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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한반도는 장애인의 모습과 다름없어 - '등대복지회' 신영순이사 인터뷰

 

 

현재 한반도장애인의 모습과 다름없어”

-통일의 길에 남북의 장애인들도 함께가야- 

 

 

북녘의 소외된 이들 가운데서도 소외된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

북한의 장애인 지원에 첫 발을 내디고, 곧 5주년을 맞이하는 '등대복지회'신영순 이사를 만나봤다.  

 

 

 

 

 

 '북한에는 장애인이 없다?' 그럴리가요. 북한에 대한 진실 혹은 오해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점이다. 그만큼 북한의 장애인들은 여러 가지로 왜곡되었고, 그 실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1998년 첫 방북을 시작으로 5년째 북한의 장애인들을 돕는데 앞장서온 등대복지회의 신영순 상임이사를 만나 그 속내를 들어보았다.

 

 

 

 

10년간 한결같은 모습 북-장애인계로부터 신뢰 얻어

 

 

 “대포 쏘고 총 쏘기 전까지는 우리는 계속 북한의 장애인들을 도울 것입니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민간단체의 방북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지난 2월 11일부터 21일까지 약 10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신영순 이사. 그녀는 2004년 5월에 설립된 통일부 산하 비영리 민간단체인 등대복지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장본인이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북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발길을 끊을 수 없어요. 북한의 기아난은 세계수준인데, 그 가운데서도 장애인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죠. 북한에는 11개의 특수학교(시각,청각학교)와 1개의 장애인복지관인 ‘보통강종합편의’가 있어요. 이 1개의 복지관은 엄밀히 말하면 북 최초의 장애인 자립자활센터에요. 2007년에 여러 곳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등대복지회에서 건립했어요.”

 

 

한달 전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습생 생활을 하였던 필자인 나. 그래서인지 신영순 이사가 보여주는 ‘보통강종합편의’ 시설의 북 장애인들의 모습이 누구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다. 언어, 청각, 지체 등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평양 시민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는 모습, 시계와 구두를 수리해 주고 있는 모습 등은 남한보다 오히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격리된 수용소나 시설 안의 장애인들의 모습을 상상했던터라 북 장애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하나하나가 놀라웠다.  

 

" 보통강 종합편의 시설은 북한에서 훈장도 받고, 모범업소로도 지정되었어요. 장애인들의 기술이 숙련되서 평양에서는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평양의 명물이죠.(웃음)" 

 

 

 

                       ▲ 평양에 위치한 '보통강 종합편의' (남한-장애인 직업재활장) 이발실 모습.                 출처: 등대복지회      

 

 

 

남·북은 수화와 점자도 달라..'점자'와 '수화' 통일 해야   

  남북의 언어학자들이 이질화된 남북 언어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듯, 남북 장애인계도 이와 같은 노력을 해야 해요. 북한은 아직도 소련식 수화와 점자를, 남한은 미국식 수화와 점자를 사용하고 있어요. 만약 남과 북이 통일이 되어 장애인들이 만났을 때는 ‘이게 뭔가’ 하겠죠? 그런데 비장애인인 우리가 봤을때는 체계가 너무 달라 어떻게 청각장애인들끼리 대화를 하나 싶은데, 신기하게도 장애인들이 만나면 그들끼리 또 금방 통하더라구요. (웃음) ”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내용이었다.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 남과 북의 통일은 비장애인뿐만이 아닌 장애인들도 함께 준비해가야 할 과제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북한의 장애인들은 모두 내 자식 같아

 등대복지회에서 지원한 악기로 구성된 맹아예술단이 있다. 바로 평안남도 대동군에 위치한 대동맹아학교.  “맹아예술단 학생들이 우리가 준 악기로 연주 하는 모습을 봤을 때,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아이들이 저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죠.” 그 때의 감동이 떠올랐는지 신영순 이사의 눈가는 금새 촉촉해졌다. 

