 왔는지 몰라요. 도착해서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 놀랐구요. 저는 앞으로도 1주일에 한 번 정도 한꿈학교 학생들한테 국어나 예체능 등의 과목을 한꿈학교 선생님과 조율해서 나눌 생각이에요. 저의 재능을 나누려고 왔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얻어 갈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날은 봉사자 분들 이외에도 한꿈학교 담당 선생님과 탈북청소년 두 분도 함께했는데요.

 

< 탈북청소년 마성훈 학생, 한꿈학교 이광용 선생님, 박광룡 학생 >

 

 

한꿈학교 마성훈 학생과 박광룡 학생은 자신들을 위해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준 봉사자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라고 말했는데요. 남한으로 온 뒤 맺어지는 단편적인 관계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짧은 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믿음이 깨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와주려는 태도보다 동등한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저희가 먼저 다가가기가 어려우니 먼저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생기자단은 한꿈학교에서 담당 교사로 계시며, 두 명의 학생들과 함께 동행한 이광용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꿈학교 봉사자에서 전임 강사가 되신 이광용 선생님

   저는 원래 수능 사탐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이었어요. 누나는 수학 선생님이었구요. 한꿈학교에는 누나가 먼저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좋다'고 해서 저도 2006년부터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한꿈학교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다보니 재정적으로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정규 직원들도 100만원 안팍의 월급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분들이 꾸준히 할 수 없고 자꾸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인적 자원이에요. 그래서 이런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사실 저는 지금 당장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온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봉사자들의 지속성이거든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보면 잘해주고 배려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상처가 될 때가 있어요. 저는 여기에 모이신 분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때는 제가 정말 감사할 수 있겠죠. 

 

 

 

취재를 통해 한 분,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든 생각은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구나~"였습니다.

이런 따뜻한 도움들이 모여 탈북 청소년들의 꿈이 자라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훈훈해지더군요.

이 모임이 단순히 일회성 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행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도 절실히 갖게 되었습니다.

 

한꿈학교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1:1 개인지도 선생님, 식사 관련 업부,

냉난방 공사 후 남아있는 청소 및 환경 관리까지... 어느 곳 하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죠.

때문에 봉사를 하고싶은데 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분들에게는 이 기사가 좋은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멀고 먼 여정을 거쳐 우리나라에 새롭게 정착하려는 탈북청소년들의 꿈을 멋지게 펼쳐보일 수 있도록,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는 건 어떨까요? 탈북청소년들의 한 꿈을 위해 함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