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위성, 인터넷 같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 집의 내 방에서 세계 각국의 뉴스 생방송도 어렵지 않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신청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한국의 각 가정들은 기본적으로 수십 개의 채널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뉴스, 스포츠, 주식, 게임, 아동 등 다양한 분야들로 방송 채널들이 더욱 세분화되어 방송 채널이 수 백 가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채널을 가장 많이 보시나요? 그리고 어떤 방송을 가장 즐기시나요?
다양한 방송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우리와는 상대적으로 북한의 국민들은 채널 선택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 못합니다. 북한은 3개의 텔레비전 방송국(조선중앙텔레비전, 만수대텔레비전, 체육문화방송)이 있지만 그나마 있는 이 3개의 텔레비전 방송국 중 ‘만수대텔레비전’, ‘체육문화방송’은 평양에만 제한적으로 송출되고 있으며, ‘조선중앙텔레비전’(이하 조선중앙TV)만이 북한 전역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늘어난 방송시간이 주당 약 62시간?
한국에선 각 채널별로 보통 오전 6시에 방송을 시작하여 다음날 자정 즈음 애국가와 함께 방송 편성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하루 방송편성이 18시간 이상 되는 거지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행사나 재해 상황의 경우 일시적으로 24시간 방송도 하고 뉴스 전문채널이나 영화-드라마 전문채널 같은 24시간 방송도 다수 존재합니다.
평일, 조선중앙TV의 조정화면입니다. 보통의 경우 오후 3시(15시)에 방송이 시작됩니다.
북한은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전력난의 결과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까지 주당 방송시간이 약 47시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말부터 방송 편성이 확대되어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8시간씩,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방송되며 주당 방송시간이 약 62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주당 방송시간 126~168시간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편성은 대략적으로 계몽 및 선전성 영화가 35.6%, 스포츠 21.1%, 단막극 13%, 보도 10%, 음악 9%의 비율로 짜여 져 있는데, 국가 행사의 방송 여부에 따라 수시로 조정됩니다. 상업 광고는 전혀 방영하지 않으며 프로그램 사이마다 음악이나 구호를 내보냅니다.
조선중앙TV 방송편성표 훔쳐보기
그럼 조선중앙TV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송될까요? 2014년 06월 26일(목요일)의 방송순서와 프로그램별 간단 설명을 올려드립니다.
15:00 |
방송 시작 |
|
15:05 |
방송 순서 안내 |
분 단위까지 제법 세세하게 방송 순서를 안내합니다. |
15:10 |
김정은의 시찰 소식 |
조선중앙TV는 최고 지도자의 소식을 모든 순서에 우선하여 알립니다. 하루 몇 번이고 반복하여 방송합니다. 일정한 원고와 사진이나 영상을 동일하게 재방송합니다. |
15:18 |
텔레비전 연속극 |
북한에서도 연속극이 방송됩니다.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재미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연속극의 전체적인 흐름은 북한 최고 지도자와 당에 대한 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17:00 |
보도 |
뉴스 시간입니다. 17시, 20시 두 번의 보도가 있습니다. 내용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사건, 사고 대신에 정부 시책이나 공장, 사업장 등의 활동소식을 알립니다. |
17:15 |
오늘호 중앙신문개관 |
노동신문 등의 주요 신문들의 내용들을 알려줍니다. |
17:26 |
아동방송시간 |
매일 빠짐없이 아동방송시간이 편성됩니다. 주로 아동영화(만화)가 방송되는데 옛날 이야기나 교훈이 되는 이야기 위주로 영화가 제작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
17:34 |
조선기록영화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활동 소식을 편집하여 방송하는 시간입니다. 주제별로 엄청난 양의 기록영화가 이미 제작되었고 매일 반복하여 방송됩니다. |
18:24 |
현지방송 |
활발히 진행 중인 공사현장 등을 방문하여 소개를 하는 방송입니다. |
18:31 |
소개편집물 |
하루에도 몇번이나 방송되는 소개편집물은 전국의 공장, 사업장, 인물 등에 대한 소개 방송입니다. |
18:53 |
김정은의 시찰 소식 |
15시 10분 방송의 재방송입니다. |
19:01 |
녹화실황 |
보통 당일 있었던 국가적 행사 등을 녹화하여 방송하는 시간입니다. |
19:48 |
긴급보도(중대보도) |
속보 개념으로 방송 순서나 일반적인 알림 없이 방송되는 시간입니다. 공식 국가기관, 대변인, 다양한 단체들의 성명들이 방송됩니다. |
20:00 |
보도 |
20시 보도입니다. |
20:09 |
날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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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긴급보도(중대보도) |
19시 48분 방송의 재방송입니다. |
20:22 |
체육경기소식 |
놀랍게도 북한에서도 월드컵이 중계된답니다. 이날은 우루과이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방송했습니다. 모든 경기를 보내주진 않고 경기를 약 40분으로 압축하여 방송합니다. |
21:16 |
시사대담 |
사회자와 대담자 세 명 정도가 나와 방송을 진행합니다. 주로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방송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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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9 |
조선예술영화 |
제목은 예술영화지만 연속극과 마찬가지로 최고 지도자 그리고 당에 대한 충성을 담은 영화가 대다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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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5 |
오늘의 보도중에서 |
17, 20시 보도를 정리하는 방송입니다. 그리고 내일 방송순서도 알려주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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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북한의 방송은 광고가 없습니다. 프로그램 사이 사이는 음악과 구호 등으로 채워집니다. |
북한의 방송은 광고가 없으며, 프로그램 사이사이는 음악과 구호 등으로 채워집니다. 우리에겐 생소하고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방송 콘텐츠 하나하나의 질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보통 하나의 방송이 몇 번이고 재방송되는데 1970년대, 80년대의 것을 재방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편성표의 설명에서도 느끼셨겠지만 북한의 방송은 최고 지도자의 행보, 국가의 시책 등을 홍보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편향적인 방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동방송 역시 충성을 강요하고 최고 지도자에 대한 칭송을 쏟아냅니다. 정치적인 색깔이 없는 시간은 오로지 '체육시간'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방송 편성표로만 북한을 살펴봐도 많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콘텐츠의 질로만 봐도 북한 방송의 시간은 1970년에서 멈춘 것 같지 않나요? 작년 말부터 주당방송 시간은 약 15시간 늘어났지만 방송의 질적 향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어둠에 갇힌 채 더듬거리며 전진하는 듯한 북한 방송. 통일 한국을 대비하기 위해선 방송영역에서 메꿔야 할 간극도 무척이나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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