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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살아남은 자들의 마지막 증언 <60년 전, 사선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마지막 증언

다큐멘터리 <60년 전, 사선에서> 리뷰

   

 

 

60년 만에 발견된
6.25 전쟁 영상
우리는 스무 살 청년이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마지막 증언
<60년 전, 사선에서>  中.

 
 60년 전, 사선에서>는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그 뜨겁고도 서러웠던 기억을 당시 참전용사들의 육성을 통해 구성한 다큐멘터리 입니다. 6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그때의 기억을 모두 증언할 순 없었으나, 가슴에 맺힌 전쟁의 응어리는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참전용사의 나즈막한 목소리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길 때나 질 때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전쟁의 중심에 서서  진통제 하나 없이 뼈와 살을 가르는 고통을 감내 해야만 했던 이들의 고초는 살아남은 자들의 육성을 통해 재현됩니다. 100여 명의 전우와 함께 싸웠던, 낙동강 전투에서 살아남은 8명에 속한 운 좋은 청년은 이제 카메라 앞에 앉아 그 날의 기억을 쏟아냅니다.

     온 국토가 폭염과 화염으로 붉었던 그날의 기억은 시뻘건 가슴의 멍에로 남아 아직도 눈물을 흐르게 하나 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방홍보원의 기획으로 고 한형모 감독의 영화 '정의의 진격' 필름과 젊은 군인들의 육성으로 구성되어, 박성미 감독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전쟁을 생생히 기록한 필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도려 낼 만큼 아픈 기억이기도 할 것입니다. 초기에 이 다큐멘터리는 서로 앞다투어 개봉하겠다는 상영관이 많았지만, 막상 개봉이 다가오자 외면당해 현재는 고작 2개관에서만 상영되고 있습니다. 6월 24일 개봉했으나 6월 30일 상영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 이 다큐는 그 때 그 사람들의 '기억'을 재생산 하지 못한 채 '메아리'가 되어 등장하자마자 역사로 기록되려 합니다. 저 또한 일산의 어느 상영관에 앉아 홀로 관람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라면 이후 확대개봉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후반부에 울먹이는 참전용사의 말이 하나 더 떠오릅니다.


"(전쟁이 끝났다는)기쁨의 눈물이 끝나면, 슬픔의 눈물이 나옵니다."   

 

    이 다큐는 우리에게 전쟁에 대해 말하지, 통일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큐를 보고 난 뒤 통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좋든 싫든 기억을 끄집어내어 삶의 무게를 늘리려 하는 이, 더러는 기억을 버려 삶의 무게를 덜고자 하는 이. 사실 2010년을 살아가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6ㆍ25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나의 세대 일이 아닐지라도 전쟁은 실제로 벌어졌고 6.25는 끊임없이 역사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이들의 가슴과 머리에 새겨져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6.25를 떠올리는 것은 통일을 염원하는 첫 시작이기도 합니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가 어딘지 아는 것이야 말로, 그로 인해 생긴 생채기를 잘 아는 것이야 말로 분단을 극복하는 원초적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냉전 질서 속에 구속되어 서로를 '괴뢰'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만든 과거는 우리 역사에서 '한민족'이란 이름의 뜨거운 그 무엇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 역사를 알아야 삶의 무게를 늘릴 수 있습니다.  왜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청년들과, 순둥이같은 아이들이 좌와 우가 이해관계를 재는 빈틈 속 위태로운 평화에 안주해야만 할까요.

 

    이 다큐에 담긴 33명이 남긴 노병의 증언은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아픔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고, 통일을 염원하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될 것입니다. 6ㆍ25 전쟁 60주년,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60년 후의 젊은이들과 청년들은 우리에게 반드시 물을 겁니다. 지난 60년간의 증언을 들은 우리가 6ㆍ25 전쟁과 한반도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그 때 아이들에게, 청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증언 할 수 있으려면 가슴 아픈 기억이라도 안고 있어야겠죠. 살아남은 자들의 마지막 증언  <60년 전, 사선에서>를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