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년오디세이 통일스쿨(통일스쿨)’ 출범식에 참석해 통일스쿨의 첫 강연을 했습니다. 이날 홍 장관은 “지금 남북관계 상황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통일 공감대를 높이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스쿨은 국내 유력 언론사인 중앙일보·JTBC가 청년들을 위해 기획한 통일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중앙일보는 올 초 연중 어젠다(agenda)로 ‘통일, 교육부터 시작하자’를 제시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통일스쿨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중앙일보·JTBC가 주관하는 '청년오디세이 통일스쿨' 출범식이 지난 3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렸다. [정은영 대학생 기자]
통일스쿨 출범식엔 홍용표 장관을 비롯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와 수강생 등 6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박관용 전 의장은 “북한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다”며 “여러분이 통일스쿨에 와서 공부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홍구 전 총리는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실을 배우고 토론하면서 앞날을 기획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그것이 역사에 참여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격려했습니다.
△격려사하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 전 총리는 중앙일보의 고문이기도 하다. [정은영 대학생 기자]
이날 통일스쿨의 첫 강연자로 나선 홍용표 장관은 “중앙일보에서 연초에 통일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슬로건을 내걸고 강조했는데, 통일부도 통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학교수 출신인 홍 장관은 대학생 등 청년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본격적인 강연 시작에 앞서 양복 재킷을 벗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강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은영 대학생 기자]
홍 장관은 크게 ‘면도칼 신뢰론’, ‘하이파이브 신뢰론’, ‘통일의 꿈’ 등 세 가지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 갔습니다. 이 세 가지는 홍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자주 언급하는 내용들입니다. 그는 “동네 이발소에 가보면 어르신들이 면도칼을 쥔 이발사에게 편안히 목을 내놓고 심지어 주무시기도 한다”며 “이처럼 남이 나를 해치지 않고 나에게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 진짜 신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하이파이브를 할 때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며 “서로 적절한 높이를 맞추는 것이 바로 신뢰”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홍 장관은 “지금의 북한은 우리가 내민 손을 외면하고 지나가거나, 때로는 면도칼을 가지고 찌르려고 한다”며 “이대론 도저히 (우리의 손을) 내밀고 있을 수 없어서 뺀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유엔의 대북제재결의 등 우리 정부 및 국제사회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재킷을 벗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정은영 대학생 기자]
홍 장관은 수강생들에게 “통일의 꿈을 꾸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많이들 통일비용을 묻는 데 여러분(청년)은 제발 통일을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며 “통일이 되면 나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인지,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자기 전 5~10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홍 장관은 또 ‘통일이 이뤄져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냐’는 한 수강생의 질문에 “국가나 민족적 차원에서 (이유를) 여러 가지 찾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일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행복한 한반도를 만들 것이냐다”며 “여러분들이 그 속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꿈꾸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청년오디세이 통일스쿨엔 약 40여 명의 청년 수강생들이 참여한다. 대학생 외에도 대학원생과 통일운동 청년활동가들이 함께 한다. [정은영 대학생 기자]
통일스쿨은 ‘탄탄한 강사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앙일보·JTBC는 통일스쿨의 교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연구소장,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북한 전문가들을 섭외했습니다. 이들 강사진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청년 수강생들과 만납니다.
통일스쿨은 현장학습도 병행합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통일스쿨 수강생들은 올해 상반기 내로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 오두산 통일전망대, DMZ 등을 견학할 예정입니다. 또 북·중 접경지역 방문도 추진됩니다. 이는 한국 대표 지성 32인이 중앙일보 주최의 ‘평화오디세이 2015’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6월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북·중 접경지역을 답사한 것의 ‘청년판’입니다(『평화오디세이(메디치)』).
△'청년오디세이 통일스쿨' 출범식에 참석한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들 [정은영 대학생 기자]
통일스쿨엔 김경렬·윤정후·정은영·하준호 등 4명의 8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들도 함께 합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김경렬 대학생 기자는 “지금까지 항상 겉핥기식 공부와 활동을 해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통일스쿨에서는 북한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수강생으로 참여한 박채원 여대생통일연구학회장은 “북한과 통일의 여러 측면을 다루는 강연이 많고, 또 현장 체험 학습도 많아서 청년들의 참여율이 높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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