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연변, 어디까지 가봤니? ①북중러 접경지역, 훈춘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연변 지역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통일에 관심을 갖고 여러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이 함께했습니다. 북중접경지역을 답사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연변 지역을 중점적으로 답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회에 걸쳐 연변지역 특집기획, "연변, 어디까지 가봤니?"를 연재합니다.

[기획특집] 연변, 어디까지 가봤니?

 ①북중러 접경지역, 훈춘

 ②한국대학생-연변대학생 간담회 (클릭!)

 ③백두산(북파) (클릭!)

 ④유일한 통일인(統一人), 김진경 (클릭!)

 ⑤만주침탈의 중심, 간도총영사관 (클릭!)


서간도와 북간도(동간도) 위치. 흔히 간도라고 하면 북간도 지역을 말한다. 북간도는 조선시대까지 우리 영토였다.


연변(延邊, 옌볜)은 두만강 이북 지역을 일컫는 말로, 중국 동북3성의 남동부, 한반도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정식 명칭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이며, 연길(延吉, 옌지)이 연변의 주정부가 있는 중심 도시입니다. 한반도 북부의 간도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토문강을 중심으로 서쪽을 서간도, 북쪽을 북간도(혹은 동간도)라고 불렀는데, 연변이 바로 북간도 지역입니다. 연변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한반도에서 대거 이주한 조선족들이 살고있는 지역이며, 조선시대까지는 조선의 영토였으나 1909년 간도협약으로 중국 영토로 편입된 지역입니다.


연변의 중심인 연길시의 한 건물 모습. 조선족자치구에서는 대부분 중국어와 조선어(한국어)가 병기되어있다. 디자인도 세련된 모습이다.



연변은 특히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이 만나는 접경지역이기도 합니다. 그 중 훈춘시는 3국의 국경이 겹쳐있는 곳으로, 향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북중러의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훈춘의 권하(圈河)세관(맞은편 북한 원정세관)에는 신두만강대교가 건설 중으로, 중국에서 북한의 나진-선봉으로 가는 길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6년 7월 현재 다리 상판 한 칸만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권하-원정세관은 예전부터 북중 교역의 주 통로 중 하나였으며, 중국은 이 곳을 통해 북한 나선으로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나선은 다른 지역보다 전기 시설이 발전돼있습니다. 훈춘이 북중 관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두만강대교 위치. 중국 연변-훈춘에서 북한 나진선봉지구까지 곧장 연결되는 길목이다.

신두만강대교의 모습. 사진에 보이는 땅이 북한 '원정리'다.


신두만강대교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방천 풍경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방천은 북중러 3국의 국경이 접하는 곳입니다. 중국은 이 곳을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 한 눈에 세 나라를 본다)이라고 표현합니다. 러시아 전공자인 서울대학교 하용출 교수 등은,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동아시아의 경제 교역이 활발해지면 방천 지역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시장을 만들어 교역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고, 바다에 접한 만큼 한국, 일본까지 함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 지역이 교역특구로 지정되어 무비자 혹은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면, 이 지역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 영토는 동해까지 다다르지 못하는데, 여기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청나라 시절인 1886년 청과 러시아는 이 지역의 국경 문제를 두고 협상했는데, 당시 청의 대사였던 오대징(吳大徵)은 영토를 바다까지 확정하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아 비석을 들고 방천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대징은 술을 워낙 좋아해 비석을 놓기 전날 과음하여 비석을 명령받은 위치에 놓지 못했고, 결국 이것이 패착이 되어 러시아 대표 바라노프와의 협상에서 중국의 영토가 동해까지 닿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비석을 토자패(土字牌)라고 부르며, 중국 연변 지역에서는 이를 치욕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토자패


오늘날 중국은 동해에 직접 관리하는 항구를 가지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땅을 구입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동해로 향한 도로만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도를 보시면, 신두만강대교부터 방천 풍경구까지 중국 영토가 동물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그 곳이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땅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해 바로 앞까지만 땅을 팔고, 동해에 직접 닿는 해변은 팔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중국에 파는 대신 큰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훈춘에서 방천으로 향하는 도로 왼편. 흰색 기둥 사이로 철조망이 쳐져있는데, 바로 너머가 러시아 영토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도로 부분의 땅만 구입했다.


방천 풍경구 관광객봉사센터(관광센터). 중국에서는 센터를 중심(中心)이라고 부른다.


방천 풍경구 관광탑 앞에 있는 벽.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 한 눈에 세 나라를 본다)이라고 적혀있다.


방천 풍경구 관광탑


방천 풍경구 관광탑 위에서 찍은 기념사진. 안개가 끼어 아쉽게도 별 것도 보지 못했다.


훈춘과 포항은 자매도시다.


훈춘과 연길 사이의 도문시에는 두만강 강변공원이 있으며, 이 곳에서는 북한 남양시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 있는 도문대교(조-중 우의교)는 절반까지가 중국령, 나머지 절반이 북한령으로, 운이 좋다면 중국령 절반까지 걸어가볼 수 있습니다.


도문시 두만강 강변공원에서 바라본 북한 남양시. 군데군데 김일성 삼부자 사진과 찬양 문구를 볼 수 있다.



도문대교. 중간까지가 중국령이고, 건너편이 북한 남양시다. ⓒ최수지(통일부 상생기자단 4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답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다리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훈춘은 동북아 지역에서 북중 교류 지점 가운데 상당히 중요한 지역입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해 있으며 동해와 가까워 발전 잠재성이 아주 높은 지역이며,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점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이 곳에 방문했을 때는 남한출신 주민, 북한출신 주민, 중국인, 러시아인, 일본인까지 뒤섞인 시끌벅적한 시장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