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히 잘나간다는 드라마를 보면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꼭 끼어있습니다. 빵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알고 보니 재벌가의 자식으로 밝혀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 보니 형제였다는 등의 ‘출생의 비밀’은 식상하지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쿵푸팬더2’에서도 주인공 ‘포’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실제 부모님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은 한국전쟁의 기원과 관련된 다양한 주장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해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통일과 관련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문자료는 해.마.다. 이들이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더 잘 살기 위해, 또는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다수를 이루는 쪽으로 변했습니다. 이는 통일을 바라보는 입장이 한민족이라는 동질성 보다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듯 현실적인 태도로 변한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통일이 우리에게 이득 되지 않는다면 안 해도 된다는 의식까지 정당화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는가?’ 하는 물음에 남한이 북한을 침략하는 ‘북침설’부터 ‘남침유도설’ 까지 파편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한국전쟁이 남한의 ‘북침’으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전쟁을 한반도 지역전체에서 인민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으로 간주하여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구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고, 흐루시쵸프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국전쟁은 김일성의 계획과 스탈린의 승인으로 시작되었다고 밝힌점, 중국에서도 1996년 한국전쟁의 기록을 남한의 북침에서 북한의 남침으로 수정하는 역사 교과서 개정을 한 점 그리고 북한의 전쟁준비 과정 등 수많은 사실들이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이었음을 명확하게 합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북침’, 남한에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두 개의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한국전쟁을 한반도에서 명확하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기에 외국인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전쟁’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에서는 한국전쟁이 ‘북침’ 또는 ‘남침’으로 발발한 것이 아닌 전쟁 1년 전부터 남한군과 북한군의 수많은 국지전이 한국전쟁으로 확대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 옹진반도 등에서 국지적 무력충돌이 계속 있었다는 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브루스 커밍스의 분석은 남한이 북한을 공격하게 만들었다는 ‘남침유도설’의 근거가 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명확하게 하는데 북한의 ‘남침’만이 전부가 아님을 느끼게 합니다.
앞서 설문조사를 통한 통계자료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역사관이 파편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아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북한과 미국 중 누구를 적으로 생각하는가?’ 질문에 대다수가 ‘북한’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북한과 미국 중 축구경기를 한다면 어디를 응원하겠는가?’질문에 대다수가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대답입니다.
한국전쟁이 6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북한이 명백하게 ‘남침’한 한국전쟁의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옥신각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전쟁 ‘출생의 비밀’이 지금 남남갈등의 시초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논란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전쟁을 북한에 의한 동족상잔으로만 보기 어렵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대리전쟁(Proxy war)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출생의 비밀 속에서 우리는 이제 단지 그 비밀을 풀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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