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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영화 <공조>와 <의형제>의 평행이론

지난 달, 대학생 통일부 기자단 9기의 합동 조별 활동으로 3조와 6조는 함께 영화 <공조>를 관람하고, 영화에 대해 토론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영화가 '남북합동 수사'라는 독특한 프레임을 안에서 전개 되었던 만큼, 대학생 기자단은 '북한' '통일'이 영화 안에서 어떠한 형태의 메세지로 전달되는 지 눈여겨 보았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특히 기존의 스크린에서 비춰진 북한을 향한 편견과 남한 주도 통일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공조>가 어떠한 측면에서 선행 프레임을 반복 재생한 것이었는지, 영화 <의형제>와 비교하며 전격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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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공조>: 다른 작품, 비슷한 느낌!

Point1: 꽃미남 남파공작원 vs 코믹한 남한 공무원

조원들끼리 공조를 보러 가기 전 우스개 소리로 말했다. "유해진이 뭔가 북한 군인일 줄 알았는데, 북한 군인은 현빈이래." 이미 이 발화 조차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북한 군인' 에 대해 가지는 일종의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 군인은 키 크고 잘생긴 꽃미남이기 보다 친숙한 비주얼 일 것이라는. 햇빛에 그을려 까무잡잡한 피부를 하고, 영양이 부족해 키가 작으며센 인상일 것이라는 편견 말이다그런데, 영화는 이런 편견에 반전을 주듯이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현빈을 북한 군인으로, 코믹 연기 전문 배우 유해진을 남한 경찰로 설정하였다. <의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각같은 외모의 강동원이 남파 공작원으로, 찰진 연기의 대가 송강호가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한다. 스크린에서 꽃미남 배우들이 북한 요원 역할을 맡으면서 이 캐릭터에는 신비감이 한층 더해진다. 무뚝뚝하고, 절제되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하는, 생각보다 훨씬 잘생긴 북한 요원의 이미지는 생동감을 띄게 된다. 특히, 대중들은 평소에 북한 군인을 접하고 만나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설정은 상상 속에서 판타지를 형성해 내기에 수월한 면도 있다. 반면 남한 요원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은 느낌의,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이다. <공조>에서 유해진이 맡은 강진태 역은 캐릭터 자체에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았다. <의형제>에서 송강호가 맡은 이한규 역은 전자보단 톤 다운되었을지라도 수갑을 스스로 채우고 열쇠를 찾지 못하는 씬 등에서 관객을 웃게 했다. 대중들은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의 남한 공무원에게 판타지를 갖기보단 호감을 가지며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외에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북측 당 인사나 다른 국정원 요원이 이들의 의리와 우애를 가로 막는 장애요소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공조>에서 김주혁이 맡은 차기성 역은 현빈과 유해진이 스스로의 가족을 지키는 것과 우애를 지키는 가운데 갈등하게 만든다. <의형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명 그림자가 강동원과 송강호를 위기에 놓이게 만든다. 잔인하고, 철저한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북한 소속 요원이며 이는 대중들로 하여금 북한인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만든다. 동시에, 이들이 쳐 놓은 장애를 극복하며 극 중 주연들 간의 우애는 한 층 더 값진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Point2: ‘가족코드를 통해 극복하는 분단의 상처

    

흥미로운 점은 <의형제>, <공조> 에서 인물들이 각자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전자에서 강동원은 북에 두고 온 딸과 아내가 있고 송강호는 영국에 이혼한 아내와 딸을 그리워한다. 이들은 비슷한 가정사에 공감하며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풀고 동질감을 얻는다. 두 사람 모두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장면은 결국 우리도 같은 인간이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공조>에서도 현빈이 북에서 아내를 잃은 상처가 있었기에 유해진이 아내와 딸을 잃을 위기에 봉착할 때 그를 도으러 간다. 특히 가족들과 오순도순하게 밥을 먹는 씬들이 자주 등장하며 우리가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찾아야 할 행복과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다시금 상기시킨다. ‘가족이라는 휴머니즘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승화하고 통일을 희망하는 영화의 전개는 충분히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민족이기에 통일해야 한다.”라는 식상한 논조를 반복한 측면도 있다. 이후의 영화에서는 통일을 하면 미래사회가 어떻게 발전할지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해보면 참신할 것이다.

 

Point3: 먼저 용서하는 남한

       

Point 1 에서 언급했듯이 두 영화에서는 남쪽 인물들이 형으로, 북쪽 인물들이 동생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갈등의 고리를 먼저 푸는 역할들은 남쪽 인물들이 수행한다. 가령, <공조>에서 유해진은 차가운 현빈에게 먼저 친해지고자 시도한다. 물론 속셈을 가진 행동이었지만 그의 허점투성이 꿍꿍이들이 현빈에게 다 들통난 상황에서, 북한 군인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함께 격투전을 벌이며 협동 수사를 하는 유해진의 모습에는 남다른 배려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빈의 아내가 아기를 임신한 상태에서 차기성(김주혁)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연을 듣고 국정원이 가져오라고 지시했던 동판을 그냥 내어준다. <의형제>의 현빈과 송강호가 제사를 지내는 장면에서도 송강호가 먼저 신분을 밝히고 이제 나도 모르겠다. 모든 게 잘 풀리면 이 일이나 제대로 한 번 키워보자. 너나 나나 그 좋은 기술 어따 쓰겠냐. 우리 뭉치면 대박 날거야.”라고 말하며 앙금을 풀고 화해를 청한다. 이러한 장면들을 시발점으로 북측 남파공작원들은 다시 남쪽 공무원들을 도우며 사건을 함께 해결해 나간다. 영화의 전개는 흡사 전쟁기념관 앞에 있는 형제의 상을 떠올리게 한다. 국군 형의 품에 인민군 아우가 안겨 있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남한 군인과 왜소한 북한 군인이 화해하는 모습에는 어딘가 모르게 위계질서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형이니까 우리가 먼저 화해하고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라는 패러다임안에 작품들이 갇힌 건 아니었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통일은 우열을 가리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타협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