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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 경제 파헤치기 ⓵ 사회주의 금융

북한의 금융을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기사로 인사드리는 김지민 기자입니다.

2학기는 잘 마무리하셨나요? (너무 늦은 인사지요...허허)

저는 이번 학기에  북한 경제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했었는데요. 북한의 산업, 대외무역, 자본 흐름을 포함해 남북경제협력방안, 통일 비용 조달 방법 등에 대해 공부하는 과목이었어요. 이전에 저는 '북한 경제'라는 말을 들으면 '별 거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버렸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사회주의 경제'라는 특수성이 북한 경제 곳곳에 스며들어, 오히려 세계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 동안 기사를 통해 다양한 북한 경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한국과 차이점이 많지만, 북한 경제를 잘 알아야 통일 한국의 경제 전망을 할 수 있겠죠?

 

우선 첫 번째로 북한의 금융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게요!!

 

정의

 

북한 금융을 이해하려면, 우선 사회주의 금융의 정의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의부터 다른 남북한 금융?

북한의 사회주의 금융: 국가은행을 중심으로 하여 화폐자금을 계획적으로 융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제관계

                                                                                                           재정금융사전평양:사회과학출판사, 1995

한국의 금융: 경제주체 간에 이루어지는 자금의 융통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금융은 상호간 신용을 바탕으로 자본을 빌려주고, 갚는 활동을 말하는데요. 정의를 보면 아시겠지만, 북한 금융은 국가은행에 의한 계획경제의 일부를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기업이 생산 활동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요. 북한에서는 기업소의 경제활동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금을 국가가 재정 계획에 맞춰 지원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금융은 경제활동의 일부라기보다 국가 경제계획의 수행 툴 인 것이죠. 그래서 북한에 사실상 금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금융기관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금융기관의 역할 역시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라 하면 보험회사, 은행, 증권회사가 큰 축을 차지하지요.

북한 금융기관의 대표격은 바로 조선중앙은행인데요. 대부분의 북한 금융업무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194610월 설립된 조선중앙은행은 국가기관에 소속된 내각 산하기관이며, 중앙은행 기능과 상업은행 기능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즉 화폐의 발행, 국가 예산자금 관리부터 기업소의 대출, 일반 주민의 예금 업무까지 도맡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앙본점 외에 각 군과 구역 단위로 지점이 운영되고 있으나 일반 주민의 이용률은 낮다고 하네요. 예금할 돈도 없을 뿐더러, 대부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은행 태탄지점(출처:조선향토대백과)△조선중앙은행 태탄지점(출처:조선향토대백과)

 

 

이 외 대외 금융을 전담하는 조선무역은행, 외국인과 공동설립한 은행인 합영은행, 협동신용기관 등이 있으나 북한 금융의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험회사로는 조선국영보험회사가 있는데요. 1947년 설립되어 북한의 보험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신은 조선국제보험회사인데, 평양 본사를 중심으로 국내 및 해외 지부에서 보험계약 체결 등을 진행합니다. 한편, 201574일 유럽연합(EU)는 국영보험회사 독일지사와 관계자들을 대북 제재 명단에 추가해 자금동결제재를 취했는데요. 유럽연합 집행이사회는 북한 정권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는 상당량의 외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 역시 조선국영보험회사를 포함한 북한 기관 및 기업 36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시켰는데요.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행위를 잠재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단일은행제도(Mono Bank System, 일원적 은행시스템)

그러니까 북한의 은행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은행이 아니라, 사실상 국민 경제를 통제하고 예산을 분배, 공급하기 위한 국가기관의 하나인 것이죠. 중앙은행에 의해 국가경제가 컨트롤 되는 것을 '단일은행제도'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단일은행은 당연히 '조선중앙은행'이겠죠.

 

△북한 단일은행제도에 따른 화폐의 이동 양상(참고: 김영희(2008))△북한 단일은행제도에 따른 화폐의 이동 양상(참고: 김영희(2008))

 

조선중앙은행은 모든 기관 및 기업소의 재정 예산을 배분, 공급하기 때문에 때로 이들의 경영에 까지 관여하게 되구요. 중앙은행으로부터 '공급' 받은 재정을 가지고 북한의 기관과 기업소들은 생산활동을 하게 됩니다. 원칙적으로 개인이 조선중앙은행으로부터 대부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일반 인민들은 불법 사채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러한 불법 사채는 고이자를 수반하게 되고, 인민경제는 더욱 밑바닥을 향해 가는 악순환이 만들어지지요.

조선중앙은행의 독단적인 공급으로 운영되는 금융 및 재정 체제가 과연 안정적일까요?

 

금융 문제 해결 노력

1947년 인민경제가 계획되던 시점부터 도입되었던 획일화 된 금융시스템, 즉 단일은행제도의 문제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시화됩니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9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사회주의 경제권 붕괴와 김일성 사망으로 북한경제 전반이 흔들리면서 재정, 금융정책의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요.

