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체제유지에 이용되는 공화국 영웅
여러분은 故 강재구 소령을 아시나요? 필자가 2006년 훈련병 시절,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할 때 故 강재구 소령의 일화를 훈련소 조교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65년 8월 31일 월남 파병에 지원하여 맹호부대 1연대 3대대 10중대장으로 보직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965년 10월 4일 월남 파병을 앞두고 중대원들과 함께 실전훈련을 하던 중 자신의 병사 한 명이 수류탄을 잘못 투척하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故강재구 소령
전 중대원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위험에 처하자 故 강재구 소령은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쳐 부하들을 구하고 자신은 장렬히 산화하게 됩니다. 자신의 한 목숨을 희생하여 수십 명 부하들의 생명을 구한 故 강재구 소령은 현재 제51묘역 2번 묘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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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강재구 소령의 묘놀랍게도 이와 똑같은 일화가 북에도 존재하였습니다. 1990년대 첫 영웅으로 칭송받는 故 김광철은 1990년 1월 군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안전고리가 풀린 수류탄을 故 강재구 소령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으로 덮쳐 자신의 부대원을 구하고 산화한 인물입니다.
살아온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상황에서 보통의 사람이라면 내리기 힘든 결정을 타인을 위해 결단하고 자신을 희생하였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에 모범이 된 사례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 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남과 북이 사뭇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故 강재구 소령의 숭고한 군인정신을 기리며 소령으로 특진, 4등 근무공로훈장을 추서하였고 그가 속했던 대대를 ‘재구대대’라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그의 모교인 서울고등학교에는 기념비를 새우고, 육군사관학교에는 그의 동상을 세웠으며, 육군에서는 ‘재구상’을 제정하여 매년 모범 중대장에게 재구상을 선발, 시상하고 있습니다. 故 김광철은 죽은 지 한 달 뒤에 ‘공화국 영웅’ 칭호가 수여되었으며, 그의 모교인 룡문중학교를 ‘김광철 중학교’로 개명하고, 학교에는 그의 동상도 세웠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나 북한 모두 비슷하게 보이지만, ‘공화국 영웅’이라는 호칭이 큰 차이점을 가져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모범 사례를 순수한 의미에서 표창하고, 보상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모범사례에서 체제의 영웅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자신들의 체제를 인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것보다 故 김광철과 같은 사례를 제시, 체제의 영웅이라 칭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본받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미는 故 김광철에게 수여된 ‘공화국 영웅’이라는 단어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故 김광철과 같은 사례 뿐만 아니라 고난의 행군 시기에 문화회관, 목욕탕 등과 같은 건물을 짧은 시기에 건설하였거나, 남들이 버린 발전기를 수리해서 전기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한 사례까지도 애국활동을 한 사회주의 애국자로 포함되어 수 많은 표창을 받고 있습니다. 이 또한 체제의 영웅으로서 인민들의 정신교육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누구보다 숭고한 희생을 한 사람까지 체제의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필자는 조심스럽게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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