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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북한이탈주민의 취업 A to Z ① 탈북보다 어려운 취업, '일하고 싶은데…'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요즘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면 취업 준비를 한다며 여유가 없다는 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고 싶었지만 어려운 취업 현실을 알기에 섣불리 재촉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만큼이나 북한이탈주민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자신의 일터를 찾고 진정한 의미의 정착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네요.

#임혜민▲ 북한이탈주민에게 탈북보다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출처:SBS뉴스)


#임혜민▲ 지난 해 북한이탈주민의 실업률은 일반 국민의 2배에 달했다.(출처:SBS뉴스) #임혜민(출처:조선닷컴에서 재인용)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는 취업이 탈북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난 해 북한이탈주민의 실업률은 일반 한국인의 2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제대로 취업을 준비하기 어려운 점과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어도 이들을 채용하지 않는 현실은 취업 문제에서 큰 걸림돌입니다. 취업을 하고난 뒤에도 정서와 문화의 차이, 의사소통에서의 차이 등으로 크고 작은 오해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왜곡된 시선 때문에 고통이 가중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취업난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자세히 짚어볼까요?


1. 취업에 필요한 능력이 부족한 북한이탈주민

한국 사회에서 취업의 핵심 요소로 영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는 또래 대학생들이 1순위로 두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것도 공인 영어성적입니다. 이처럼 영어가 중요한 취업 현실에서 탈북 대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2014년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북 대학생들의 75% 가량이 공인영어능력시험 점수가 아예 없고, 나머지도 토익 점수가 평균 600점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영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취업에 앞서 당장의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조차 막막한 일이라고 합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약 90%의 응답자가 소속 학과에 영어로만 진행되는 과목이 있다고 답했는데, 서강대에 재학 중인 탈북 대학생 A(24·여)씨는 “수업의 70∼80%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고 특히 외국인 교수와는 아예 말이 안 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대입 이전에는 탈북 학생들에 대한 학습지원이 그나마 조금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입 이후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다고 합니다. 냉정한 취업 현장에서 입사 특혜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만큼, 취업 이전에 학습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혜민▲ 지난 해 북한이탈주민의 일용직 비율은 일반 국민의 3배에 달했다.(출처:SBS뉴스)

또한 취업을 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은 고용의 질과 급여 수준이 낮다고 합니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이 시행한 ‘2014년 탈북자·탈북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용직’에 취업한 탈북자 비율은 53.2%로 낮지 않았지만, 직종으로 보면 사무직은 8.3%에 불과했고 상당수가 단순노무(32.6%)나 서비스업(23.1%)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임시직(15.9%)과 일용직(19.8%) 비율이 높았는데, 북한이탈주민의 일용직 비율은 일반 국민에 비해 3배 이상 높으며 월급은 평균 76만원이나 적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탈주민이 기존에 갖추고 있던 업무 능력은 북한과 다른 대한민국 환경에서 부족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괴리가 취업에 있어서도 큰 장벽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취업에 필요한 능력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위와 같은 문제는 정부와 민간 부문의 취업교육·알선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었지만?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에 정착한 40대 한 탈북여성은 북한에서 내과의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었으나 이곳에서는 공장 노동자로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북한 체제에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고 탈북을 결심했지만, 기대했던 바와 달리 이곳에서는 의사 일을 계속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의사 면허시험이 북한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공과 더불어 영어 등 부가적인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생계 문제 때문에 그러한 준비를 할 여력이 없어서 3년째 월 120만원을 받으며 공장 일을 해 왔습니다.


#임혜민▲ 지난 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닥터 이방인'(출처:SBS)

탈북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닥터 이방인'을 보며 북한에서 온 유능한 의사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위의 일화를 들으며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미래에 통일이 되었을 때를 미리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부터 이들 전문 인력에 대한 알맞은 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탈북 지원체계 내에 전문인력 재교육과 취업 알선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3. 취업 후에도 좁혀지지 않는 남과 북의 차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25.3%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말투·생활방식 등 문화적 소통방식이 달라서”(68.6%),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42.6%)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실제로 취업문을 뚫고 직장을 찾은 북한이탈주민이라도 일터에서 크고 작은 오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 공장에서는 고용 당시 탈북 근로자에게 '추가 근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모호하게 설명한 이후, 여름철 납품량을 맞추려고 일시적으로 주말 근무를 늘렸는데 탈북 근로자가 크게 반발한 사례가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돌려 말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추가 근무를 할 수 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을 경우 위의 사례처럼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직장 관계자나 정부 직원의 이야기보다 탈북 사회의 소문을 더 신뢰하는 경향 때문에 잘못된 정보로 직장을 관둔 사례도 있습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탈북자 정모(48)씨는 다른 탈북민이 월급을 10만원 더 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잘 다니던 직장을 7개월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옮긴 곳은 업종이나 근무조건 등이 전혀 다른 직장이었다고 합니다. 믿고 들을 만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외에도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의 갈등,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 등이 탈북 근로자들의 장기근속에 지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남북하나재단 남진애 상담사는 "사소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 때문에 일자리를 그만두는 탈북주민이 많다"며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킬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취업박람회 등으로 단순히 일자리를 알선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직장 내 오해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상담 등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4.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임혜민▲ 지난 해 개최된 북한이탈주민 취업박람회 현장(출처:연합뉴스)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탈북 디스카운트’라고 일컫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 취업을 준비할 때에도 이러한 ‘탈북 디스카운트’가 공공연하게 작용한다고 하네요. 2002년 부모와 함께 북에서 건너온 이모(24)씨는 “10대 초반에 한국에 와서 말투나 생각이 일반 한국 사람과 큰 차이가 없지만, 입사 면접 때는 북한 관련 질문만 나오곤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인천공항공사의 한 아웃소싱 업체 면접을 봤던 북한이탈주민 B(29)씨는 면접관에게 "공항에는 출입국관리소와 세관 등이 있어 북한 출신은 보안 쪽으로 문제가 된다. 이쪽으론 아예 마음을 접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 번 확인 끝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수년 동안 준비했지만 실정은 달랐던 것입니다. 대기업 제조분야 특채로 입사한 북한이탈주민 C(27)씨는 면접 때부터 회사 기밀사항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중요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승진조차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함께하는재단’의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신민옥 팀장은 “탈북민을 써본 업체에선 탈북자들의 강한 책임감, 높은 충성심, 빠른 눈치를 높이 산다”며 “기업들이 탈북민들에게 단기 인턴십 기회를 준다면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탈주민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에 필수적인 '취업'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진로교육, 인턴십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취업 프로그램과 그 방향성에 대해서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대학생 기자 임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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