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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통일 한국은 협동조합으로 - 민평통 부천시협의회 박상훈 자문위원 인터뷰

Q.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A.  협동조합은 간략하게 말하면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을 출자하여 직업 활동을 함으로써 창출되는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조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달이 안 되어 있는 편입니다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볼 때 우리나라도 정착시켜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한 예로 스페인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 바스크 지역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여러 부분에서 조합원들을 보호해줬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대기업이 무조건 안 좋다는 뜻이 아니에요. 대기업은 대기업의 역할이 있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있고,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역할이 있는 거죠. 다만 요즘 대기업의 행태를 그다지 긍정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빈 자리를 메워야 할 사회적이고 시대적인 필요에 의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투자하고 일한 만큼 얻어갈 수 있는데, 단순히 나만 얻어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익에 부합이 되고 사회적 구조 자체를 건전하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개념과 장점. 협동조합 홈페이지(http://www.cooperatives.go.kr/)에서 갈무리.

 

인터뷰 중간에 들은 협동조합에 관한 내용입니다. 위 사진에서도 나와 있지만, 조합을 구성하려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그들의 수만큼 책임을 가진 사장이 되어 경제 생산자로서의 활동을 하는 방식입니다. 사회적인 공헌을 하며, 주식회사의 주주가 주식의 보유만큼 의사를 표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출자규모와 무관하게 조합원 한 사람이 한 표를 갖고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협동조합이 정착되어 남북이 하나되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경제가 이루어지는 통일 한국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만난 분은 다방면으로 활동하셔서 소개가 깁니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한국에코그린서비스에서 행정지원본부장으로 활동하고, 대학에서 노어과를 전공했으며,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한글 교육을 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천시협의회 박상훈 청년분과위원회 총무를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통일을 이야기할 때 어떤 반응이 있나요?

A. 학생들은 세금이 나가니까 통일이 싫대요.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서 만난 박상훈 선생님

 

Q. 그러면 어떻게 답변을 해주세요?

A. 아주 교과서적인 답변을 해줘요. “너희들이 내기 싫어도 세금은 지금도 나가고 있다. 1년에 44조원 이상 나가고 있는데, 통일을 해서 한 번에 돈 많이 나가도 그 다음부터 조금씩 내는 게 낫지 않냐?”라고요. 이어서 통일 비용과 분단 비용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해줘요. 분단 비용은 우리가 분단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 내야 하는 돈이지만, 통일 비용은 투자의 개념이고, 통일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개념이라고요. 일자리나 월급 등으로 돌아오는 거죠. 이런 이야기도 해줍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도라고 하지만, 사실은 반도가 아니라 섬이다. 북한이라는 지역은 자원도 많은, 새로운 그림을 그릴 만한 깨끗한 도화지다. 나중에 우리가 뛰어들어서 개발을 하려면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라고요. 물론 무분별하게 건물을 짓는 등의 개발이 아니라,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추세에 맞고, 환경 친화적이고, 사람과 자연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드는 노력을 말하죠.

- 생각해보세요. 1년에 걷는 세금이 44조원인데, 여기서 30조원을 쓴다고 하면 14조원이 남습니다. 그 돈으로 북한 지역에 몇 개의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공장이 들어서고, 아파트가 세워지고, 지하철이 깔리겠죠. 그럼 거기서 사람들이 일하고, 세금을 내면 투자한 돈이 환수됩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발전을 할 거고요. 그런데 북한을 잃어버리면 우리나라는 발전을 넘어서 민족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다고 얘기해줍니다. 주변국들 때문에요. 중국은 역사상으로 대륙을 통일하면서 주변 국가들에 팽창 정책을 펴왔어요. 한반도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해양 세력이 대륙으로 들어가는 입구고, 또 러시아나 중국 같은 대륙 세력이 바다로 나가는 출구예요.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강대국들이 계속 접근해왔고, 강대국들에 휘둘리는 역사를 겪어봤으니까,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자강(自强)하려면 역사를 배워야 하고요.

- 학생들에게도 역사 공부를 강조합니다. 시험 점수 잘 받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역사를 배우면서 과거에 우리 민족이 겪었던 어리석음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의 자녀들에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그래서 역사를 배우는 거라고 가르칩니다. “시험 점수만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은 아주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그릇을 넓혀라. 생각의 그릇을 넓히고 판을 키워라.” 이것은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수업 방식이기도 해요. 제 수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시험에 잘 나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하나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그럴까?”라고 의심해보고, 비판하는 수업을 해요.

 

협동조합의 정의(인천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Q. 북한이 열릴 때나 통일이 될 때 협동조합 형태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한계 등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 생각은 그래요. 만약에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 상황에서 통일을 하면, 많은 부분이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갈 것겁니다. 그렇다면 창출되는 이익이, 심지어 국가적인 이익들마저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할 것은 자명해요. 그런데 협동조합의 형태라면 얘기는 다르겠죠.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협동조합을 북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겁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은 집단 농장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금방 알아들을 거예요. 그렇지만 공산주의와 협동조합의 개념은 엄연히 다릅니다. 공산주의는 내 것이 아니고 우리 것이라는 개념이지만, 협동조합에는 내 것이 있어요. 내가 하는 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공산주의는 그런 구조가 없어서 망한 거잖아요.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고 교육해서 이해를 시키면 될 겁니다. 한편으로는, 북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공산주의 상황에 있으면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염려스러워요.

 

Q.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요?

