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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미 의회 브리핑: 케네스 배, 735일간의 노동


안녕하세요, 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 입니다. 저는 지난 5월 미 의회에서 열린 브리핑 ‘Congressional Briefing & Discussion with Kenneth Bae’에 다녀왔는데요, 이 브리핑에서 북한에 735일간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는 북한을 방문하던 중 2012년 11월 ‘국가전복음모죄’로 체포되어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아 강제노동을 하다가 2014년 11월 석방되어 미국으로 돌아왔는데요, 지난 3월에는 북한에서의 회고를 담은 저서 ‘잊지 않았다 (Not Forgotten)’를 출판했습니다. 브리핑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찰스 랭글 하원의원은 우리 모두가 (심지어는 중국까지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에 책임이 있다면서, 케네스 배가 무사히 돌아와 증언해주어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른쪽부터 찰스 랭글 하원의원, 케네스 배, 조세프 디트라니 대사, 릭 라슨 의원 (사진 직접 촬영)


북한 입국에서부터 체포되기까지

케네스 배가 처음 북한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2010년 북한 정부로부터 받은 초대장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북한의 라진 지역에는 이미 외국인들이 경제개발 명목으로 출입하고 있었는데 케네스 배는 초대장에 대한 답장으로 북한 정부에 라진 지역에 외국인 관광객을 데리고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이 최초로 서양 관광객의 입국을 허락한 사례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케네스 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2차례의 외국인 관광을 계획하였는데, 18번째 관광 중이었던 2012년 11월 3일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당시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중국, 북한에서의 선교 활동 기록이 담긴 하드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발각되면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케네스 배는 실수로 하드 드라이브를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결국 재판에 넘겨지고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노동교화형 선고 후 교화소에서의 생활

케네스 배는 노동교화소에서의 생활이 매우 힘들었다고 회고했는데요, 일주일에 6일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농장 일을 하거나 땅을 파고 바위를 나르는 등의 노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에서 케네스 배의 건강에 매우 신경을 썼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거나 몸이 안 좋을 때는 병원에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2013년 케네스 배가 평양의 병원에 있을 때는 그의 어머니와 면회를 하기도 했는데, 당시 어머니를 통해 북한 밖에서 미국 정부가 자신의 석방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사실이 교화소에서 지내는 동안 매우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증언하는 케네스 배 (사진 직접 촬영)


케네스 배는 북한에 처음 입국한 후 2년 동안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었고, 체포된 뒤 2년 동안 수감자로서의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면서, 북한은 하나의 거대한 감옥 (cell)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외부의 미디어, 대중, 정부에 의해 잊혀지지 않았던 것처럼 북한 사람들도 외부에서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의 저서의 제목을 ‘잊지 않았다 (Not Forgotten)’로 지었다고 하는데요, 아울러 여전히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김동철과 오토 웜비어의 석방도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증언이 끝난 후 따로 케네스 배와 대화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메일 주소의 끝이 103으로 끝나서 103이 무엇을 의미하냐고 물어보니 웃으시면서 교화소에 있을 당시 수감번호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정말 이 분께는 북한에서의 시간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케네스 배의 증언을 기억하고 공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