 

 

 

"내 딸 아이가 장애인이에요. 그래서 북한의 장애인들 모두 내 자식 같아요.” 한 평생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편하고, 솔직하게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신영순 이사의 모습에서 딸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아를 낳고,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일까? 딸을 키우는 어려웠던 과정을 겪어내서인지 누구보다 북녘 장애인들의 지원에 온 열의를 쏟는 모습에서 행복함과 기쁨이 묻어나 보였다. 

 

 

 

                              대동맹아예술단의 연주 모습

 

 

 

북한 신문에도 소개된 '등대복지회'

 

한반도 최초의 장애인 학교는 평양에 있었으나, 북한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북한의 계속되는 식량난은 기존에 있던 장애인학교마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현실로 매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북한의 장애인계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등대복지회를 통해 느꼈다.

" 북-장애인들을 위한 대북지원사업을 위해 첫 방북을 했을 때는,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수업 기자재 부터 급식실까지 부족하고 도와주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야말로 남북 장애인계에서 통신사 역할을 하고 있는 등대복지회.

지금은 북한의 유일한 공식 장애인 기구인 '조선장애자보호연맹'과 일정수준 신뢰가 쌓였으나 그 첫 시작은 얼마나 어려웠으며, 순간순간 고비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는 조선장애자보호연맹에서 발간한 신문이나, 평양타임즈에 등대복지회가 소개될 만큼 북한 또한 남북 장애인 교류에 많은 관심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 등대복지회는 남한보다 북한에서 더 유명해요.(웃음)"

 

 

 

 

작지만 단단한 '등대복지회' 는 현재진행형

 

 등대복지회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NGO다. " 등대복지회가 설립된지 오래되지는 않았어도, 최초로 한 사업들이 많아요. 처음으로 북한에 휠체어리프트 장애인 차량을 보냈고, 처음으로 남쪽의 장애인을 모시고 북한에 갔어요. 또  처음으로 북한에 장애인복지관을 세웠죠..... "  처음은 어렵기 마련이다. 더욱이 남한 장애인계 조차도 남북장애인교류의 중요성을 많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 등대복지회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쉽게 가지 않은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 인터뷰 중 등대복지회를 찾은 반가운 손님 - 안산평화의집 임득선 이사장과 함께한 모습    

 

 

신영순 이사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 평양에 장애인종합회복센터(가칭)를 건립할 계획에 있어요. 조선장애자보호연맹과도 합의를 어느정도 한 상태에요. 이곳은 남한의 장애인 종합복지관 같은 곳이죠. 이곳에서 장애인들이 장애진단 및 등급도 받고, 클리닉 개념의 간단한 치료, 직업훈련, 문화예술 공연,체육, 북한의 장애인 실태 파악 등의 연구도 이루어질거에요. 이 센터가 잘 설립된다면 통일 후 복지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을 거에요"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옛말처럼 그 뜻에 힘을 보태는 이들이 많이 생기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 남과 북의 장애인교류는 가장 평화적인 통일로 가는 방법이에요. 총과 총이 아닌,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서로 손을 잡고 끌어주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남북의 장애인 복지에요. 여담으로 미국 휠체어는 북한 사람들 사이즈에 맞지 않아요(웃음). 북한 장애인들에게도 남한 휠체어가 몸에 맞듯 우리는 결국 한 민족이라는 뜻이에요. 머리아픈 정치적인거, 군사적인 거 다 배제하고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 장애인교류에요."    

 

 

 

 

 ▲ 2008년 9월 장애인콩우유빵공장 개원식                             ▲ 장애인콩우유빵공장에서 빵맛을 보고 있는 신영순 이사

 

 

 

 ▲ 현대식 설비를 갖춘 사리원콩우유빵공장 내부 모습           ▲ 콩우유와 빵을 받고 있는 청각장애인학교-간식시간     

 

 

 

 ▲ 콩우유와 빵을 먹고 있는 육아원 아이들                           ▲ 사동구역 미림학교 전경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등대복지회 홈페이지(www.lighthousekorea.org)를 방문해보세요.

 

 

 

                                                                                

                                                                    글_ 통일부 상생기자단 이수진

                                                                                                                                  yskis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