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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한국전쟁으로 잃어버린 문화재들과 김영환 대령의 용기

 1950년 6월 25일에 터진 민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

 이 눈물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강제하여 오늘에 이르는 통한의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단 결코 당대(當代)와 현대 그리고 미래에만 해당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쟁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재에게도 후손과의 이별을 강제함으로써 문화적 영속성을 단절케 하여 과거마저도 그 통한의 역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 작은 땅에서 쓰인 화약의 양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쓰인 것과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산지지형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전투가 산지에서 이루어진 한국전쟁의 특성상 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찰의 피해는 막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남한지역에 존재했던 969개의 사찰 가운데 무려 약 20%에 이르는 200여 곳의 고찰(古刹)들이 소실되고 파괴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광주 증심사> 한국전쟁으로 불에 타버렸다가 이후 중건하였다. 사진은 전쟁 이전에 촬영한 것.
출처 : [광주 갈피갈피]무등산 ‘증심사’의 다양한 사연, 광주드림 (2013.6.19)

 한국전쟁의 직접적 피해로부터 벗어난 영남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무려 57곳이 피해를 입거나 폐사된 것으로 확인되고, 광주‧전남지역에선 41곳, 전북지역에서는 41곳, 강원지역에서는 25곳, 제주지역에선 35곳이 피해를 입거나 폐사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북한지역에선 지난날 일제 강점기 총독부에서 조사한 수치(205곳)의 약 70%에 해당하는 141곳이 피해를 입거나 폐사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재에 대한 손실은 북한에 의한 것은 물론이고 국군과 UN군의 작전 과정 및 빨치산 소탕작전 도중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것 또한 상당합니다. 이는 실로 민족적이고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허나 이러한 비극의 속성 중 하나인 과거와의 연속성 단절을 막고자 한 영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 그분이 바로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인 김영환 공군대령입니다. 


<김영환 공군대령> 출처 : 팔만대장경 지킨 故 김영환 장군 금관훈장 추서, 연합뉴스 (10.8.16)

 1951년 8월 무렵 가야산과 지리산의 일대에는 북한군 패잔병들로 구성된 무장공비로 우글거렸습니다. 이에 경찰전투부대는 이들에 대한 토벌을 위하여 당시 공군의 제1전투비행단 소속 제10전투비행전대에 작전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여러 차례의 상당한 공대지(空對地) 폭격이 해당지역 일대에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900여 명에 이르는 무장공비가 가야산의 해인사로 모여들게 되자 해인사 장경판전은 폭격의 위기 속에 처해지게 됐습니다. 이에 당시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부단장이자 제10전투비행전대의 전대장(戰隊長)이었던 김 대령은 부하들에게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따를 것을 거부하고 공격을 하지 말라는 긴급지시를 내린 뒤 대신 해인사 뒤에 자리한 무장공비의 보급 창고를 공격하고 귀대(歸隊)함으로써 적을 소탕하면서도 해인사 대장경각(大藏經閣)이라는 최고의 문화재를 보전하여 그 안에 담긴 천년의 지혜까지 지켜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전쟁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 심지어 과거에까지 그 막대한 영향을 끼친 비극, 한국전쟁! 잃어버린 보물을 원래의 것으로 되찾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천년의 지혜가 담긴 보배만큼은 김영환 공군대령의 노력으로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다가올 공영(共榮)의 통일 대한민국의 시대, 남북의 온 겨레가 공동으로 향유하게 될 보배를 지켜낸 김영환 공군대령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올리며 아울러 남북의 분단으로 폐허가 된 문화재들이 통일 이후의 복원을 통하여 전쟁이 초래한 과거와의 단절된 영속성이 다시 이어지게 되길 기원해봅니다.

참조 :
한국전쟁과 불교문화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대한불교조계종 (2004)
한국전쟁사, 주시후 外 공저, 한국학술정보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