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5월 3일에 다녀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중앙일보의 공동연례포럼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2016년도 포럼의 주제는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Exploring a New Paradigm on the Korean Peninsula)이었는데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기조연설, 오찬강연, 세 번의 토론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전해드리고 싶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사를 두 편으로 나눠 북한을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진행된 세 번째 세션만을 다룰 예정입니다.
첫 번째 세션의 주제는 '북한은 어디로 갈 것인가 (Whither North Korea)' 였습니다. CSIS의 한국 석좌인 빅터 차 교수가 진행을 맡았고, 이화여대 서훈 교수, 크라우치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세종연구소 정성창 연구원,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특보가 토론자로 참여하여 북한의 내부정세와 앞으로의 북한 문제 전망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서훈: 김정은 정권은 불안정한 상태지만 막연히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부터 북한 붕괴론이 대두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북한은 건재하고, 이제 북한 붕괴론에 기대하기 보다 다른 전략을 강구해야 합니다. 북한 내부는 상당히 통제된 사회이고 북한 주민들도 민주주의, 인권 등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즉, 현재의 북한 사회는 내구성이 매우 강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김정일과 김정일의 측근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상태로 협상에 임했던 김정일 정권 때와는 달리 현재는 상대적으로 김정은과 김정은의 측근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김정은을 만나고 대화를 시작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성창: 김정은은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현대화와 개방을, 군사적으로는 군사강국을 추구하는 것인데, 김정은은 김정일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니면서 군사지도자로 키워졌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실제로 김정일 때보다 군사적인 측면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고 많은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이 수년 내 수소폭탄을 가지게 되고 ICBM과 SLBM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 내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조사에 의하면 국민 3분의 2가 핵무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우산은 멀리 있고 북핵은 가까이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한다면 4천기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이 북한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데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당장 적극적인 협상에 주력해야 하고, 곤란할 경우 한국이 핵을 개발하고 핵을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크라우치: 북한은 특히 핵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일관성을 보여 왔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를 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지역안보에서 나아가 세계안보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핵확산도 다른 중요한 요인입니다. 북한과 이란과의 협력은 특히 위험합니다. 북한의 핵 능력이 북한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한국이나 아시아가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아인혼: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과 군축 협상을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북한은 몇 백 기에 달하는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상당 부분에서 군사력의 진전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핵 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하기 까지 포기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특히 핵 문제에서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 정권의 붕괴보다 북한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 제제와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서훈: 북한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협력하여 대응해나갈 수 있는지 입니다.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은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압박만으로는 북한을 다룰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압박을 받았을 때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이 받게 됩니다. 북한에 제재와 협박 일변도로 나아갈 때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성창: 국제적 고립과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북한이 느끼는 체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 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88세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건강 문제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고, 그 자리에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임명될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최룡해는 김정일의 칙사로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외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할 경우 상임위원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당 중앙위원회 국제비서를 맡고 있는 강석주도 건강 문제로 활동을 못하고 있어 새로 선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새로 선출된 국제비서를 초청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아인혼: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지만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북제재에서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이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물론 중국이 말했던 것처럼 압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압박과 외교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외교는 압박 없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제재가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도록 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북한이 일정 기간 핵 시설을 동결하는 정도까지는 고려하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한다면, 중간 목표는 핵 시설의 동결이 될 수 있습니다. 중간 목표라고 언급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북한을 절대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인 목표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미국과 6자 회담 당사국들의 공통된 목표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북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입니다. 북한이 일정 기간의 핵 시설 동결을 고려하게 될 경우 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어느 정도의 보상이 적합하며 납득 가능할 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상 1시간 15분간 진행된 토론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여드렸는데요, 전반적으로 대북제재에 집중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재를 병행하면서 이제는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단, 대화를 시작하면서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대해 한국과 미국 내부에서는 물론 양국 사이에서도 긴밀하게 조율해나가야겠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세션과 마크 리퍼트 대사와의 인터뷰를 다룹니다. (보러가기 >>클릭) 제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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