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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DMZ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정수은 감독의 '그 날'


 지난 9월 22일, 올해로 8회째를 맞는 DMZ 국제다큐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1조 ‘금요일에 만나조’도 다녀 왔는데요. 저와 유진영, 황주룡 기자가 만나 영화제 개막작 그날을 함께 감상하고 영화 내용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 그날은 지난 해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정수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정수은 감독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북으로 돌아가지 못한 외할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그 날 외할아버지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어머니를 비롯한 외할아버지의 지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외할아버지의 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정수은 감독은 개막식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때 인민군으로 참전했다 전쟁포로가 되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외할아버지의 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북한과 가까운 이곳에서 첫 상영을 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 그날의 한 장면 (출처 DMZ 국제다큐영화제)


(출처 DMZ 국제다큐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Q. 인터뷰 장면에서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강이나 바닷가 등 자연물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인터뷰를 하면서 일단 제가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 클로즈업을 하면 그 인물의 감정선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강이나 출렁이는 바다 모습은 외할아버지와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했습니다.


Q. 영화 내내 어머니가 영화를 촬영하는 것에 대해 많이 반대하셨는데, 상영 후 반응은 어떠신가요?

A. 저도 사실 걱정되는데요. 많이 우셨던 것 같습니다.


Q. 외할아버지와의 유대 관계는 어땠나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족이라기 보다는 연출자의 역할로 등장하시는데 이 부분은 어떠셨나요?

A. 외할아버지는 제가 고1 때 돌아가셨는데요. 제가 첫 손녀이다 보니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고, 영화 마지막 장면의 비디오 테잎에서 외할아버지가 저를 바라보시던 모습처럼 언제나 저를 그렇게 바라봐 주셨어요. 그리고 지적해 주신 연출자와 가족 사이의 완급 조절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머니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통스러워 하셨어요.


Q. (정수은 감독의 어머니께) 영화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A. 처음에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많이 싫고 미웠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했고요. 이 영화는 가족 영화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영화 속에는 이산가족 문제, 남북 분단 상황 등 한국 사회의 많은 일면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사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이 영화는 당시 시대를 경험한 어르신들이 많이 보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젊은 분들이 많이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수은이를 많이 사랑해주셨는데, 그 사랑 덕분에 오늘 이 영화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전체적으로 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진: 다큐멘터리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기존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다소 형식이 다르기도 하고 주제도 독특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영: 다큐멘터리 영화는 처음 봐서 그런지 조금 생소하기는 했어요. 기존 상업 영화들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물들의 생각을 다각도로 서술한 부분도 괜찮았고요.

주룡: 전쟁 포로였던 외할아버지의 개인적인 일생에 포커스를 맞추어, 분단된 상황을 개인의 입장에서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해요. 단,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주제가 모호하여 이를 캐치하기가 힘들었어요.

진: 동의해요. 저도 전반적으로 영화가 어떤 것을 말하려고 하는지 잡아내기가 힘들었고, 한편으로 외할아버지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외할아버지라는 인물을 유추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Q. 영화 내용은 어땠나요?

진: 저는 사실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요.

주룡: 맞아요. 일단 영화 자체의 서술 시점에서 의아한 부분이 다소 있었고, 스토리 자체를 놓고 봐도 외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하기 쉽지 않았네요. 관객들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을 뿐더러, 극중 주인공은 사실 감독 자신인데, 너무 지나치게 관찰자 역할에 치중하지 않았었나요? 할아버지는 사실 자신의 가족인데, 어떻게 마치 남처럼 거리감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저라면 그러지 못했을 거에요. 또 극중 인물들을 서술해 나갈 때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상당 부분을 의지했는데, 너무 피상적이었죠? 달리 말하면, 외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심경이나 외할아버지에 대한 평가 같은 게 작품에 녹아들어 있지 않았어요.

진: 그 부분도 동의하긴 하지만, 저는 오히려 좀 기술적인 측면에서 거부감이 좀 있어서 전반적으로 영화에 몰입하는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반복해서 지나치게 클로즈업을 한다든가, 중간중간 바닷물과 같은 자연 영상을 집어 넣어서 플롯을 끊는다든가, 다소 흔들리는 화면을 여과없이 내보내거나 하는 부분 등이요. 사실 저희가 익숙하게 봐 왔던 상업 영화와는 많이 달랐어요.

진영: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도 이 감독이 어떤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영화 내용은 대체로 주변 인물의 증언이 한없이 이어지고, 또 어떤 계획된 플롯 같은 것도 없다 보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하고 많이 늘어지는 감이 있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가 가지는 의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진: 저는 전쟁 포로나 포로 수용소에서의 미군의 역할 등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증언으로 상당 부분 복원해서 영화화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주룡: 저도 그 부분에 동감해요. 이야기를 하나 더 보태자면, 우리는 보통 이산가족 문제를 그저 '꼭 해결해야 할 당위적인 문제'로 바라 보잖아요.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서 가족 당사자들의 입장은 어떠한지 아무래도 알기는 어려웠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그런 입장을 잘 비춰준 것 같아요.

진영: 맞아요. 특히 이 영화에서 엄마의 역할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 것 같아요. 

진: 저도 북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산가족이 있다면 어머니가 만나고 싶어 하실 거라고 생각할 텐데, 오히려 영화 속의 어머니는 그 부분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어요. 아버지(극중 외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나, 한 번 가족을 만난 다음에 견뎌내야 할 그리움은 당사자인 어머니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Q.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소감에 대해 한 마디씩 해주세요.

진영: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산가족의 통계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통계 자료에 관한 내용은 16년자 머니투데이 기사를 참고했는데요. 1985년 9월 21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으로 시작되고 나서 2005년까지 12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실시되어, 총 1만 1788명의 이산가족들이 상봉의 기회를 가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2015년 9월을 기준으로 지난 15년 동안 이산가족들이 하루 평균 12명꼴로 사망했다고 해요. 물론 영화 속 어머니는 이산가족 상봉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누구든지 알 수 있습니다. 사무치게 그립기 때문에 보고 싶고, 보고 나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이산가족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 빨리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진: 저는 통일부 기자단 워크숍 때 다같이 봤던 이산가족 다큐멘터리 '다녀오겠습니다.'가 생각났어요.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어봤을 때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반대로 내일 당장 10년 동안 가족과 헤어지게 된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손녀인 장수은 감독이 외할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산가족 문제가 다른 세대의 문제나 구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분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생각해요.

주룡: 저는 제가 읽었던 책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바로 "전쟁과 폭력이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고 피폐하게 했는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코 이해하기가 어렵다." 입니다. 사실 책 내용은 북한 사회가 6.25 전쟁에 대해서 강한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 피해 의식이 북한 사회를 작동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내용이에요. 영화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저 문장이 오늘 봤던 영화에서 느낀 점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부분이라 생각해서 인용해 봤어요. 인용한 글과 같이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결과 영화 속 외할아버지는 자살을 하셨고, 외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둘러싼 가족들의 비극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이런 비극적인 전쟁은 더는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상 1조의 2분기 팀 활동이었던 DMZ 국제다큐영화제 영화 감상 후의 기록이었습니다. 상업영화에만 익숙해 있는 저희들이 새로운 형식으로 이산가족 문제와 분단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서 더 의미있는 활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