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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동국대학교 통일아카데미 ‘김정은 시대 북한의 권력구조: 당·국가·군대’

지난 5월 22일,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에서 주최하고 통일교육원과 (사)전국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의 후원 하에 추진 된 통일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1년 전, 동(同)아카데미에서 정병호 교수가 강의한 '극장국가 북한의 국가성격'을 들어본 이후라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론은 김정일이 죽는다면 북한은 붕괴되고 무정부상태로 들어설 것에 기울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이론은 ‘북한사회=북한의 지도자’라는 좁은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스탈린과 모택동의 사례만 살펴보아도 이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문제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인자이자 실세라고 여겨졌던 장성택의 처형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국가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권력의 핵심인 장성택의 처형으로 인해 북한체제가 흔들리고 붕괴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전제되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발언이 나온 배경 역시 장성택 사건으로 인해 북한이 붕괴되는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하였습니다.

 

▲ 강의중인 정성장 연구원의 모습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지도자를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권력구조까지 살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통일은 남북한의 체제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남북한의 체제통합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의 전반으로는 수령과 당-군-정, 그리고 김정은 시대에서의 당, 국가기구, 군대의 위상과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의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북한 정치체제에서 ‘수령’이라고 불리는 최고지도자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로써 보장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수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조하면서‘수령의 후계자’에 대해서도 ‘수령’과 거의 동일한 절대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체제에서는 당의 1인자가 곧 체제의 최고지도자가 되는데 북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국가뿐만 아니라, 당과 군대에서도 최고직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당과 국가와 군대의 최고령도자’로 부르는 것은 북한에서의 당, 국가, 군대가 한국에서의 집권당과 정부, 군대와 매우 다른 위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핵심 조직과 기구들은 ‘수령의 유일적 영도를 보장하기 위한 무기’로 작용합니다.

북한에서 당은‘혁명의 참모부’로, 국정 전반을 장악하고 지도할 수 있는 정연한 지도체제와 조직기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는 당의 위업, 주체혁명위업을 무장으로 옹호·보위하는 수령의 군대로써 당의 명령을 제일 앞장서서 받들어나가는 핵심부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국가기구의 위상은 매우 약한데, 당의 지도자들이 국가의 핵심 요직을 겸직함으로써 국가기구에 대한 당의 지도와 통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에서 군대는 ‘당의 군대’이지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는 점도 국가기구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성격을 보자면, 현재 북한 권력체계에서 당과 국가, 군대 위에 군림하는 스탈린식 수령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처럼 김정은 시대에도 주요 5대 권력기관 중 당중앙위원회가 가장 중시되고 있고, 그 다음으로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순으로 호명되고 있습니다. 2012, 2013년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장악력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경제 분야에서 내각의 역할이 더 커지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남북한의 평화적인 체제통합을 위해서는 북한에서 스탈린식 수령 대신 고르바초프 같은 개혁적인 인물이 최고지도자가 되어 ‘당의 영도적 역할’을 포기하고, 다당제와 민주적인 선거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은 긴 호흡을 가지고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확대를 통해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고, 장기간의 선군정치로 과대성장한 군부 세력의 영향력이 약화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고 정 연구위원은 주장하였습니다.

정성장 연구원은 북한의 정치 분야에서 전문가 중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자세하면서도 가장 최신의 정보와 자료들이 강의에 집약되어 있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시간의 강의였지만 알차고 유익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다음 통일아카데미는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음에는 여러분도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