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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술세미나 2편: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정권세습에 따른 북한미술 화풍변화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술세미나: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정권세습에 따른 북한미술 화풍변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9월 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북한미술 어제와 오늘’ 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는데요. ‘북한미술 어제와 오늘’ 세미나의 두 번째 기사입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과 홍지석 단국대학교 연구교수의 ‘북한미술의 생산과 수용’ 발표 내용을 다뤘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박계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및 통일디자인연구소 소장의 ‘북한의 미술정책과 담론’ 발표 내용을 다뤄봅니다. 



박계리 소장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에서 미술은 인민들을 교양하겠다는, 즉 인민들을 선전선동 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미술 창작은 지도층의 정책방향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미술정책에 대한 담론, 즉 어떤 예술을 창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정권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미술정책과 화풍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김정일 시대의 미술정책 1) 문인수묵화 전통의 복권

김일성 시대의 미술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문인수묵화 전통을 배제하고 채색화 전통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인수묵화를 봉건사상에 물든 선비의 미술로, 채색화를 진보적 민중의 미술로 양분하여 인식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견해는 1970년대 전반까지 폭넓게 수용되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중후반 김정일이 통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변화를 맞게 됩니다. 김정일은 수묵화 중에서도 거부감이 적은 몰골화를 필두로 수묵화 전통을 복원하기 시작하는데요. 김정일은 창작가들은 몰골기법으로도 그림을 많이 그려야합니다.라는 교시를 발표했고, 이에 따라 평양미대 출신의 미술이론가 하경호는 몰골전통의 계승을 설파한 ‘조선화 형상 리론(1986)’을 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발표자인 박계리 소장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문인수묵화 전통의 배제와 채색화 전통의 강조가 김일성주의와 그 유일적 체계 확립과정과 결부되어 있다면, 1970~80년대 김정일의 대두와 권력분점 및 1990년대 이후 김정일주의의 확립과정은 문인수묵화 전통의 복권과 직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 박계리, 「김정일주의 미술론과 북한미술의 변화」


김정일 시대의 미술정책 2) 자연주의의 거부, 작가들의 개성 강조

1990년대 김정일 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미술작품에서 작가들의 개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김정일 시대의 주체사실주의 미술론에서는 김일성 시대에 유행했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자연주의 양식을 거부하고,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진실되게 그릴 것을 요구하는데요. 따라서 미술작품에서 점차 함축과 집중을 강조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따라 김일성 시대에 배제되었던 리석호의 작품들도 복권됩니다. 

“자연은 어느 것이나 뜻이 깊고 정서가 차 넘치게 그려야 한다.” (김정일 교시)

“작가들은 모두 제 나름으로 현실을 보고 느끼고 리해하고 그려낸다. 여러 작가들이 같은 하나의 사실이나 사건을 다루는 경우에도 형상결과가 서로 다르게 되는 것은 모두 현실이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자기 식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며 그려내기 때문이다.” (김정일 교시)


김정일 시대의 미술정책 3) 김정숙 이미지의 변화

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 이미지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정권이 세습되면서 변화하게 됩니다. 김정숙은 1970년 9월 김정일이 당 문학예술부 부부장에 임명된 무렵부터 미술작품의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김일성이 살아있을 당시 김정숙은 주로 김일성에게 충성하는 혁명투사의 이미지로 그려졌고, 특히 1970년대 미술에서는 항일무장투쟁에서의 김정숙을 이미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숙은 김정일의 어머니이자 군대의 어머니로서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김일성 사후 김정숙을 그린 미술작품에서는 주로 김정숙이 얼마나 총을 잘 다루었는지, 전법에 얼마나 능했으며 군사간부를 키우는 일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묘사하고 있으며, 김정일에게 전술을 교육하는 모습도 그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그린 두 미술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데요. 김일성 시대에 그려진 작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목숨으로 보위하시는 김정숙 동지>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숙이 모두 총을 소지하고 있는 반면, 김일성 사후 그려진 작품 <백두의 녀장군 김정숙동지처럼 위대한 장군님을 결사옹위하는 성새가 되고 방패가 되자>에서는 김정숙만 총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김정숙을 군대의 어머니로 형상화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제까지 논문 북한의 미술정책과 담론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위의 세 가지 변화 외에도 실제 발표에서는 더 많은 내용을 심도 있게 다뤘는데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발표 내용에 전문적인 내용과 용어가 많아서 비전공자인 제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웠습니다. 기사에 실제 북한 미술 작품 사진을 첨부하려고 했지만 무려 국가안보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서 첨부하지 못했는데요. 내용도 어려운데 사진도 첨부할 수 없다 보니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최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생략하고 풀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소 많은 내용을 생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사가 북한의 정권세습에 따라 미술정책과 담론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이해하는데 상당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9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