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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통일이 되면 투표는 어떻게 할까?

  2012년은 선거의 해입니다. 지난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을 예정인데요,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가 다른 탓에 한 해에 두 번이나 선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각 정당들은 대선 후보 선출에 한창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됩니다. 한편 지난 4월에 있었던 총선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한 명과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한 표씩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통일이 된 후에도 지금과 같은 선거제도를 유지할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출처 : http://ipcm.co.kr/news_file/3547469382_65484cbd_dsc00729(1).jpg)


  사실 통일 이후의 선거제도를 예측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형태로 통일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데다가 북한 주민들이 남한식 자유민주주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일 이후의 선거제도를 논하는 연구 자료가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지난 2011년 12월 서울대학교 강원택 교수의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강교수는 ‘이제는 통일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착안해서 통일 이후의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강원택,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 (서울: 나남, 2011)
(출처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30086073&orderClick=LEA&Kc=SETLBkserp1_5#N)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통일 이후를 예측하는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따라서 통일 이후의 선거제도를 제안하기에 앞서, 강교수는 선거제도 도입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원칙]

1.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선거제도

2. 선거가 남북 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

3. 북한의 엘리트들이 새로운 체제에서 적절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4. 안정된 정당체계 수립에 기여


  강교수가 제안하는 선거제도의 기본 바탕은 양원제입니다. 사실 양원제 도입은 지금의 한국정치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통일을 가정할 경우 양원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의회의 의원 수는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데 현재 남한의 인구는 북한의 인구보다 두 배 가량 더 많습니다. 통일 초기의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자연스럽게 남한 출신의 의원이 훨씬 더 많은 구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구비례에 의해 의원을 선출하는 하원과 남북이 동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상원으로 나누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하원은 인구비례에 따르므로 남북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되, 상원은 예를 들어 북한에서 50명, 남한에서도 똑같이 50명을 뽑는 식입니다. 


  이렇게 상원과 하원을 따로 뽑는다면 이들을 어떠한 선거제도로 뽑아야 할까요? 지금처럼 여러 후보 중 선호하는 단 한 명의 후보만을 뽑는 단순다수제 방식을 채택해야 할까요? 이 책은 몇 가지 선거제도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양원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출처 : http://photo.pyeongtaek.go.kr/pyeongtaek.asp?filename=notice&menu=&tbcode=gmnews&gubn=kuk&num=2542&keyword=&srh1=0&srh2=0&srh3=0&page=1)


  먼저 상원의원 선거제도에서 생각해볼만한 것이 '단기이양식 선거제도(single transferable vote: STV)'입니다. 조금 생소한 용어인데, 쉽게 말해서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입니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여러 후보들 중 한 명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순서에 따라서 1.임태산 2.최윤 3.이정록 4.김도진 이런 식으로 선호 순서를 표시합니다. 만약 이 네 명 중에서 두 명을 뽑는다면 1순위로 가장 많이 뽑힌 사람 한 명이 먼저 당선되고, 그 다음은 그 1순위자의 표를 나머지 후보들에게 다시 넘깁니다. 1순위자의 표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히 2선호도에 적힌 후보자의 이름을 기준으로 합니다. 


  우리는 후보 중 최다득표자 한 명만이 선출되는 선거방식에 익숙해서 위의 방식이 조금 복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순서대로 후보들을 나열하기만 하면 결과 계산은 모두 전산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가 어려운 계산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면 북한에서도 남한 출신의 후보가, 반대로 남한에서도 북한 출신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된다면 남북의 지역갈등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적은 표 차이가 나더라도 1위 후보만이 당선된다.
(출처 : SBS 개표방송, http://blog.naver.com/loveyyj98aa?Redirect=Log&logNo=155425587)


  하원은 철저히 인구비례에 따라 선출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원은 자연스럽게 남한 출신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하원에서 남한 출신들의 힘이 압도적이라면 상원도 결국 하원의 힘에 밀리지 않을까요? 


  인구비례를 따르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는 선거제도를 채택한다면 그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강교수는 그러한 방식으로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합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 하에서도 유권자들은 지금 우리가 총선 때 하는 방식대로 지역구 후보 한 명과 선호하는 정당 하나를 뽑으면 됩니다. 이 방식은 A정당의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서울시에 할당된 의석은 100석인데 지역구가 50석, 비례대표가 50석입니다. A당은 지역구에서 10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정당 투표에서는 30%를 득표했습니다. 먼저 A당은 총 100석 중에 정당투표 득표율 30%만큼인 30석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이미 10명의 당선자를 냈으므로 30(총의석)-10(지역구)=20명의 비례대표가 주어집니다. 



독일의 2009년 총선 결과.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이 높아 여러 정당들이 연립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출처 :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Gallery/YIBW_showPhotoNews_New.aspx?contents_id=GYH20090929000100044)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투표방식이 지역구에 한 표, 정당에 한 표를 주는데 남한에서 실시하고 있는 투표방식과 똑같기 때문에 남한사람들에게 친근한 방식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비례성이 높은 제도로 유명합니다. 즉 지역주의가 심한 한반도에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 제도입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남한의 정당이 당선될 수도, 남한에서 북한의 정당이 당선될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통일한국의 선거제도는 남북의 인구격차를 어떤 식으로 완화시킬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무조건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인구가 적은 북한지역은 정치적으로 소외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은 서로가 서로를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이제 통일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