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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한국학 학술대회에서 북한의 교육을 만나다

세상에는 정치학, 경제학, 교육학 등 다양한 학문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한국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으신가요? 단어 그대로 '한국'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조금 생소하시죠? 자세히 알아볼까요? 


 한국학 (Korean Studies, 韓國學)

한국학이란 한국을 탐구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역사학이나 물리학처럼 특정 영역을 연구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국과 관련된 언어·역사·문화·정치·경제·사회·지리·과학 등의 모든 영역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한국이라는 지역적·정치적 구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지역학’의 하나로 분류되며, 한국에 관한 지식 전반을 다루는 종합적인 학문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한국학')


이처럼 한국학은 한국에 관한 지식 전반을 다루는 종합적인 학문입니다. 이런 한국학을 연구하는 기관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하대, 고려대, 하버드대 등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한국학연구소 중 한 군데인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교육>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한국학연구소 추계학술대회 포스터

추계 학술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사진출처: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국제문화 비교를 통한 한국학 연구 영역의 확대를 목표로 하는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는 한국의 미술사, 불교미술, 교육 등을 키워드로 삼고 학술대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그 중 북한의 교육 부문에 대한 발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학술대회 1부에서 고려대 임재천(북한학) 교수와 고려대 전경남(교직교양) 교수 등이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임재천 교수는 '북한 초등학교에서의 지도자 우상화 교육'을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임 교수는 피교육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고, 이후 성장단계에서 개인이 받는 우상화 교육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의 우상화 교육을 연구 전제로 두었다고 하였습니다. 기존의 교과서 내용분석 중심의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활동도 포함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는 정치사회화의 핵심으로 우상화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치사회화 목표는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 혹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입니다. 지도자의 상징들에 존경을 표하고 지도자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가르침으로써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생의 전 단계에 걸쳐 정치사회화가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신화(myth)와 의식(ritual)을 통한 우상화교육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신화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과거에 일어난 가공된 사실(혹은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를 대입하여 북한 지도자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위대한' 이미지를 창출한다고 합니다. 의식은 '체계화 되어있고, 표준화 되어 있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집단적 행위'를 일컫는 말인데, 이는 북한의 탁아소나 유치원에서 아동들이 식사 전에 표하는 지도자에 대한 감사인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우상화 의식들이 북한을 북한답게 만들며, 북한사회를 다른 국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정치문화를 갖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 어린시절'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 어린시절'이라는 과목이 정규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초등학교 과정(인민학교: 4년제)에 다니는 학생은 매주 각각 1시간씩 이 수업을 듣게 되고, 이 수업들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교과서들에도 우상화 관련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학교 수업 뿐 아니라 과외 활동에서도 우상화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북한의 만 7세부터 13세까지의 아동들은 '소년단'에 가입하게 됩니다. 소년단에서는 매일 새벽 '동상청소'를 하고, 주간학습회나 소년단의식을 통해 우상화 활동을 하고, 북한의 김일성 생일과 김정일 생일에 있는 다양한 경연대회도 시행한다고 합니다.


첫번째 발표 중인 고려대 임재천(북한학) 교수


 전경남 교수는 '북한의 영재교육'에 대해 발표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여 최종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각 학교의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 또는 영재학교라는 교육기관을 두어 영재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시기 북한의 교육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평등관에 기초하고 있어, 인간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영재교육은 북한의 평등주의 교육관과 양립할 수 없었다(김동규, 1990)고 합니다. 따라서 영재교육에 해당하는 북한의 수재학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간주되어 최소한의 형태로만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50년대: 외국어 수재학교 설립, 60년대 : 예체능분야의 수재학교 설립)

김정일 시대에는 교육방향이 조금 달라져 1984년도 '평양 제1고등중학교'설립을 시작으로 영재교육기관이 200여 개 넘게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이 학교들은 전국에서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하여 군입대 면제와 북한의 일류대학 입학, 심지어는 해외유학의 기회까지 부여하는 등의 특전이 있을 정도로 북한은 영재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주요 대학들에도 수재반이 운영된다고 합니다.

북한 영재교육의 특징은 국가의 발전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기교육을 위주로 하며 교육단계 간 연계성을 추구한다고 발표자는 밝혔습니다. 한계점으로는 소수 위주의 영재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영재교육 관련 법체계와 영재학생의 학습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학술대회를 열심히 듣고있는 학생들


두 발표를 통해 북한의 교육이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과 표면적인 부분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 속은 전혀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학에선 비교적 소외되었던 ‘북한교육’ 부문을 연구·발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학'의 측면에서 다룬 북한 관련 연구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두산백과사전, 2013 북한이해, 학술대회 자료집

사진출처: 고려대 한국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