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신정이 지나고, 벌써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이 다가왔습니다! 통일미래의 꿈 독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의 가족은 명절에 잘 모이시는 편인가요? 요즘에는 '해외여행이다, 취업준비다' 하면서 가족모임으로서의 명절의 의미도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타지생활 하는 이들에게는 명절연휴 덕에 고향을 다시 찾는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지지 않을까 합니다. 타지생활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야기 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명절이지만 가족을 만나러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명절을 쇨 수 없는 사람들이 2만 7천여 명이나, 우리 주변에, 지금 있습니다.
양력설/음력설이 뭔가요?
설 명절이 시작되기 전 주말, 북한이탈주민 친구 두 명을 만났습니다. 2002년도에 남한으로 넘어온 A양과 2013년도에 넘어온 B군이었습니다. 13여 년 전 한국으로 온 A양의 경우, 북한에 살 때 양력설인 1월 1일 신정만을 명절로 쇠었다고 해요. 반면 약 3년 전 한국에 들어온 B군은 신정은 신정대로, 음력설은 음력설대로 쇠었다고 했습니다.
음력설과 양력설이 웬말이냐고요? 새해 첫날은 송년회와 망년회로 지인들과 정신없이 약속잡기로 보내는 남한 문화와는 달리, 북한에서는 설 명절을 주로 1월 1일에 보냅니다. 그리고 남한에서 의미하는 '설'인 음력설은 1967년 북한의 모든 달력에서 사라졌는데요. 1960년대 당시 북한의 최고 권력자였던 김일성이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 전통과 문화와 같은 것들을 '낡은 봉건주의'로 몰아세웠기 때문입니다. '봉건주의를 타파하자.'는 구호 아래 우리민족 전통 명절은 없애버리고 김씨 일가의 생일이 북한 최대의 명절이 되었죠. 그러다 음력설은 22년 뒤인 1989년에 다시 휴무일로 지정이 됩니다. 북한에서 휴무일은 공휴일과는 다르게, 완전히 쉴 수 있는 날은 아니라고 해요. 그 날 할당받은 일은 다른 날에 모두 채워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20년이 더 흐른 후 다시 생겨 난 기념일이라 그런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그다지 큰 행사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A양의 가족도 양력설만을 쇠었던 것이 그 이유겠죠? 그렇다면 B군은 왜 음력설을 명절로 보냈었을까요? 바로 김정일이 2007년부터 자신의 아버지의 명령과는 반대로 음력설을 양력설보다 크게 쇠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공휴일처럼 3일을 쉬게 되었다고 해요. A양과 B군의 설 명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북한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에서 먹는 설날 음식
설날에는 세뱃돈도 받지만 나이도 한 살 씩 더 얻게 되지요. 어릴 때는 떡국 먹으면서 한 살 더 먹는 게 그렇게 좋았는데, 요즘은 그걸 차일피일 미루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아요. 지역별로 고명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국 어디서나 설날에는 떡국을 먹습니다. 분단 이전에는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서도 명절 음식은 비슷해 보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떡국보다는 '만둣국'을 먹는다고 해요. 떡보다는 만두에 상대적으로 곡식이 적게 들어가도 되니까 그런 풍습이 생겨났다는 말도 있는데요. 어찌됐건 북쪽에서는 떡국보다는 만둣국이 설날에 대세라는 사실! A양도 설날에 떡국을 먹은 기억은 없다고 했어요. 다만, 온가족이 모여 앉아 떡을 만들었었다고 해요. 우리는 떡집이나 마트에서 떡국떡을 사와서 요리를 하지만, 북한에서는 원재료를 가지고 손수 만드는 게 일상적인 것이라더군요. 그래서 술 담그는 법을 모르는 북한 여인은 없다는 말도 있나 봐요.
먹는 걸 글로만 볼 수는 없겠죠? 마침 채널A 에서 작년 이맘때쯤인 2014년 1월 25일에 방영한 '신대동여지도' 23회에 북한음식이 나와서 캡쳐해 보았습니다. ^^
북한 설날 음식! 꿩만두, 메밀 지짐, 어복쟁반 그 맛은?
