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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통일이야기>, 어느 연극연출가의 아름다운 꿈

  안녕하세요! 8기 대학생 기자단 이준호입니다. 오늘은 공연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현재 탈북하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출신 예술인들은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약 1%로 200여명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의 왕성한 활동에 비해 한국에서는 그 예술 적 재능을 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 북한 예술에 대한 구조적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았고, 예술인 이탈주민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함께 북한이탈주민 전반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체 상황 속에 자신의 영역에서 소통의 연대를 만들어보고자 작은 발을 뗀 공연연출가 한 분이 있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정착과 올바른 통일을 테마로 활동하는 연출가 오김수희님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통일 이야기>,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준비한 그녀의 공연예술 속 통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연극연출가 오김수희님

 

 “대학교 3학년 영문학 희곡 수업 때, ‘연극’ 이라는 존재를 처음 맞닥뜨렸어요. 그 때, ‘이게 뭐지? 내 안에 이 꿈틀거림은 뭐지?’ 그렇게 만났습니다.” 어촌 시골마을에서 자라 고등학교 시절에야 겨우 단체관람 연극으로 라이브 공연을 처음 접했다는 오김수희 연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어영문학 재학 중인 대학 시절 희곡(드라마) 수업을 듣게 되면서 연극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갖게 되어 졸업 후, 밀양연극촌에서 2년간 합숙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극단 ‘물리’ 에서 무대연출, 조연출 경험을 거쳐 2009년 연출가로서 첫 작품을 올리게 됩니다.

 “첫 작품은 스페인 원작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 작/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를 번안한 <맹목 (盲目 Blindness) >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시각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성황리에 내린 데뷔 공연의 끝에, 기쁨보다는 제가 연출로서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절망했었어요. 제 바닥끝을 본 느낌.” 그리하여 그녀는 연극연출가로서의 삶의 방향을 다시 잡기 위해 영국 런던 유학을 준비하게 됩니다. “데뷔 공연 이후,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통일한국에 대한 그림이 이때 자리 잡게 되었어요. ‘그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내가 내 분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공연예술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어느 순간... 하루살이 연극쟁이로서는 감히 품을 수도 없는 큰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통일한국 평양(Pyungyang, United Corea)에서 개최되는 세계(평화)올림픽의 개폐막식 예술 연출’ 을 꿈꾸다!

 “그 거대한 꿈은 바로 통일한국 평양에서 열리는 세계평화올림픽의 개폐막식 공연을 연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올림픽이 그곳에서 열릴 수 있다는 것은 곧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적 용인 수준으로 해결되었다는 뜻이고, 그들이 건강하게 세계 시민으로서 민족간, 국제간에 소통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세계 평화의 아이콘인 올림픽이 북한 평양에서 열린다면 그것만큼 전세계가 진심으로 축하하고 동참할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러던 중 오김 공연장이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일생일대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런던 유학 중, 어느 날 미국 국적의 흑인 영국 노동자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주로 대형건축물(* 대형 다리, 교각, 고층 건물 등) 전문 노동자였는데, 마침 제가 영국에 가 있던 2012년에 런던올림픽이 열렸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사에도 참여했다는 그가, 어느 날 천진난만한 저의 이 꿈에 대해 듣더니 갑자기 숨을 멈추고 저를 빤히 보며 새까만 얼굴 위로 뚝뚝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너, 그거 꼭 해라. 정말 꼭 해라. 너희는 형제나라다.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한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 축제 꼭 보겠다.’ 며 혼신을 다해 격려해 주었습니다. 정말 놀람과 부끄러움, 깊은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어요. 일면식도 없었던 둘이 마주 끌어안고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느꼈어요. ‘한반도 문제를 평화의 관점에서 간절히 바라보는 외국인 친구들이 있구나, 우리가 조금 더 진실 되게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세계의 우리(도 만나본 적 없는) 친구들이 우리를 응원하겠구나, 우리 끼리만이 아닌, 세계가 축복하는 통일을 정말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큰 격려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런 이익관계도 없는, 한국 땅을 밟아본 적도 없는 한 외국인의 진심에 비해,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살피고 고민해보지 못한 스스로를 뼈아프게 반성하기도 했죠. 그래서 통일을 위해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첫 연극 작품 <내가 주는 물 (living water)>을 올리다!

 한국으로 돌아온 오김 연출은 이후 북한의 문화, 말, 공연 등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외래어가 익숙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공연분야에 ‘포스터, 팜플렛, 시놉시스’‘공연화, 공연책, 줄거리’ 등으로 순화하는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북한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이야기, 전시 그리고 기사들을 계속 접하고 관련 특강, 아카데미 등에도 참석했습니다.

 마침내 오김수희 연출은 지난 2014년 11월,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첫 연극 작품 <내가 주는 물 (living water)>을 대학로 한 소극장에 올리게 됩니다. 북한이탈주민 아주머니와 그녀를 돕는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출연하는 2인 창작극인데, 서로의 분노와 절망, 냉소와 할큄을 주고받다가 궁극에 모든 걸 쏟아놓고 인간 대 인간,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새터민이든 다문화든 청각장애인이든 시각장애인이든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 대화할 때는 나의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스스로/서로 인정하고 감안하고, 겸손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으려고 하면, 혹여 상대방이 꼬여 있더라도 열린 자가, 베풀 수 있는 자가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계속 멈추지 않으면! 하는 마음을 연극에 담고 싶었어요. 지금은 어쨌든 상황적으로 우리(한국)가 선의를 먼저 쓸 수 있는 상황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것, 그런 부분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오김 연출은 연극 이외의 다른 분야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만나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기업, 여행 컨텐츠, 교육, 국제관계, NGO, 법, 평화운동 등 여러 분야의 통일 관련 전문가들과 만나 책과 자료를 나누고 생각을 교류하는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렇게 최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주관 남북경협 아카데미를 수료했네요. 같은 꿈을 꾸면서 가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서로 격려를 주고받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연극 '내가 주는 물'의 무대 스케치 (출처: 무대디자인/박은혜)

 

  예술은 ‘다름’의 미학. 새터민들의 다름은 또 하나의 창조 생명력이 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연출가로서 예술이 갖는 의미와 의의가 궁금해 묻자, “다른 분야에 비해 예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본인의 열정과 창의성이 굉장히 큰 요소입니다. 상상력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누구든 참여가 가능한 분야죠. 즉, 다르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운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실제적인 생명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 예술 분야입니다. 예술에는 우열이 없기 때문이죠.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 분야가 북한이탈주민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저변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한 반도 민족성과는 다른 북한 대륙 민족성의 예술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러한 기회 발판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지속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올해 11월에도 북한과 중국 국경 소수 민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의 조선족, 고려인들의 이야기도 다루어 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통일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물었습니다. “저는 지금 시점에서 ‘절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제란 우리가 지금 여기 남한의 일상에서 얼마든지 잘 먹을 수 있고, 잘 입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죠. 내가 점심을 먹을 때 저녁을 먹을 때, 지금 북한에 있는 주민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적게 먹고, 그들 앞에서 쇼핑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겁니다. 이렇게 “지금 여기” 일상에서 그들과 “함께” 있다고 자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작은 부분이지만 결국 이러한 노력과 마음들이 모여서 올바른 시민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뉘엿뉘엿 지던 해는 어느 덧 온전히 그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걷는 밤골목은 제법 시원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인터뷰 도중 떠올랐습니다. 예술에 대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한 사람의 진심이 과연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통일이야기>는 다음편에도 계속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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