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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쫑알쫑알 수다방

함경도 사람, 서울말은 어려운데 경상도 사투리는 쉽다?

  함경도사투리


북한 지역에서 가장 사투리가 두드러지는 곳은 함경도입니다. 악센트도 강하고 성조도 남아있어 타지인에게는 더욱 그렇게 들리는데요. 함경도 사람이 평양 가서 평양 말을 하려고 하면 이상한 억양이 나온다고 합니다. 함경도인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고, 사투리 억양이 다른 지방과 확연히 차이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함경도 출신 탈북자가 서울에 와서 서울 말투를 따라하려 해도 이상한 억양이 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함경도 사람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사투리가 있습니다. 바로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위치상으로는 평양보다도, 서울보다도 훨씬 떨어진 두 지역이 어떤 연관성이 있길래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함경도와 경상도 두 지역의 지형적, 역사적 공통점

  북한의 두드러지는 사투리로 함경도 사투리를 꼽을 수 있다면, 남한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꼽을 수 있죠! 특히 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네이티브 경상도 사람인데요 :) 사실 두 지역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함경도 사투리와 마찬가지로 경상도 사투리도 악센트가 강하고 성조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또 함경도 사람이 지역 특유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경상도 사람도 그런 점이 있죠. 

그리고 소백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경상도처럼 함경도도 동쪽으로는 동해에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 및 러시아와 접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험준한 낭림산맥을 경계로 평안도와 접하는 등 사방이 고립되어 있어서 보수적인 면을 많이 보인다는 특징도 있답니다. 


산맥


또 두 지역의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고 겉으로 보기는 무뚝뚝하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마음만큼은 따뜻하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 그 때문에 함경도 사람이 평양에서 그 억양을 잘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경상도 사람도 서울에서 그 억양을 잘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분도 많이 보셨을 건데요.

  이러한 두 지역의 공통점에는 숨겨진 역사가 있답니다. 두 지역의 사투리에 강한 악센트가 있는 이유는 조선시대. 간도와 함경도 지방에 북방정책을 실시하던 당시, 위정자들이 함경도의 이주민 반란을 막기 위해 그곳으로 상대적으로 정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경상도 사람들을 많이 이주시킨 결과이기도 하고, 일부 경상도민들이 산지가 많고 농토가 좁은 경상도 지방을 떠나 함경도 지방이나 만주, 간도로 이주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특히 두 번째 이유는 박경리의 토지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했죠. 이러한 배경으로 함경도 지방의 특유의 사투리와 경상도의 사투리가 어우러져 현재의 함경도 사투리가 정착된 것입니다.


  함경도와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 요모조모

  그렇다면 함경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흔히 접한 북한의 사투리는 평안도 사투리인데요, '이것 보라우', '모르갔시오', '오마니' 등과 같은 말이 바로 평안도 말입니다. 

평안도 사투리는 콧소리가 많이 섞이고 감정표현이 풍부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함경도 사투리는 평안도 방언과는 달리 '~했지비, ~합세, ~함매'와 같이 간결하게 문장을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첫 음절에 강세가 놓이는 성조가 있고, 말의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어요. 평양 사람들이 함경도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 싸우는 줄 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답니다. 다음 사진은 남한의 표준어와 함경도 방언의 차이점을 나타낸 표입니다.

 남한의 표준어

 함경도 방언 

 차이점 

 교실, 규칙, 바람, 벌써 

 괴실, 귀칙, 보름, 볼써 

 모음이 다른 경우 

 매워, 배워, 아름다워 

 매바, 배와, 아름다와 

 부사형 어미 '-아'의 결합 

 나무, 파도

 낭그, 멀기 

 낱말이 다른 경우 


  드라마 정도전에서 등장한 함경도 사투리

 

  함경도 사투리 파헤치기

함경도 방언은 또다시 2개로 나뉩니다. 정평 이북의 함남과 함북의 남부에서 쓰이는 방언인 함경 방언과 두만강 유역의 방언인 육진 방언인데요. 육진 방언의 경우, 옛말과 비슷하기도 하고 함경도 방언 중에서도 투박한 느낌이 있어 타지 사람들은 알아듣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함경도와 경상도 방언은 둘 다 고저 악센트를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함경도 방언은 강세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또 함경도 방언의 성조는 중세 국어의 성조를 직접 계승한 것이어서 경상도 방언의 성조보다도 옛말의 흔적을 많이 보존하고 있죠. 따라서 함경도 방언은 중세 국어의 특징을 계승하고, 또 지역 특유의 독특한 어휘도 만들어 내면서 발전했는데요. 아래의 두 문장은 중세국어의 특징을 반영한 문장입니다.

