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미터'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48미터,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중국과 북한 사이를 가로지르는 압록강, 그 국경지역에는 강의 최단거리인 48미터를 건너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48미터’는 북한 양강도와 중국 창바이 현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의 최단 거리를 뜻합니다. 실제 이 곳은 북한주민들이 북한군의 눈을 피해 탈북을 가장 많이 시도하는 장소로 최근에는 경계태세가 높아진 곳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압록강의 48미터를 통해 1) 북한체제의 현실, 2) 북한 사람들의 외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 일까요? 그리고 3) 우리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1)북한의 현실; 인권이 무시되는 북한체체의 울타리
"저 강의 반만 건너면 무조건 비법월경에 반역자다."
영화에 나오는 북한군인의 말입니다. 국경지역을 지키는 군인은 철저히 원칙을 따릅니다. 그곳에는 원칙만 있을 뿐 그 어떤 이유로도 예외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없습니다.
압록강변에서 놀던 아이들, 같이 데리고 놀던 강아지가 압록강을 가로질러 뛰어갑니다. 아이는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 강아지를 쫓아갑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강의 반을 넘어가면 무조건 반역자가 됩니다. 아이는 그렇게 총에 맞았고 다시는 강아지를 볼 수 없게 됩니다.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들어오다가 들킨 소녀. 이유불문, 그녀는 그렇게 끌려가 온몸에 매를 맞는 고문을 당합니다. 때리고, 밟고, 당기고... 그녀에게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어떤 힘도 권리도 없습니다. 그렇게 체제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이렇게 아프게 아프게 견뎌낼 수 밖에 없습니다.
2)북한사람들의 외침; 끊임없이 도망치는 사람들
북한주민들이 북한군의 눈을 피해 끊임없이 탈북을 시도합니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죽어도 48미터의 강을 건넙니다.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탈북을 시도하면서 죽음 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탈북민들은 오직 자유가 존재하는 땅에서 단 하루라도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 평범한 사람들은 아픈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굶어 죽어가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지독한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강을 건너길 시도합니다. 아들을 찾아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아이를 안고 그렇게 그렇게, 탈출을 준비합니다. 그들을 강을 건너다 가족을 잃기도하고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아프고 고통스러운 48미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망치고 도망치려고 합니다.
3)너와 나의 거리, 48미터
함께 나누는 이야기
이지혜, 24세
'왜 수많은 탈북민이 목숨을 걸고 탈북할 수 밖에 없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이 손잡고 울었던 내 주변 탈북민들의 탈북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탈북과 그 과정이라는 것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영화가 끝난 후 내게 남는 여운은 그저 아쉬움이었다. 너무 많은 스토리들과 매체들을 접한 나의 머릿속은 영화에 대한 아쉬움들이 가득 남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자유가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장이 되기도 한 그곳.. 48미터라는 최단 거리를 생각해보니 영화 속 전달되는 메세지는 분명함을 알았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북한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북한의 억압과 북한주민들의 생사의 문제 그리고 목숨을 건 탈북과정, 인권도 없고 존엄도 없는 상상할 수 도 없는 비참한 북한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을....
김경, 22세
사실 본 영화의 촬영이 작년 초겨울 끝이 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기울어진 남북관계와 국내정세, 배급사문제 등으로 개봉이 수 차례 연기 되어 올 여름 개봉하게 된 모양이다. 조금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해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영화관에서 손쉽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랐지만,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음에 안심이 됐다.
구체적이다 못해 노골적인 전개로 엿본 북한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못해 거짓말 같았다. 우리들 에겐 그저 집 앞 슈퍼로 라면 사러가기 좋은 거리 48미터가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압록강 최단거리인 셈. 몰라도 너무 몰랐던 내가 라면을 사러가는 동안 수천 번의 총성이 48미터 구석구석을 울렸을 생각을 하니 귓방망이가 저릿저릿했다. 알 수 없는 이명같은 현실에 온 몸이 먹먹할 뿐이었다.
영화 말미에는 이러한 말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탈북한 사람은 약 20만 명, 하지만 남한으로 온 사람은 2만여 명 남짓. 나머지는 제3국에서 떠돌고 있거나 강제북송 당해 참담한 고문 끝에 처형당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사람들의 탈북문제, 인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함께 살아온 우리, 분단의 시간은 불과 60여 년이 흘렀을 뿐인데 지금의 우리는 '그런가 보다' 하며 팔짱만 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도망치려는 사람들에게 48미터는 가깝고도 먼 거리입니다. 새로운 시작의 땅이 눈 앞에 보이지만, 강 건너 저편으로 가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와 북한문제 역시 48미터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북한주민들과 탈북민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지만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눈 앞에 보이고 간절하지만 풀어내기 어려운 과정인 것 같습니다.
얼마전 라오스로 탈북을 시도했던 5명의 소년들이 강제 북송 당했던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되돌아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정부의 대응논란을 문제삼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에만 힘을 싣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후 뒤 늦게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을 것 입니다. 자유를 찾아 희망을 찾아 48미터의 고통을 참고 견뎌내는 탈북민들을 생각하며, 우리사회 역시 그들의 자유와 희망을 위해 48미터의 거리를 조금을 더 줄여나갈 때 입니다. 48미터의 고통과 아픔이 하루빨리 나아지길 바라며 지금까지 이숙미, 곽호기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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