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에 사용된 VX... 북한이 가진 '독'은?

김정남 피살에 사용된 VX... 북한이 가진 '독'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후, 그 죽음의 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는데요.

2월 24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 신경작용제 'VX'가 눈과 얼굴에서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와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화학부 산하 화학무기분석센터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해 예비테스트 결과, 눈 점막과 얼굴에서 'VX'가 검출된 것입니다.

1. 'VX'는 무엇인가?

'VX'는 유엔이 지정한 대량살상무기로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독가스입니다.  국제 협약인 1997년 화학무기협약과 2005년 화학무기협약에 따라 화학무기로 분류돼 있으며 국제사회가 가장 먼저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물질입니다.

애초에 VX는 1952년 영국에서 살충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독성이 너무 강해 사람과 주위 환경에까지 피해를 줬고 곧 전쟁무기로 사용됐습니다. 액체와 기체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하며 VX가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호흡기로 흡입하기만 해도 그 독성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VX의 무서움은 단 한 방울로도 수분만에 사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VX에 노출되면 처음에 콧물과 침, 눈물, 호흡곤란, 시력저하, 메스꺼움, 근육 경련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가 손상되고 근육이 지쳐 호흡을 할 수 없게 됩니다.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VX를 살포해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도 있습니다.

CCTV 속에서 김정남이 수 분만에 의식을 잃은 모습이 설명 가능해집니다.

VX는 영화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1996년 니콜라스 케이지와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더 록'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마지막 순간 VX 가스에 노출 돼 죽을 뻔했지만 해독제 아트로핀을 주사해 살아납니다. 이 외에도 영국 BBC 드라마 '아이 스파이 애포칼립스'에서도 테러 위협물질로 등장했습니다.

영화 <더 록>에서 VX 가스가 장착된 미사일을 분리하는 니콜라스 케이지

하지만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정남을 피살한 여성 용의자가 진술한 대로 VX를 맨손에 바른 뒤 얼굴에 문지르는 식의 범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피부 독성이 매우 강해 그런 식이라면 여성 용의자도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여성 용의자가 VX의 독성을 막을 다른 수단을 강구했거나 다른 물질을 각각 발라 섞였을 때 VX 독성이 나오도록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 배후에 북한이 있는 것일까?

북한은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진 후, 그의 죽음을 '공화국 공민의 심장 쇼크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VX가 검출되고 북한 외교관 직원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한의 주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또한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도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사실상 김정남 암살의 주체가 북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배후설이 점점 확실해지면서 동남아시아와 관계가 악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소환했고 북한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타국에서 자국민을 암살했다면 해당국에 대한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3일 이례적으로 중국을 정면 겨냥해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도 저들의 너절한 처사가 우리의 인민생활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며 핵 계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비난도 수위가 높아져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관측입니다.

3.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작용제'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발간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화학작용제는 총 25종에 이릅니다. 

화학작용제는 화학적 성질로 인명을 살상하는 화합물로 정의됩니다. 화학작용제의 종류에는 신경작용제, 질식작용제, 혈액작용제, 수포작용제, 구토·최루작용제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신경작용제에는 VX가 포함된 V-작용제, 사린 등 6종이 있습니다. 이 물질은 북한이 운영하는 생물무기 연구 및 배양·생산 시설 17개소와 화학무기 관련 시설 16개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양에 있는 국가과학원 소속 제1생물연구소, 평성의 미생물연구소, 평북 피현군 백마리 세균무기연구소 등이 유명합니다. 함흥 2.8 비날론 단지 등에서는 화학무기를 만들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다양한 종류의 화학무기를 대량으로 제조해 한반도 전역에 투사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학무기 보유량도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군과 정보 당국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2천 500~5천t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3년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이 처음으로 북한이 엄청난 양의 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되지 않아 사실상 이런 화학작용제를 생산하는 데에 아무런 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국방부는 화학 작용제에 대해 접촉탐지, 정찰, 원거리탐지 등의 기술과 각종 탐지 장비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동향을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4/2017022401423.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4/2017022401094.html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2/24/0200000000AKR20170224066500014.HTML?input=1195m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2/24/0200000000AKR201702240665000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