특히나 '어복쟁반'은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내놓는다는데요. 그 모양이 임금님 수라에 오르던 궁중음식인 '신선로'와 모양이 흡사합니다. 본 방송에서는 평안도의 설날 밥상으로 소개되었지만, 평양의 명물로도 통한다고 해요. 어복쟁반 만드는 법! 놋 쟁반에 얇게 썬 소고기와 삶은 달걀, 채 썬 배, 파 등 갖은 채소를 돌려 담아 육수를 부어 끓입니다. 그리고 쟁반 가운데에는 작은 접시에 초장을 놓아 고기와 야채를 찍어 먹을 수 있게 합니다. 방송에서는 이 가운데 부분에 꿩 만두를 넣어서 같이 익혀 먹었는데요. 메밀국수를 넣어 함께 먹기도 한다고 하니, 신선로와 같은 모양에 그때그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끓여 먹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너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한 쟁반을 놓고 나눠 먹는 어복쟁반! 같이 먹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기분 좋게 먹어서 그 맛이 더 일품인 게 아닐까요? 날씨가 추운 지역인 평안도에서 유래한 어복쟁반은 육수를 부어가면서 먹어 추위를 이기는 지혜가 담긴 음식이기도 합니다.
어복쟁반 어떻게 만드나요?
이번 명절에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어복쟁반 만드는 법'을 담아왔습니다.
재료 및 분량
쇠고기(양지머리) 600g, 유통 300g, 지라 300g, 우설 300g, 느타리버섯 400g, 대파 3대, 배 1개, 메밀국수 400g, 쑥갓 150g, 달걀 3개, 홍고추 4개, 은행 1/3컵
향신재료
생강 4쪽, 양파 1개, 마늘 2통, 대파 2대, 청주 3큰술, 통후추 1/2작은술
육수
양지머리 육수 6컵, 국간장 2큰술,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 1/8작은술
양념간장
간장 3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홍고추 1작은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 쇠고기(양지머리)는 팔팔 끓는 물에 향신재료를 넣고 삶아 국물은 면보에 밭쳐 육수용으로 준비하고 고기는 건져내어 편육으로 얇게 썬다.
2. 유통, 지라는 소금과 밀가루를 넣고 씻어 끓는 물에 향신재료를 넣고 삶아 식힌 후 편육으로 얇게 썬다.
3. 우설은 끓는 물에 튀했다가 꺼내 흰막을 벗기고 다시 삶아 식혀서 얇게 썬다.
4. 달걀은 노른자가 가운데로 오도록 굴려가면서 완숙으로 삶아 편으로 썰어둔다.
5.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버섯은 굵직하게 찢고, 배는 굵직하게 채썬다.
6. 은행은 뜨겁게 달군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새파랗게 볶아낸 후 속껍질을 벗긴다.
7. 메밀국수는 물이 끓을 때 넣고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사리를 만들어 놓는다.
8. 널찍한 놋쟁반에 양지머리, 유통, 지라, 우설 등의 편육을 돌려 가며 편평히 깔고, 느타리버섯과 대파, 배, 쑥갓, 은행, 달걀 등을 색 맞추어 놓는다.
9. 놋그릇 가운데에 양념간장 종지를 두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한 육수를 붓고 끓인다.
10. 먼저 편육을 양념간장에 찍어먹고 삶은 메밀국수를 국물에 말아 먹는다.
참고
· 어복쟁반의 '어복'은 소의 뱃살인 '우복'을 뜻하며 중간중간에 뜨거운 육수를 보충해가며 끓여 먹는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어복쟁반 (아름다운 우리 향토음식, 2008.3.15, 형설출판사)
어떠신가요, 한 번 쯤 만들어 먹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직접 만들기에는 자신이 없으신 분들도 걱정 마셔요. 전국 곳곳에 쏙쏙 생겨나고 있는 북한음식점들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고향에 가지 못하고 보고 싶은 사람도 볼 수 없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음식으로나마 그리움을 달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집권층이 아니면 전기난과 식량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명절다운 명절을 쇠지 못하는 북한 현지주민들도 이번 설에는 따뜻한 떡 만둣국을 양껏 드시길!
명절 때만이라도, 화상으로라도, 북에 있는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텐데 말이죠.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현재의 가족이니, 그들과 즐거운 명절을 즐기셔요. 그간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해 먹으며, 올 한 해를 살아갈 온정을 가득 채우는 설 연휴가 되길 바라면서, 지금까지 김다애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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