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4기 윤정선 기자입니다. 과거 온고지신이라 하여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다’ 라는 뜻의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이는 옛것이 구식이고, 필요 없는 것이 아닌 새로움에 기초가 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류는 ‘문헌자료’라는 기록문화로 옛것을 알고 동시에 ‘새로운 것’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문헌자료를 의미하는 출판물의 개념적 정의는 ‘조선로동당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수단이며 로동당이 내세운 정치, 경제, 문화건설의 과업을 실천할 수 있도록 근로대중을 조직, 동원하는 도구’ 1로 정의됩니다. 북한에서 출판물이 주로 사상적 사업을 하는데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북한 문헌자료의 변화과정을 살펴보고, 그 변화가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문헌자료가 단순한 기록물의 기능뿐만 아니라 인물이나 이념에 대한 선전선동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 아닌 문헌자료가 기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 않지만 책이나 신문을 통해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함을 역사적으로 배워왔고, 사회주의는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자본주의, 미국 등에 대해 비판적인 출판물을 통해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출판물이 같은 하늘아래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인식을 만든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점은 출판물이 사람들에 인식을 각인시키거나 변화시키는데 효과적이고, 북한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방송수단이 발달된 현대시대에서도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출판물을 제작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북한 출판물의 특징을 살펴보면 내용면에서 객관성보다는 교양성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즉,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우상화, 당 정책선전과 실천 강조, 대남선전, 반미투쟁선동, 김일성 유일사상으로 주민을 무장시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북한 출판물은 시대적 상황에도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입니다. 시대별 4단계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대순으로 아래 4가지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제1기 |
1945~1960 |
사상서적과 산업기술 관련서적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
제2기 |
1961~1979 |
천리마 운동을 위한 노력동원을 선동하는 내용과 김일성 주체사상과 우상화를 강조하는데 주된 역할을 했습니다. |
제3기 |
1980~2001 |
김정일이 김일성의 공식적인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김정일의 문헌집이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
제4기 |
2002~현재 |
3대세습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근 북한 출판물에서는 김일성에서 김정일 그리고 다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 과정에서의 출판물인데요. 이 과정에서 출판물들은 후계체제 성공을 위해 용어가 변화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과거 김정일이 비공식적 후계자일 때 김정일에 대한 언급은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와 같은 직책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4년 2월 김정일을 ‘당중앙’으로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 6차 당대회로 공식적 후계자가 된 이후에 ‘친애하는 지도자’로 호칭을 붙임으로써 후계체제를 공고화 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북한의 고위관료들만 확인할 수 있는 내부용 문건이 아닌 김일성 선집이나 로동신문과 같은 공간문헌에서 확인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민대중에게 선전선동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과정에서도 김정은이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의에서 대장칭호를 받은 이후 중앙군사위부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기록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합뉴스가 올해 26일 입수한 1975년 8월21일자 김일성종합대 학보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원수께서와 당중앙에서 우리 대학에 또다시 귀중한 선물을 보내주시었다` 제하의 1면 머리기사에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온 사회의…(후략)"라며 `당중앙`과 김정일을 같은 인물로 언급한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출판물을 활용하여 북한의 미래를 점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그 연구의 결과를 보면, 누구는 북한체제가 그동안 잘 버틴 것처럼 나름대로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 계속 버틸 것 이라고 예측하는 반면 누군가에 입에서는 정확히 몇 년 후에 망할 것이라는 상이한 예측이 나오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예측들이 틀렸을 때 야기되는 일들입니다.
예를 들어 우선 북한사회가 곧 망한다고 예측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북한을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보다 고립시키는 봉쇄정책을 펼쳤는데 정작 몇 년이 지나도 북한이 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이 곧 망한다'는 예측의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북한정권이 아닌, 죄 없이, 이유도 없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 일 것입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논의되어 온 주제이다.
그리고 그 논의를 야기한 배경에는 '북한 정권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이 있었다.
북한에서 출판되는 자료들이 1967년 조선로동당이 ‘유일사상체계’를 채택한 이후 확연하게 출판물에 대한 이중성과 반어적 표현이 늘어나고, 출판물을 독점하여 정보의 윤색과 수정 조작이 만연해 신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올해 당 규약 서문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삭제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결국에 윤색, 수정, 조작이 만연하는 북한의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북한의 미래를 점치는데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들기도 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문헌자료는 지속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주체사상으로 수정하고 있다.
사진은 영화 <굿바이 레닌>에서 레닌 동상이 철거되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사회를 점치는데 북한을 직접 경험하거나, 북한과 신뢰를 갖고 직접 접촉하지 못한다는 점은 왜곡된 출판물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출판되는 자료에 의미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만약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북한에서 출판되는 자료가 이중성과 반어적 표현을 한다는 점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면 분명히 내면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1992년 신년사에서 김일성이 “모든 사람이 다같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살려는 우리 인민의 세기적 념원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주의건설에서 당면하여 우리가 달성하여야 할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한 것은 실제로는 북한 사회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상생기자단 4기 윤정선 기자였습니다.
- 조선말사전 [본문으로]
'통일 미래 길잡이 > 북한 전망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Jeans from North Korea - 북한에서 온 청바지 (0) | 2011.09.27 |
---|---|
북한의 관광정책과 북한의 주요 관광지 (3) | 2011.09.27 |
북한에 있는 유일한 동물원 (0) | 2011.09.24 |
북한의 문학 (0) | 2011.09.23 |
북한주민들의 여름나기 (0) | 201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