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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학술회의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형 길 찾기: 독일모델과 양안모델을 넘어'

 지난 14일 서울대학교에서는 통일평화연구원의 주최로 '한반도 통일과 평화 정착 방안'을 이야기하는 학술회의가 열렸습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를 생각하며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형 길 찾기: 독일모델과 양안모델을 넘어'라는 주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단합된 지혜로 추진력 있는 통일 정책을"

  먼저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은 축사에서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며 세계사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서울대학교가 각 전공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모아 통일 문제를 고민하는 데에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축사에서 이홍구 서울 국제포럼 이사장은 통일부 장관 재직 기간 중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만들어지던 과정을 회고하며 우리 내부의 합의에 기반을 둔 단합력과 추진력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습니다. 또한 당시 불과 약 36%의 득표율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고 여소야대 정국이었음에도 통일부장관이 야당 대표에게 '편하게 전화를 걸어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의견을 듣고 합의를 원활하게 이루어낼 수 있는 분위기'였음을 지적하며, 오늘날 그렇지 못한 점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축사에 이은 첫 번째 마당에서는 '독일 모델: 서독의 교류포용, 동독의 민주혁명 그리고 평화통일'을 주제로 다섯 명의 전문가가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양안 모델: 중국 개혁개방, 대만의 민주화 그리고 평화공존'을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두 번째 마당이, '남북: 상생 공존과 평화 통일의 한반도형 모델은?' 을 주제로 세 번째 마당이 열렸고, 마지막으로는 '독일과 양안을 넘어,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를 주제로 자유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독일: 분단 관리가 통일로 이어진 아이러니"

  독일 통일의 과정을 다루는 첫 번째 마당에서, 김학성 충남대학교 교수는 국제 환경의 변화와 분단 관리 정책 및 외교 정책의 일관성과 적절성이 통일을 낳은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한편, 이어진 발제에서 이동기 강릉원주대 교수는 동독 내부에서 민주 혁명이 이루어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특히 동독에 사회주의 경제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가 존재했음에도 1989년 혁명의 과정에서 경제 문제를 개선해야 해야 한다거나 자본주의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지 않은 점과, 11월 초까지는 서독과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동독의 반체제운동에서는 공산주의 체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제 3의 길', 서독과의 내정 통합, 서독과의 완전한 통합 등 6가지의 새로운 길을 전제하고 있었으며, 한국도 앞으로의 구체적인 통일 과정에서 다양한 길이 제시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한스 자이델 재단의 셀리저(Seliger) 박사는 "한국은 이미 독일을 많이 연구했는데, 독일의 사례가 한국에 적용될 수 있을지 조심해야 한다."라고 주의하는 한편, "한국 스스로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북한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전쟁 경험이 있음을 이해하지만 북한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중국 양안관계: 경제협력과 접촉 증진과 통일 정체성이 별개로 전개된 사례"

  오찬 후 이어진 두 번째 마당에서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양안 관계의 전개는 경제 협력이나 접촉의 강화가 반드시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정체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협력이나 접촉의 강화와 경험의 축적은 이해의 폭을 넓히고 관계 안정에 기여한다."라며 유연하게 제도적 접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의 아써 딩(Arthur Ding) 연구원 또한 정치적 상호신뢰가 없이 경제적 사회적 교류가 전개된 양안 관계를 설명하였습니다. 대만 중국문화대학의 차오치엔민(Chien-min Chao) 교수는 정치적 관계의 전개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양안관계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남북 관계: 양적·질적 수준이 너무 낮다"…남한은 통합의 리더십이, 북한은 개혁의 리더십이 부족

  세 번째 마당에서 국방연구원의 김창수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은 한반도 통일이라는 공개적 수사와는 달리 사실상 2체제, 2국가의 공존을 수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주변국들은 현상유지를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동맹국인 미국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며, 독일형과 양안형 등 외국 사례보다는 '한반도형'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한편, 통일연구원의 박영호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개혁에 대해서, "시장의 확산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나, 기존 체제의 근본적 성격은 유지하는 헤쳐 나가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진단하였습니다.   

  남북 관계와 통일의 전망에 대해서는, "북한이 공식적 또는 표면적으로는 통일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도 통일이 먼 후대의 일이라면서 남북한 공존을 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앞선 김창수 연구원의 발제와 동일한 진단을 하였습니다.

  또한 "평화 통일의 가능성을 논하고 전망하기에는 남북 관계의 양적, 질적 수준이 너무 낮다"라고 지적하고, "남한은 통합의 리더십이 결여되었으며, 북한은 개혁의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비판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분단 70주년을 맞는 해에 독일은 통일 25주년을 기념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하였습니다.

 김천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특임연구원은 실무적 관점에서 볼 때 네 가지 방향에서 역대 정부가 추진한 통일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있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역대 정부는

(1)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의 원칙을 일관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왔고, 북한이 탈냉전 이후 '공존'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도 또한 공존을 거친 체제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2)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원칙 또한 일관적으로 추진해왔고,

(3) 북한의 변화를 추구해왔으며, 비록 그 방법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대화와 교류·협력을 해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고, 

(4)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정권 수립 초기에는 상대방의 체제를 부인하였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 남북공동선언, 10.4 선언 등의 합의를 이루어왔다는 것입니다.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은 이러한 네 가지 방향에서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각 정부마다 서로 다른 구호로 선전을 한 결과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일관성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다만 북한의 정책 변화와 핵 개발로 인하여 정부의 통일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작은 어떻게 할 것인가"보건·의료 분야의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 합의는 시급히 체결해야

자유 토론이 이루어진 마지막 마당에서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북한 출신의 총리나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선 포용력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박경서 한국인권재단 고문은 남북 간 접촉 증진 및 확대, 초당적 협력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함을 주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교수는 기존의 통일 방안과 변화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형곤 박사는 동·서독 경제관계와 양안 경제관계, 그리고 남북한 경제관계를 비교하며 평화 공존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신희영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싶으나 정치 관계의 악화로 인하여 끊긴 점이 너무 아쉽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미비한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 상태에서 남측의 바이러스성 질환자와 북측의 세균성 질환자가 통일 과정에서 접촉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치와 무관하게 보건·의료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남북 간 합의를 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어렸을 때 앓는 질환을 제 때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지능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의 보건 상태 개선 없이는 '통일 대박'도 어렵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함을 권하기도 하였습니다. 뒤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병원 설립 후 치료 중이었던 백혈병 환자가 중간에 의약품 교류가 끊어지는 바람에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이렇게 보건·의료 교류의 중단으로 인하여 서로의 신뢰도 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보건·의료 교류와 협력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은 맺음말에서, 우리가 정말 '평화', '공존', '통일', '교류', '협력'을 원하고 있는지 그 진정성과 실천 여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특히 통용되는 단어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그 단어의 본래 의미를 생각하며 기본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발언으로 이번 회의를 마쳤습니다. 

분단이 된지 벌써 70년이 되는 올해, 남과 북이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공존하고 통일로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과 생각이 깊어지는 학술회의였습니다.

 

링크 출처

통일부 통일교육원, 남북관계 지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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