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영화 속 북한 사람의 캐릭터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은 더 이상 동정의 대상이나 절대 악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감정이입할 수 있는 사연을 지닌 엘리트나 사랑도 할 줄 아는 인물로 나옵니다. 최근 MBC드라마 '불어라 미풍이'는 탈북자 김미풍의 사랑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미디어 속에서 북한 사람은 어떤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을까요? 유형별로 나눠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간첩”입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쉬리> 속 ‘북녀(김윤진)’ 는 “간첩”캐릭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북녀는 카리스마 있는 스파이 캐릭터로 나타납니다. 조국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임무를 처리하는 강인한 여전사지만 끝내 사랑하는 남자를 죽이지 못하는, 로맨스를 가슴에 품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살인병기 남파간첩 ‘원류현(김수현)’이 있습니다. 북한 최정예 요원 류현은 바보 임무를 띠고 남파된 북한 엘리트 요원이지만, 결국은 어머니의 안부를 걱정하는, "평범한 나라에 평범한 집에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서 계속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것을 꿈꾸는 인물로 나타납니다.
이외에도 2010년에 개봉한 <의형제> 속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과 <베를린>의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탈북자(북한이탈주민)”입니다.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는 천재 탈북 의사이자 미스터리한 과거를 지닌 ‘박훈(이종석)’이 있습니다. 박훈은 탈북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남한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박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북한 이탈 의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는 탈북여성 ‘김미풍(임지연)’이 있습니다. 김미풍은 북한에서는 평양음악대학 무용학과를 다니는 등 ‘금수저’ 집안의 귀한 딸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부모님과 탈북을 하게 되어 힘겨운 한국 생활을 합니다. 김미풍이라는 캐릭터는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을 보여주며, 이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탈북자의 삶 또한 보여줍니다.
세 번째는 “북한 출신 엘리트”입니다.
MBC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는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 교관 ‘김항아(하지원)’가 있습니다. 김항아는 북한 통일부부장 외동딸, W.O.C 남북 단일팀 조장, 최초의 조선 인민군 저격여단 여자 군관, 최초의 남북 이중국적 소유자 등 화려한 스펙을 가진 '전설의 마녀교관'으로 불리지만 남자에게는 한 여자이고 싶어 하는 캐릭터입니다. 남북이라는 이념만 존재할 뿐, 한없이 자신감 넘치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조>에는 북한형사 ‘림철령(현빈)’이 있습니다. 림철령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과묵함과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나타납니다. 자신의 임무를 방해하는 남한형사를 민첩하게 따돌리다가도 낯설고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길을 잃고 남한형사의 잔꾀에 쉽게 넘어가 수사에 혼란을 겪는 등 반전 면모를 보여줍니다.
현재 한국 미디어 속 북한 사람은 간첩, 탈북자, 북한 출신 엘리트 등 주· 조연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사람이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을 말합니다. 더 이상 북한 사람이 '남'이 아닌, 일상을 함께 하는 '우리'라는 인식이 담겨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다가올 '통일'을 위해 한국 드라마, 영화 속 모습처럼 남북한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의 삶을 예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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