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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왜 시급할까요?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2월,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제19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벌써 약 160일 전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변화를 재촉하기 마련이지만 이는 이산가족상봉재개와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변화와 진전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는 지난 2월 작별상봉과 함께 멈춰버린 것 같습니다. 이산가족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에 단비를 내려줄 희망적인 소식은 현재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상봉소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의 숫자가 무려 천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도리어 믿겨지지 않을 뿐입니다. (*2014.3.1~2014.6.30 공식 집계된 이산가족사망자수= 1,103명)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상봉 직후 북한과 실무접촉을 제의하는 등 이산가족상봉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거절과 미온적인 대응으로 상봉재개에 대한 움직임은 별 다른 동향 없이 정체되어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북한은 이산가족상봉 행사 이후 지금까지도 각종 미사일 도발을 강행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긴장수위를 드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도 분석해 보았지만 남북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입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경색국면에서 상봉 행사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의사와 더불어 우리 측에 체육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등 남북문화교류영역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동안 굳어있었던 남북교류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나아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움직임이 이산가족 상봉재개라는 작은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로도 이어지지 않을 까 내심 큰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남북문화(체육)교류를 통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룩하기를,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이산가족에게 들려오기를 국민의 일원으로서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오늘 기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하는 주제는 바로 이산가족의 '고령화'입니다. 지난 기사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하였듯이 고령화는 오늘날 이산가족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화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무엇이며 최근 이산가족정례화 문제가 왜 대두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산가족생존자 연령별 통계(infographic① 이산가족 생존자 연령비(2014)를 보면 70세 이상비율이 전체의 8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0명 중 8명이 고령화상태임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을 풀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자"며 이산가족 고령화에 따른 상봉의 시급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통계자료(2003~2014)를 위와 같이 그래프로 나타내면 현 시점에서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가 왜 절박한지 그 이유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란 인구학적 측면에서 한 사회의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상태를 일컫는 말로 대게 65세 이상의 인구를 가리킵니다. 이 기준을 이산가족 생존자현황에 접목시켜 봤을 때 통계자료가 최초로 등록된 2003년부터 이산가족은 이미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60대 이상의 비율이 전체의 80%를 웃돔).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해를 거듭해 나갈수록 고령화의 구성비에 있어 80~90대의 초 고령의 비중이 눈에 띄게 상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고령화(65세 이상)비율은 70%를 유지하고 있지만 70대 이하의 이산가족 숫자는 현재 반 토막으로 줄어든 반면 80세 이상의 이산가족 숫자는 최근 들어 50%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초기 2%에 불과하여 그래프에 수치조차 나타나지 않았던 90세 이상의 이산가족도 불과 10여 년 사이 5배나 증가하여 10%를 초과한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산가족사망자 통계(infographic② 이산가족의 고령화는 이산가족의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정례화가 시급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산가족 10명 중 8명이 고령화상태이며 이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초 고령화 단계에 진입하였음을 위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이산가족들이 마음속에 새겨둔 가족을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것이 전 국민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은 야속하게도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즉 이산가족의 고령화문제는 이산가족의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서는 고령화문제와 더불어 이산가족사망자 통계자료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합니다. 사망자에 대한 통계자료가 등록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사망자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통계자료 수치로 연평균 사망자 숫자를 계산해 봤을 때 매년 약 3800명의 이산가족이 운명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이산가족의 고령화 문제가 이산가족 사망률 증가에 점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270여 명이었던 이산가족 월평균 사망자수는 올해 들어 300명 가까이 늘어났으며 2014년 상반기(6월)까지 집계된 사망자 데이터만 봐도 그 간격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음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사망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이산가족 정례화 문제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움직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산가족 사망률 변화(infographic③ 이산가족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보았을때 적어도 수년 내에 이산가족 사망자수가 생존자수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앞에서 살펴본 이산가족 생존자와 사망자의 변화추이를 그래프로 만들어 봤습니다. 첫 번째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빨간색으로 표시된 네모입니다. 초기 7만 명 이상 차이가 났던 생존자-사망자의 격차는 2014년에 접어들면서 거의 만 명 가까이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연평균 사망자 수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이산가족의 사망률을 드높이는 고령화라는 변수로 인하여 적어도 수년 내에 사망자수가 생존자수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번째 그래프는 이산가족 생존자수의 향후 전망을 나타낸 것입니다. 기존 이산가족의 사망률과 생존자의 연령비(2014년 현재 70세 이상이 전체 이산가족의 81.3%를 차지.), 성비(남성63.5%>여성36.6%), 그리고 한국인의 기대수명(남성 77.65세, 여성 84.45세)등을 고려해 봤을 때 이산가족의 생존자숫자는 2020~2030년을 기점으로 급감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최소 2040년을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이산가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드리워집니다.

제 기사의 제목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는 왜 시급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언제 다시 상봉 행사가 개최될 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을 목 놓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의 마음을 우리는 헤아릴 수 조차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혈육과의 재회를 가슴속에 품은 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앞으로 하염없이 늘어날 것임을 위의 자료들이 방증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수십 년 뒤 우리 사회의 모든 이산가족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역시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상봉을 재개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상봉을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기가 현재로써는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설령 상봉 행사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문제입니다. 소위 '상봉로또'라는 말이 있듯이 상봉에 있어 인원이 극히 제한되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고령화에 진입한 모든 이산가족이 살아 생전에 가족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의 고령화 문제를 고려하여 상봉 일정 및 방식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를 수립해야하고 북한에게 이 사안을 지속적으로 제의,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역시 우리의 제의를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오직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이산가족의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이산가족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힘쓰는 그 날이 도래하기를, 나아가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가 정착되어 모든 이산가족이 상봉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분단국가 국민의 일원으로서 절실히 기원해봅니다. 이상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 남궁바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