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개탈병", "냄새배급"이 무슨 말인지 아시나요? 기존에 우리가 쓰던 어휘는 아닌 것 같고, 요즘 유행하고 있다기에는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시죠? 이는 바로 북한에서 쓰이는 은어이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이 분단 된지 반세기를 훌쩍 넘었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문화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문자의 사용법과 언어생활에도 큰 간극이 생겨났습니다. 문자와 언어는 그 사회의 이념, 문화, 실생활 등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은 곧 그 사회 구성원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번기회에 <북한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이와 더불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통일에 대한 의식까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어 법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는「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였습니다. 광복 전까지는 이를 토대로 맞춤법을 사용했으나, 광복 후에는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어 서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남한에서는 해방 후에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그대로 사용해 왔습니다. 민간단체인 한글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은 1970년에 정부 주도로 개정을 하게 됩니다. 1988년 문교부는 이를 「한글 맞춤법」으로 명명, ‘문교부 고시 제 88-1’로 공포하였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남한의 경우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 이후 실질적으로 한 차례 맞춤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 이후 수차례 맞춤법을 개정하였습니다. 남북한의 맞춤법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54년 「조선어 철자법」에서부터입니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문학연구소는 1954년 「조선어 철자법」을 제정·공포하였습니다. 또한 1956년부터 모든 출판물에 가로쓰기를 하도록 하였고, 1958년에 「외래어 표기법」을 공표하였습니다. 국어사정위원회는 1966년 6월에 「조선말 규범집」을 새로 공포하였습니다. 세 번째 개정(1966)의 경우는 이전의 철자법에 대폭적인 손질을 가하여 전체적인 체제를 바꾸고, 내용면에서 세밀한 규정과 자세한 설명을 두었으며, 네 번째 개정(1987)의 경우는 다듬어서 내용보완을 하였습니다.
「한글 맞춤법」(1988) 「조선말 규범집」(1987) 제1장 총칙 제2장 자모 제3장 소리에 관한 것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5장 띄어쓰기 제6장 그 밖의 것 부록 문장 부호 총칙 제1장 조선의 자모의 차례와 그 이름 제2장 형태부의 적기 제3장 말줄기와 토의 적기 제4장 합친말의 적기 제5장 앞붙이와 말뿌리의 적기 제6장 말뿌리와 뒤붙이(또는 일부 토)의 적기 제7장 한자말의 적기
▶ 어법 ① : <두음법칙>
남한의「한글 맞춤법」에서는 두음 법칙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제10항]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라고 쓴다.
(예 : 여자, 요소, 유대, 익명)
[제11항]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 (예: 양심, 역사, 예의, 요리, 유행, 이발)
[제12항] 한자음 ‘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는다.(예: 낙원, 내일, 노인, 뇌우, 누각, 능묘)
이처럼 남한에서는 한자어의 경우에 두음법칙을 적용합니다.
북한에서는 「조선말 규범집」의 ‘맞춤법’에서 ‘한자말의 적기’라고 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었습니다.
[제26항] 한자말은 소리마디마다 한자의 현대소리에 따라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 : 국가, 혁명, 천리마, 여자, 뇨소, 락원, 로동, 례외)
▶ 어법 ② : <사이시옷>
남한의「한글 맞춤법」에서는 ‘사이시옷’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2.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3.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 (예 :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이시옷에 대한 별다른 조항이 없습니다.
어 휘
남한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북한말은 ‘문화어’입니다. 남한의 표준어는 ‘교양인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정의를 갖습니다. 이와는 달리 북한에서는 ‘표준어’를 ‘문화어’로, 표준 언어 집단을 ‘조선 인민’으로 했다가 ‘로동 계급’으로, 언어 중심 지역을 ‘평양’으로 바꾸고 있답니다.
잠깐! 여기서 <문화어>란 ?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의 당의 령도밑에 혁명의 수도를 중심지로하고 수도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 사회주의 민족어의 전형으로서 전체 인민이 규범으로 삼는 문화적인 언어이다. 우리의 문화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적인 언어사상과 당의 올바른 언어정책에 의하여 공화국 북반부에서 혁명의 수도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 인민의 혁명적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문화적으로 가꾸어진 조선민족어의 본보기이다. 『조선말대사전』(1992)
▶ 어휘 ① : <말다듬기>에 의한 차이
북한의 말다듬기 사업에서 남한의 어휘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말들 또한 많이 있으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다듬거나 북한만이 다듬은 경우로 인해 차이가 발생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다듬은 경우>
남 : 짜다, 엮다 북 : 짜다, 묶어짜다, 별러짜다
남 : 베레모 북 : 꼭지모자 벤또 남 : 도시락 북 : 밥곽, 곽밥 연륜 남 : 나이테 북 :해돌이, 해무늬 |
<북한에서만 다듬은 경우>
현재 → 지금시간 미래 → 오는시간 직접화법 → 바로옮김법 간접화법 → 풀이옮김법 |
▶ 어휘 ② : <은어>
은어란 특정한 어떤 집단안에서 서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하여 독특하게 사용되는 말입니다. 이러한 은어에서도 남북한의 어휘 차이가 나타나는데요, 다음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은어에 대한 예입니다.
<당간부와 특권층에 관한 은어>
개똥모자 : 레닌모를 쓰고 다니는 당간부를 비꼬는 말 콩사탕 : 공산당을 조롱하고 비웃는 말
|
<주민생활에 관한 은어>
냄새배급 : 간부들이 결혼식 때 피로연을 열지만 주민들은 그 냄새만 맡아야 한다는 것을 지칭 개탈병 : 얼굴이 누렇게 뜨고 신경쇠약에다 몸도 바싹 마른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 생활조절위원회 : 부유층을 상대로 절도행위를 하는 도둑 |
많은 사람들이 남북한의 말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통일의 시대와 함께 다가올 미래의 언어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현재 어떤 차이들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개선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남북한이 사용하는 언어에 비록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뿌리와 본질은 같은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참고자료 : 조오현 외 2인, 『남북한 언어의 이해』, 역락, 2002.
최호철, 「북한 「조선말규범집」의 2010년 개정과 그 의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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