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반도는 호랑이와 표범, 두 맹수들로 우글거리는 땅이었다. 어찌나 그들의 개체수가 많았던지 민간에선 그들을 산신의 화신으로 섬기고 조정에선 직접 해수 구제라는 명목으로 많은 포수꾼들을 고용할 정도였다.
허나 그 맹수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급속히 절멸의 길을 걸어야만 하였고 호랑이의 경우에는 1924년을, 표범의 경우에는 1962년을 끝으로 더 이상은 남한에선 야생의 그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한반도에서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은 아니다. 북한 땅의 깊은 곳에선 아직도 야생상태의 그들이 살아남아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한반도 최후의 맹수, 호랑이와 표범이다.
1) 북한에서의 호랑이의 현황
<시베리아호랑이> 한반도의 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이 아종(亞種)에 속한다. 시베리아호랑이는 과거 한반도, 만주, 내몽고 일부에 분포하였다. 현재 야생개체는 약 500여 마리만이 남아있다. 출처 : 위키백과
북한은 지난 2004년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작성한 환경상태보고서와 북한 조선자연보호연맹 중앙위원회 김순일 서기장의 2008년 3월 조총련의 월간지 ‘조국’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호랑이가 현재 북부의 높은 산줄기에 고립돼 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때까지 1964년, 1965년, 1974년, 1987년, 1993년에 야생의 호랑이가 포획된 사례가 있었으며 특히 93년에 잡힌 3마리는 그 중 한 마리가 남한의 동물원에 보내지면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현재 북한은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호랑이들을 서식지별로 각각 양강도 일대의 ‘백두산 조선범’, 자강도 일대의 ‘와갈봉 조선범’ 그리고 강원도 일대의 ‘추애산 조선범’으로 분류하여 천연기념물로 관리하고 있다.
허나 전 세계 시베리아호랑이의 개체수가 고작 500여 마리인 것을 미루어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개체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항 서울대 수의학교수는 지난 2009년 자신의 논문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을 통하여 사실상 오늘날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호랑이들은 백두산 일대에서나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북한은 그나마 남은 호랑이들의 서식지를 넓고 안정적으로 하여 지키려는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 12월에 중국, 러시아와 함께 야생호랑이들이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보호구역을 지정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만주와 연해주의 야생호랑이 분포와 호랑이생태보호구역 지정의 효과> 호랑이들이 자유로이 경계를 드나들 수 있는 생태보호구역의 지정으로 호랑이들의 땅이 넓어졌다. 출처 : 한국 호랑이 부활, 러→중→한반도 ‘길 닦기’에 답 있다, 한겨레 (2010년 2월 8일)
이를 통해 연해주의 시호테알린산맥 생태계와 백두산생태계가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아 호랑이들의 안정적인 먹이확보가 가능해지고 근친교배의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 북한에서의 표범의 현황
<아무르표범> 한반도의 표범은 아무르표범 아종(亞種)에 속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와 표범을 뭉뚱그려 ‘범’이라 표현하였다. 출처 : 위키백과
지난 2004년 북한은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펴낸 환경상태보고서를 통해 아직 표범이 살아남아있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로 지난 1999년 개마고원의 와갈봉에서 생활하는 한 개체가 촬영된 바가 있으며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지난 2005년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나선지역에 호랑이와 함께 상당수의 표범이 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여 북한지역 내 표범의 존재가 매우 확실해 보인다.
허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현재 그들의 상황이 썩 밝지만은 않다. 야생의 개체수가 만주와 연해주의 것들을 모두 합쳐 고작 100여 마리에 지나지 않으며 북한에선 약 30여 마리만이 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컷이 제 새끼와 교배를 하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고 한다.
<아무르표범의 분포도>
분홍색은 과거의 분포를, 주황색과 다홍색 그리고 진분홍색은 오늘날의 분포를 나타낸다. 현재 북한에서는 주로 백두산 일대의 두만강 유역에서 분포하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그래도 북한이 지난 2010년에 중국, 러시아와 체결한 호랑이 생태보호구역의 지정으로 표범 역시 생태계확장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누릴 것으로 보여 조금이나마 한반도 표범의 중흥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상황이다.
3) 최후의 맹수들을 통일로의 기수로!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만주와 연해주의 생태보호구역 지정 말고도 그들 맹수의 개체수를 늘릴 확실한 보호조치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그들을 통일한국으로의 기수로 삼는 것이다.
이는 남북 양측의 동물원이 호랑이와 표범을 서로 교환하여 개체수를 증식하는 것으로 실제로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호랑이의 경우 앞에서도 언급했듯 지난 1999년 북한은 자강도에 잡힌 호랑이를 우리 측 동물원에 기증하였고 비교적 최근인 2004년에는 우리가 북한의 평양동물원에 호랑이 암수 한쌍을 기증하면서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나아갔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한반도에서 비록 동물원 안에서나마 호랑이들이 그 개체수를 늘릴 수 있게 되었다. 표범의 경우에는 2004년에 서울의 한 동물원에서 2014년 무렵 완공될 토종생태동물원을 위해 북한에서 들일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근래에 이르러 사실 뜸해진 상황이다. 맹수에 대한 교류사업은 향후 한반도의 건강한 생태계 복원에 쓰일 개체수 확보에 일조하는 한편 그와 함께 상생공영의 통일을 위한 교류협력의 확대도 불러일으키는 일거양득의 사업이므로 적극적으로 다시 활발해질 가치가 있다.
상생공영의 통일도 앞당기고 멸종위기에 처한 두 종의 개체수 증가에도 이바지할 이 일거양득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져 통일 대한민국의 산천에서 포효하는 호랑이와 표범을 보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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