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북한 영화'를 생각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저는 무언가 낯설고 함부로 봐서는 안될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미 한국에서 일본 대중들에게 공개된 북한 영화가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바로 1985년 12월에 완성되었던 '불가사리'라는 영화입니다.
▽ 북한 영화가 왜?
불가사리는 1985년 12월에 완성된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남한 영화감독이 만들었습니다. 80년 무렵 북한에납치된 신상옥 씨가 85년에 북한에서 특수효과를 이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북한 영화에 예술적, 상업적 기교를 도입하고자 신 씨를 납북했던 북한 당국은 전세계 개봉을 목표로 영화 제작을 맡겼습니다. 그러나 신 씨가 86년 3월 북한을 탈출하면서 미완성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북한은 다시 새 감독을 기용하고 일본 영화기술팀을 참여시켜 영화를 마무리했다고 전해집니다.
불가사리는 1998년에 해외에서 처음으로 개봉됩니다. 일본 도쿄였는데요, 관객 동원에도 성공했습니다. 괴수영화의 수작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불가사리가 한국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2000년입니다.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문화교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그 첫 조처로 북한영화 '불가사리'의 일반상영을 허가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고려미디어'라는 회사가 불가사리 수입했습니다. 이 회사는 재일조총련계 무역회사인 '서해무역'으로부터 홍길동, 꽃파는 처녀, 그리고 사랑사랑 내사랑의 판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려미디어는 불가사리를 전국의 20여 개 극장에서 상영했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불가사리의 모습. (출처 : 북한자료센터, https://unibook.unikorea.go.kr/main.jsp?sub_num=62&state=view&idx=124)
불가사리의 한 장면. (출처 : 북한자료센터, https://unibook.unikorea.go.kr/main.jsp?sub_num=62&state=view&idx=124)
▽ 불가사리는 어떤 내용일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려 말기에 불가사리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온갖 쇠붙이를 다 먹어치우다가, 조선이 개국한 뒤 사라졌다는 조선시대의 민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불가사리는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민담의 주인공입니다. 쇠붙이 그릇을 병기제 조용으로 바치라는 명령을 거부한 대장장이의 한이 밥풀로 만든 인형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인형은 괴수로 변해 봉건통치에 시달리는 농민들 편에서 통치자들의 무기를 집어삼킵니다. 그러나 계속 쇠를 먹어야만 하는 본성으로 가재도구를 대량으로 먹어 나중에는 오히려 주민의 짐이 됩니다. 대장장이의 딸이 불가사리에게 사라져줄 것을 요구하고 큰 울음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게 된다는 결말입니다. |
자세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줄거리>
인대는 마루산 토적대의 두령으로, 탐관오리들을 무찌르기 위해 마을 청년들을 모은다. 무기 제작을 위한 관리들의 쇠붙이 약탈이 인대네 마을에 이르자 이에 대항하던 청년들과 탁쇠는 관가에 끌려간다.
며칠째 굶고 있는 탁쇠에게 아미남매가 밥을 던져주자, 탁쇠는 이것으로 불가사리 인형을 만들어놓고 숨을 거둔다. 불가사리 인형은 아미의 피를 맞아 생명이 불어넣어지고, 쇠덩이를 먹으면서 점점 자라서 위기에 처한 인대를 구한다. 관가에서는 인대를 잡기 위해 인대어머니를 고문하고, 이에 분노한 청년들은 관가를 습격한다.
왕은 토적대를 소탕하기 위해 황토포사를 보내고 마을사람들과 토적대는 마루산에 올라가 진을 치고 대항한다. 불가사리 때문에 관군들은 힘을 못쓰고, 분노한 황토포사는 아미를 미끼로 불가사리를 제거하려다 군사들만 잃는다.
민중들은 불가사리를 앞세워 진격을 하고, 황토포사는 함정을 파서 불가사리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아미의 도움으로 다시 깨어난 불가사리는 민중들과 함께 도성으로 쳐들어간다. 왕은 이를 막기 위해 대포를 만들어 공격하지만 결국 불가사리에게 지고 만다.
전쟁이 끝나고 불가사리가 쇠덩이를 모두 먹어치우는 천덕꾸러기가 되자 이를 걱정한 아미는 불가사리에게 먹혀 불가사리를 사라지게 한다.
(출처 : 북한자료센터, https://unibook.unikorea.go.kr/main.jsp?sub_num=62&state=view&idx=124)
불가사리의 한 장면. (출처 : 북한자료센터, https://unibook.unikorea.go.kr/main.jsp?sub_num=62&state=view&idx=124)
▽ 불가사리 저작권 논쟁
불가사리를 만든 신상옥 씨는 '불가사리' 방영을 두고 저작권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사 MBC가 '불가사리'와 '사랑사랑 내사랑'의 TV방영 허가를 받은 사실에 대해 방영금지를 요구한 것입니다. 신 씨는 법원에 저작권침해금지 가처 분신청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판결을 받고 말았습니다. 신 씨가 제작진의 일원으로 영화의 '저작인격권'을 가진 것은 인정되지만, 영상저작물 방영 등에 관한 '저작재산권'은 북한의 신필름촬영소가 가진 것으로 본다는 법적 해석 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 불가사리는 그래서...
처음의 높은 기대와 달리 불가사리가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서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불가사리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데요. 그 아쉬움에 답 하듯, 비디오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유투브에 검색하면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30년 전 영화라, 지금 보기에는 조금 유치할 수 있지만 그 시대의 북한 영화가 어땠는지 한 번쯤 호기심에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적극적인 문화 교류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북한 영화, 북한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hVZRKnNPrGg
http://www.rfa.org/korean/in_focus/32991-20000522.html
http://news.joins.com/article/71220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100237
http://nk.chosun.com/bbs/list.html?table=bbs_19&idxno=2051&page=7&total=134&sc_area=&sc_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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