댜:느 둏온 늦으 한다 --------> 저 아이는 잘 될 조짐을 보여 준다

무스거 셰샹 모르는 숨탄 거르 도깨즘시:라구 하압디 -->  무슨 세상 물정을 모르고 그저 생명을 갖고 움직이는 것을 ‘도깨짐승’이라고 하지요

힌편 문장의 구조와 관련하여 함경도 방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부정 부사 ‘아니’(또는 ‘아이’, ‘안’), ‘못’(또는 ‘모’)이 놓이는 위치가 다른 방언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 특징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함경도 사람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영원히 없어 못 디래르 노력해야 돼디 --> 영원히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지

어딜 떠 못 나구 영게셔 한뉠 살았디 --> 어디로 못 떠나고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지

또 서울말이라면 ‘∼에게 ∼을’과 같이 표현할 것을 함경도에서는 아래와 같이 ‘∼으(르), ∼으(르)’로 표현합니다.

쉐르 경슴 모시르 줬소? -> 소에게 점심 여물을 주었소?

아매 무실 하오? 내 즉금 아르 우티르 닙히오 -> 할머니 무엇을 하오? 나 지금 아이에게 옷을 입히오.


  경상도 방언 파헤치기

함경도 방언의 특징을 아시겠나요? 다음은 경상도 방언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경상도 방언 특징

대표 방언 

  • 성조가 살아 있다.
  • 'ㅡ'와'ㅓ'의 구분이 어렵다.
  • 모음의 수가 가장 적다. 
  • 'ㅆ'을 'ㅅ'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예: 쌀→살, 싸우다→사우다)
  • 끝에 오는 'ㅏ'발음을 'ㅓ'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예: 합시다→합시더)
  • 의문문의 어말 어미가 '-나', '-노', '-고', '-가'등으로 바뀐다. (예 : 비 오나? 누 책이고? 어데 가노? 이거 집이가?)

할배 (할아버지) / 꽤내기, 앵구(고양이) / 가분다리(진드기)

정구지(부추)/ 조포(두부)/ 하모(암, 물론)/ 시껍했다(놀랐다)


경상도 방언

경상도 방언은 함경도 방언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성조가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쉬운 예로 '가가가가가(그 아이가 가씨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경상도 방언에서의 성조는 단어의 의미를 분화시키는 변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상도방언의 센 억양도 이 성조와 관계가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경북방언은 2성(고/저), 경남방언은 3성(고/중/저)으로 구분됩니다. 한 때, 아래의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 이 사례가 경상도 방언의 성조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

두 번째 특징은 역시 함경도 사투리와 마찬가지로 대단한 압축률을 자랑한다는 점입니다. 위의 표에서 보면, 경상도 사투리는 종결어미를 표준어보다 줄여서 쓰는 경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음 중 'ㅆ'을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고 'ㅅ'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 사용하는 모음의 수가 전국적으로 가장 적다는 점 등을 경상도 방언이 가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모든 지역의 사투리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개인적으로, 사투리는 학문·문화·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방 고유의 유산이고, 간직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적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투리라 하면 '촌스럽다'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통일이 되어서, 남북의 경제적 격차가 나게 되면 특히나 그런 현상이 더 나타날 수도 있을 텐데요. 북한 사람들은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표준어 말투를 배우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통일이 되기 전, 그들을 우리와 '북한 사람', ''남한 사람'으로서 구분 짓지 말고.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 '나는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과 같은 인식을 가지고, 그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학문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북한의 사투리를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함경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의 유사점을 찾으면서 든 생각은, 일각에선 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문화적 동질성이 없어졌다고 하나 그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의 가장 위쪽과 아래쪽에 위치한 함경도와 경상도가 이러한 언어적 동질성을 보인다는 것은 70년을 갈라져 살아왔지만, 함께 한 세월이 더 길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국 팔도의 사투리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하며, 지금까지 서민지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