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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북한이탈주민 트라우마 치유와 과제

 

북한에서 제가 소아과 의사였을 당시는 고난의 행군이었어요하루에도 수많은 아이가 굶어 죽어갔죠. 지만 저는 의사임에도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고 회진을 돌면서 내일은 어떤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나갈까 마음을 졸였어요. 그게 저에게 트라우마가 된 거 같아요

새터민 최초 한의사 김지은 원장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의사로서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괴로움 때문에 탈북했고 역경 끝에 남한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북한에 있을 당시에 살리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김 원장님의 최종 꿈은 통일 후에 북한에 소아병원을 짓는 것입니다. 꿈이 이뤄진다면 당시에 살려내지 못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으며 스스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지은 원장 /사진 출처: 한의학 e야기) 


새터민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고 직업을 찾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변화에 따른 정신 안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탈북한 모든 새터민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단 김 원장의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독일 통일 사례에서도 통일 초기에 동독 주민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새터민의 스트레스 원인 양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김지은 원장님의 사례와 같이 북한에 있었을 때 경험한, 예컨대 가족을 잃었다거나 굶어 죽은 사람을 봤다거나 하는 사건으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양상입니다. 둘째로 남한에 정착한 후 사기를 당하거나 생활고를 겪으면서 경험하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에서는 이러한 새터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상담센터를 운영해 새터민의 초기정착 돕는 남북하나재단

정부 차원에서 새터민의 초기 정착을 돕는 남북하나재단에서는 홈페이지에 종합 상담센터를 통해, 교육 취업 심리 등의 항목별로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기관인 하나원에서도 수료기간 내에 정신상담을 진행하며 수료 후에도 24시간 콜 센터(1577-6635) 이용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도 시행하고 있습니다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는 지속적이고 섬세한 심리치료를 위해 전국적으로 100여 명의 전문상담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터민 동료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는 새조위

남북하나재단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인 상담치료를 진행한다면 민간단체 새조위에서는 새터민 동료 상담가를 양성하는 독특한 상담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새조위의 북한 출신 상담가들은 새조위와 연결된 4개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한 새터민들을 상담합니다. 이를 토대로 동료상담가들은 일주일에 한 번 새조위의 상담 전문가들과 앞으로 어떻게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지 코칭을 배우는 슈퍼비전도 받습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모두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에 상담의 효과는 더 좋습니다. 아마추어라도 같은 북한출신의 상담가가 상담 할 때, 상담자와 내담자의 동질감으로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상담의 이해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새조위의 슈퍼비전의 슈퍼바이저 중 한 명인 김향 소장은 슈퍼비전을 진행하며 동료 상담시스템의 효과를 보았다며 더불어 상담이나 복지에 관심이 있는 새터민이 많고 그만큼 북한이탈주민들이 마음이 따뜻한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통일 후에 남한 주민과 북한주민을 이어주는 없어서는 안 될 다리가 될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새조위의 동료상담가 운영 사례는 상담의 효과가 분명한 모범사례로 보입니다. 한편 새조위는 이러한 북한이탈주민 상담사 양성은 8코칭은 5년째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 새조위 슈퍼비전 진행 모습 /사진출처: 새조위 홈페이지)


이 밖에도 여성가족부나 다른 민간단체들이 새터민의 정신안정을 위해 상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 후에는 체제 변화에 따른 상담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아직 우리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동료상담가들도 많이 늘었지만 아직은 북한 출신 상담학 박사가 없습니다. 따라서 새터민 출신 전문 상담 인력을 확충시켜서 상담가 인프라를 잘 형성 해놓아야 합니다. 또한, 이에 관련한 투자가 시행되어 통일 후 체제 통합에 따라 북한 사람들이 어떤 정신적 스트레스나 양상을 보일지 연구해서 하나 된 남과 북이 건강한 통일 국가가 될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노아는 절대자가 곧 홍수로 심판할 거라는 경고를 듣고 산꼭대기에 방주를 만듭니다. 사람들은 홍수는 커녕 비도 오지 않을 것같다며 노아의 행동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심판 후에는 방주를 만든 노아의 가족만 살아남게 됩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통일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럴때 일수록 트라우마 치유같은 작은 부분에서부터 철저한 통일준비가 시행되어야 언제올지 모르는 통일에 때에 노아같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