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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②북한의 국가전략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①당대회란?"에서 이어집니다)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1세션은 "북한의 당 대회와 국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당대회를 통해 북한을 내부적으로 분석하는 자리였습니다. 1세션은 북한을 크게 (1)권력층, (2)지도이념, (3)경제, (4)통일정책 네 부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습니다.



(1)권력층은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가, (2)지도이념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연구원이, (3)경제는 동국대학교 이창희 박사가, (4)통일정책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일기 연구원이 각각 맡아 분석했습니다. 그럼 학자들의 당대회 분석 내용을 차근차근 확인해볼까요?



(1)권력층: 당의 군부 지배 강화 by 정성장 박사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


정성장 박사는 이번 7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공산주의 진영이 붕괴하고, 북한에 경제난이 닥치는 등의 어려움때문에 북한은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당대회를 개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고, 핵능력과 미사일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자신감이 커졌고, 이에 36년만에 제7차 당대회가 개최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대회는 36년만에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거나 새로운 비전 제시가 없었으며, 세대교체도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대내외적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고 김정은의 독재체제를 더욱 공고히한 정치 행사였을 뿐입니다.


7차 당대회에서 크게 눈여겨볼 수 있는 부분은, 군부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대신 당관료들의 역할이 증대되었다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어 앞 순위에서 호명되는 것으로 보아, 김여정이 핵심 실세로 떠오를지도 주목해서 봐야합니다.


김정일 시대까지 북한은 군부의 힘을 바탕으로 나라를 운영했습니다. 조선노동당 당 관료들의 힘이 조선인민군 군인들의 힘보다 비교적 작았던 것입니다. '국방위원장'이라는 김정일의 공식 직함도 이를 증명합니다. 이번 7차 당대회에서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의결 기구인 중앙위원회 위원의 55%가 교체되었는데, 군부 원로들이 퇴진한 대신 당 관료들의 비중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내각 총리 박봉주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됐는데, 박봉주는 북한 내부에서 드물게 개혁적인 성향의 경제전문가입니다. 이는 경제건설에 대한 군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수월해졌음을 의미하며,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 자신감도 밑바탕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지도이념: 미완성의 '김일성-김정일주의' by 이수석 연구원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수석 연구원


북한이 7차 당대회를 통해 내세운 통치방식에서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김일성의 이미지에 많이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고난의 행군 등으로 암울했던 김정일 시대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맡게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통치이념은 '김일성-김정일주의'지만, 이는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에 기초한 혼합사상일 뿐 크게 새로운 점은 없습니다. 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먼저 주체사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의 기치 밑에 ... 사회주의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가는데서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이는 6차 당대회에서도 동일하게 제창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자신들에게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정치군사적 압력과 경제적 봉쇄 ... 혹심한 자연재해까지 겹쳐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서 형언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쳤다고 설명합니다. 이것을 뚫고 나가는 의지가 선군사상이며, 선군사상은 "군사를 모든 사업에 앞세우며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 사회주의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나가는 김정일식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입니다.


북한 인민들은 비록 생활이 유족하지는 못해도 전쟁을 모르는 속에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누려왔는데,  ... 위대한 주체사상, 선군사상에 기초하여 사회주의 위업의 종국적승리를 위한 혁명리론과 령도방법을 전면적으로 체계화 ... 여기에 우리 시대의 완성된 혁명의 지도사상으로서의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특출한 역사적 지위와 백승의 위력이 있습니다. -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 中


위 글은 북한이 7차 당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대해 밝힌 내용입니다. 북한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위해 전통적으로 ①인민정권 강화, ②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의 두 과제를 제시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를 통해 ③자강력 제일주의를 추가했습니다.


위의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보면, 북한은 생활이 풍족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념을 바탕으로 국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보면, 북한 지도이념의 핵심은 여전히 수령체제 유지이지만, 과거에 비해서 보다 더 경제적 성장에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계승하는 차원의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제시하기만 했을 뿐,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김정은의 권력행사나 정치적 지위가 김일성을 모방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독자적 사상을 내세우는 것이 아직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또한 아직은 미완성의 이데올로기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3)경제: 획기적인 경제개선조치 by 이창희 박사


동국대학교 이창희 박사


7차 당대회에서 나온 경제적 정책은 간단하게 말해 "경제-핵 병진노선의 고수"입니다. 이것이 과거로의 회귀라며 보수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보수적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그동안 북한이 보여줬던 경제적 행보를 통해 보면 분명히 개혁적입니다.