A. 제가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에 갔을 때 겪었던 일이에요.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가면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손님을 맞이하지 않는 겁니다. 손님이 들어오든 말든 상관을 안 해요. 오히려 손님이 들어와서 종업원을 찾아야 하고, 종업원에게 무언가 주문을 하면 빨리빨리 처리되는 일이 별로 없어요. 물건을 사든지 말든지, 손님이 나가든지 말든지 자신들 할 일만 하고 있어요. 요즘에야 많이 달라졌는지는 모르지만요.

 

Q. 왜 그런 거죠?

A. 그래서 물어봤더니, “내 가게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는 이 가게가 잘 되든 안 되는 월급을 받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열심히 팔아서 월급을 더 받을 생각은 안 해봤냐고 했더니 그런다고 월급 올려줄 사장이 아니라고 합니다. 열심히 해봐야 자신한테 돌아오는 게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출근해서 시간만 때우고 일을 마치는 겁니다. 어차피 일할 사람은 많으니까 사장도 월급을 올려줄 필요가 없는 거고요.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죠.

 

Q. 북한의 상황도 비슷하다는 건가요?

A. 그렇죠. 물론 우리 민족의 근면함이 북한 사람들에게도 있겠지만, 초반에는 남한 출신 사람들은 북한 출신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느낄 것이고, 반대로 북한 출신 사람들은 남한 출신 사람들이 돈만 알고 이익만 좇는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런 정서적인 괴리감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도 발생할 겁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질들도 장벽이 될 거고요. 빨리빨리 해야 하고, 사람보다도 효율을 먼저 생각하는 면들은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요. 이런 기질들을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 강요한다면 반감이 생길 거고, 그렇게 되면 60년 넘게 가져왔던 괴리감이 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그러한 가능성에 대비를 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봐요.

 

협동조합의 가치(인천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Q. 통일이 되어 대기업이 북한 지역에 들어온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A. 물론 대기업이 들어와도 잘 하겠죠. 그런데 오해의 소지가 굉장히 커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질인 ‘빨리빨리’와 사람보다도 효율을 먼저 생각하는 결과지상주의를 밀어붙이면, 북한 출신 사람들은 ‘쟤네들은 인간도 아니다’란 생각이 들 거예요. 당장 중국이나 외국에서 온 결혼 이민자들 이야기만 들어봐도, 한국 사람들은 정말 미치게 일을 한다는 겁니다. 대기업이 월급을 많이 주면 북한 출신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은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남한 출신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여기서 협동조합의 필요가 발생해요. 협동조합은 북한 출신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잘 준비하면 통일 한반도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Q. 그렇다면 먼저 대한민국 내에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겠네요?

A. 그렇죠. 경제계 관련자들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사실 IMF 때 막을 내렸다고 봐야 해요. 대기업이 앞장서서 모든 걸 차지하고, 나머지 것을 중소기업이 나눠 갖는 사고방식은 별 의미가 없어요. 대기업은 대기업들의 몫을 키우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의 몫을 키워야 해요. 규모에 관계없이 협동조합의 형태도 곳곳에서 정착해야 하고요.

 

Q. 통일이 됐을 때 예측되는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의 괴리가 독일 통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A. 그런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 거예요. 대한민국 사람들은 일 중심적이고, 효율을 중시하고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인데, 북한 사람들은 오랜 가뭄과 가난을 겪어왔죠. 남한 사람들이 돈으로 북한 사람들을 하대한다면 그 사람들은 인간성의 상실을 느낄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7·80년대에 노동 운동했던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돈이면 다냐? 사람은 모르냐?”는 불만이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서 표출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통일을 해서도 남북한의 실제적 사회·경제적 괴리는 더 커지겠죠.


Q. 그렇다면 독일 통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독일 통일 같은 경우는, 서독 정부에서 동독 정부에 사소한 것일지라도 양보하는 게 많았어요. 베를린으로 들어오는 고속도로에 길이 파이는 등의 문제가 생길 때의 예가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통제하는 것은 동독이지만, 비용을 내고 관리하고 수리하는 것은 서독이었어요. 동독 정부에서는 아쉬울 마음이 없죠. 서독 정부에서는 그만큼 많이 양보를 하고 혜택을 줬습니다. 물론 현재 북핵과 관련된 문제를 양보라고 볼 순 없지만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문화, 스포츠,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 등으로 접근을 해 나가는 것이 옳은 듯합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이 그렇게까지 발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활성화가 되면 대기업보다는 협동조합이 북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인천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Q.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거죠?

A.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북한에서 협동 농장과 같은 개념이 있기 때문에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형식에는 익숙할 거예요. 물론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기 때문에 협동 농장에서는 열심히 하지 않았죠. 하지만 텃밭에서 자신의 작물을 가꾸고,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고 사봤기 때문에, 이미 북한 사람들에게도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어요. 그걸 잘 합치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회사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굉장히 민주적인 방식이에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면에서 남북한 출신 모두가 민주주의를 함께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받고, 또 열심히 일했으니까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을 정직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 출신 사람들도 남한 지역의 경제 발전을 보고 열심을 내야 하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제가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논할 위치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 바라는 점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명이나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하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조합에 전망이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관건은 사람인 것 같아요. 순수한 초심을 유지해야 사회에 도움이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협동조합이 천 개 만 개 있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조합원들의 생각이 많이 중요합니다. 통일 한국에서도 그래야 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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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의 의견과 기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 링크>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http://www.nuac.go.kr/

· 협동조합: http://www.cooperatives.go.kr/

· 몬드라곤 협동조합: http://www.mondragon-corporation.com/

·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http://www.icoop.or.kr/coopmall/

·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 https://www.facebook.com/smalltreebook

· KBS 시사기획창 - 함께, 더 멀리! 협동조합: http://youtu.be/xrfNrzBlAVQ

· 통일코리아협동조합: http://unitedkoreaco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