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가 쏘아올린 '고발'
통일부 블로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9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정채윤 기자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화제의 도서,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의 소설집 ‘고발’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4년에 한국에 첫 발간되었지만 많은 빛을 보지 못했던 이 소설집은 영국의 작가단체 ‘펜(PEN)’에서 지난해 하반기 번역상을 받았고 프랑스, 포르투칼, 캐나다, 일본, 영국, 미국 등에서 출간되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20개국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작가가 집필한 문체나 북한의 어휘들을 그대로 살리는 등의 수정을 거쳐 재출간되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탈북기>, <유령의 도시>, <준마의 일생>, <지척만리>, <복마전>, <무대>, <빨간 버섯> 총 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한 권의 소설집은 반디라는 필명을 지닌 북한에 거주하는 작가가 탈북하는 사촌을 통해 반출시킨 원고로 남한에서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 말미에 간략하게 소개된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작가는 북한에서 1994년 김일성 사망 시점에 시작된 고난의 행군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고, 먹고 살기 위해 고향땅을 등지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사회의 민낯을 책을 통해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실린 7개의 단편소설은 김일성시대에 대한 비판이라는 큰 주제에 하나로 묶여 있는 옴니버스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사진은 김정일 사망 당시 눈물로 애도하는 북한주민의 모습이다. 소설 <무대>에서는 이런 상황을 일종의 연극으로 묘사하며 비판한다.
여타 다른 북한 고발 문학과 비교하여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여전히 북한에 거주중인 작가의 신원입니다. 몸을 사릴 법도 한 그의 고발 문학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가감이 없었고, 그래서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북한 사회에 있어서 절대적 존재인 김일성에 대한 고발은 독자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마저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직접적으로 김일성이 극에 등장하는 <복마전>과 김일성 사망 직후 애도 기간이 배경이 된 <무대>를 읽을 때면 이토록 과감한 소설 수위에서 저는 작가 반디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글'
소설에 들어가기 전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짧은 인사말의 일부입니다. 또한 이 인사말의 끝은 ‘독자여!/삼가 읽어다오.’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곱 개의 단편 소설을 하루 한 편씩만 읽어도 적어도 일주일이면 우리는 작가의 피눈물에 적은 이 글을 다 읽게 됩니다. 이 사소하고도 쉬운 일을 마땅히 행하는 것,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권하는 것. 도서 '고발'을 마주한 독자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부디 어디까지 사실일까? 이게 정말 사실이야? 라는 의문 보다는, 그래서 어떻게 이 북한 체제를 끊을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걸까? 하는 물음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 경우, 우리는 북한의 참담한 실상들을 접할 때, 믿기 어려운 마음에서 시작된 ‘에이, 과장됐겠지’ ‘이 정도는 아니겠지’ 하는 반응을 쉽게 내놓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 비참한 실상을 의심하는 일은 접어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합치면 구천에도 차고 넘칠 그 고통의 아우성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밖에선 지금 저처럼 ‘행복의 웃음’소리만이 누리를 울려대고 있는 것이냐! 그것도 결국은 양쪽 손톱을 동시에 뽑히우는 듯한 고통을 당한 오 씨를 선창자로 하는 ‘행복의 웃음’소리가!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 그 어떤 잔학한 마술의 힘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뭇사람들의 고통의 울부짖음을 ‘행복의 웃음’으로 둔갑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소설 <복마전>의 일부입니다. 고통도 행복으로 탈바꿈 시키는 사회에 대한 고발입니다. 작정하고 목숨을 건 작가의 고발을 정말 고발로 받아들이는 것, 함께 탄식할 수 있는 마음은 이 책을 읽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은 공감 하나로도, 문제의식을 함께하는 것에서부터, 작가 반디가 독자들에게 원했던 자신의 ‘고발’에 대한 소중한 ‘응답’일 것입니다. 3년 전 이 고발에 미지근했던 한국 사회가, 또 다시 해외에서 시작된 관심에 한 발 뒤늦게 민족의 고통에 반응했다는,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반성의 마음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반디의 고발에 뜨겁게 반응했으면 좋겠습니다. 억압 속에서 피워낸 그의 고발에,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시렵니까.
끝으로 여전히 김정일, 김정은 시대를 배경으로 집필 중이라는 작가 반디의 신변이 무사함과 동시에 그의 원고가 계속해서 반출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통일 대한민국에서 펜을 쥘 수 있는 기쁨이 북한의 어둠을 위해 자신이 반딧불이 되겠다고 자처한 작가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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