이번 당대회 경제분야에서 나타난 특이점은, 우선 획기적 변화에 대한 공식적 확인입니다. 7차 당대회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과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이 공식화되었습니다. 2013년부터는 '신경제체계'나 2014년의 '5.30조치' 등이 알려지며 북한 경제체제의 변화가 기대되었습니다. 신경제체계는 공장 및 기업소의 자체적 자율성을 100% 가까이 보장하는 것, 5.30조치는 자율경영제를 도입하여 개인이 60%의 이윤을 갖는 방식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었는데, 이러한 경제개선 조치가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천명된 것입니다.


평안남도 안주시의 장마당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핵심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입니다. 이는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 등 생산조직이 자율적인 경영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체제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입니다. 예컨대 오늘날 북한에서는 북한식 편의점이 많이 생기고 있으며, 북한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것 등이 그 결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핵 병진노선과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경제개혁이 보다 구체적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경제에서 전략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을 국가가 집중 관리하고, 비전략적 부분에는 경제적 자율성 부여함으로써 북한 경제를 중층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주의 완전승리'가 공식적으로 재선언된 것 또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회주의 완전승리라는 구호는 공산권 붕괴 이후 사용되지 않았던 구호입니다. 이는 북한이 나름대로 획기적인 경제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사회적 실망을 방지하기 위해 내걸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제재로 인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기치를 천명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7차 당대회는 경제적 측면에서 "회귀와 개혁의 동시성"입니다. 체제를 지키면서 경제개혁을 통해 내수를 더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과거 7.1조치를 도맡았던 경제관료 박봉주, 로두철, 전승훈, 곽범기가 모두 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7.1조치는 2002년 시행된 북한의 경제개혁조치입니다. 관련기사: "북한의 경제개혁 - 7.1경제관리개선조치") 북한은 지속적인 국제적 대북 경제제재 속에서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북한의 경제 회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4)통일정책: 변화 없음 by 김일기 연구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일기 연구원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는 5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는데, 통일정책은 3번째 분야인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에서 제시되었습니다. 김일기 연구원은 북한의 통일정책을 통일방안남북관계로 나누어 분석했는데, 북한은 과거의 내용을 반복했을 뿐 다른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결론적으로 김정은이 자신만의 특색있는 통일정책을 내세우기에는 유훈통치*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핵, 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대내적으로 경제적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으므로, 통일정책에까지 큰 힘을 쏟아붓지 못하는 것입니다. (*유훈통치: 김정은이 직접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과 김정일의 뜻을 받들어 통치한다고 천명하는 것)


평양에 있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우선 통일방안은 크게 조국통일 3대헌장연방제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조국통일 3대헌장은 김일성이 제시했던 조국통일 3대원칙(1972),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1980),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1993)을 합쳐 김정일이 명명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이를 위해서 민족자주, 민족대단결, 평화보장의 3대 선결과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기존 북한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 없습니다.


연방제는 김정일 시대에 이루어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과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이로 보아 김일성이 말했던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말했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김정은의 과거 신년사와 2014년 7월 7일에 발표된 공화국 정부성명 합쳐놓은 수준입니다.


최근 북한은 연방제를 '연방연합제'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부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 겉으로는 통일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개의 한국(Two Korea)'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국가정책을 짜면서 분단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입니다.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언급한 점, 민족이라는 언급 대신 강성국가나 애국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언급되는 점, 대남정책 성명이 외무성에서 발표되는 점, 2014년에 평양시간을 제정한 점 등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경우 북한의 목표는 여전히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즉 적화통일이었습니다. 이는 조선노동당의 존립 근거로 작용하는 논리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적화통일이라는 목표 자체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대남전략의 큰 틀은 상호 체제붕괴를 추구하지 말 것,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 관계 발전에 해가 되는 법제도를 개선할 것, 남북합의를 이해항할 것 등 4가지입니다. 이는 북한의 과거 주장과 똑같습니다.


또한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은 남측에게 대화를 언급하며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김일기 연구원은 이를 대남전략의 차원이며 실제로 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인한 동시에 남북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볼 때, 남북관계는 특별히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고 현상유지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남한은 선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며 경색국면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7차 당대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선언과 경제-핵 병진노선의 항구적 전략 선언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1세션은 북한을 (1)권력층, (2)지도이념, (3)경제, (4)통일정책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분석하였습니다. 1세션에서 나온 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보면, 북한의 국가전략은 "김정은의 특색있는 국가전략은 없었지만, 당을 통한 경제발전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2세션에서는 7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대외관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2세션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北 7차 당 대회 특집 기획 연재>

1.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①당대회란? ☞클릭

2.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②북한의 국가전략

3. 김정은 체제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평가와 과제 ③북한의 대외정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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