이에 북한 당국은 1) 신용 계획화 체계로의 이행, 2) 7.1 경제 개선 조치 라는 두 가지 큰 변화를 이행합니다.

 

△북한 금융제도 변화: 재정 계획화 체계에서 신용 계획화 체계로 △북한 금융제도 변화: 재정 계획화 체계에서 신용 계획화 체계로

 

△7.1 경제관리개선조치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 두가지 변화는 북한 측의 금융 정책 중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것들인데요. 하지만 2005-2010년 사이 북한 금융 및 재정 상태는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맙니다. 2009년의 갑작스런 화폐개혁 단행은 인민경제의 황폐화를 불러일으켰으며, 그 결과로 이어진 초인플레이션과 장마당의 음성화는 지금도 심각합니다.  시장경제 요소 확장에 대한 우려로 기업 간 거래에서 현금 사용을 통제하기도 했습니다. 7.1 조치를 완전히 뒤엎는 보수적인 금융 정책을 다시 펴게 된 것이죠.

7.1 조치 이후 이와 비슷한 일련의 개혁들이 계속 진행되었다면 북한 금융 상태가 상당히 개선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럼 한국 측에서 북한 금융 상태 개선을 위해 노력한 사례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1997년 IMF 와 남북관계 고착 전까지 남북금융협력 시도도 활발했다는 사실 !

 

남북금융협력

 

남북금융협력의 몇 가지 사례

우리은행: 북한 고려상업은행과 제3국 외국은행을 경유하는 3각 업무제휴 추진

조흥은행: 북한 화려은행의 서울지점 개설 협력, 향후 합작은행 설립 검토

농협: 농민협동조합이라는 특성을 살려 북한 내 진출 추진

수출입은행: 남북 경제협력기금 및 경수로사업기금 수탁기관으로서 이를 활용한 대북사업 추진

 

은행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금융협력 시도는 대부분 합작은행 혹은 그 전신 단계의 금융기관 관련 사업, 세계 여러 은행과의 환거래 계약 시 필요한 코레스 계약(Corres Contract: 외국환은행-외국은행 사이의 외국환거래 계약) 추진 등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후에도 북한 금융전문가 양성, 북한내 합작은행 서립,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추진 등의 협력이 급물살을 탄 적이 있는데요. 불안정한 남북정세에 따라 계획이 차질을 빚다보니, 대부분 계획 단계에 머무르고 만 것들이지요.

 

과제

남북금융협력은  1)그 자체로 남북 교류라는 점에서 유의미하고, 2)남북경제 및 향후 통일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으며, 3)북한이 국제금융사회에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여러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북금융협력은 어떻게 진행되어야할까요?

 

 

 

전문가들은 남북금융협력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대북진출 3단계 방안

1) 사전준비단계 : 남북 금융 교류 채널이 마련되고 북한 측 개방정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단계

2) 제한적 진출단계 : 북한 내 한국 금융기관의 출장소 내지는 지점이 설치되고 북한의 개방정책이 대부분 운용되는 단계

3) 본격적 진출단계 : 북한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고 북한 내 한국 금융기관의 단독, 혹은 합작 현지법인이 설립, 운영되는 단계

 

  이전에는 한국 경제 발전이 교착되면서 남북 경협이 함께 교착되었다면, 이제는 남북 경협을 통해 한국 경제 발전의 동력을 모색할 때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본력 및 금융시장 운용 경험이 북한과의 협력에서도 빛을 발 할 수 있게 제도적, 정치적 뒷받침이 전제되어야할 것은 자명하지요. 

꼭 남북금융협력이 아니더라도 북한 금융이 전반적으로 개혁해야할 문제점 역시 여러가지입니다. 기업 경영의 독자성을 보장해주고, 무엇보다 예금, 대출 같은 사금용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어야겠지요. 화폐 가치를 일방적으로 추락시키는 금융 정책을 지양하고 대출 재원도 확보해야합니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금융의 현 주소는 북한 당국의 독단적인 개혁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정도니까요.

실제로 중국과 베트남은 개혁·개방 노선을 타면서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에서의 회원국 지위 획득은 두 국가의 경제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요. 국제금융기구들은 양 국가에게 구조개혁 프로그램 제공, 협의그룹 주도, 신탁기금 조성 및 제공 등의 혜택을 주었지요. 베트남이 경우 국제금융기구의 정책적 개입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세계은행은 '2000년까지 1000개 국유기업 주식화', '모든 수량규제를 관세로 전환', '2000년 공공지출의 개선된 배분 및 집중 투자를 통해 빈곤계층의 기초사회 서비스 부담 경감' 같은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으며 금융지원에 따른 개혁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외교적, 경제적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어 남북 금융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국제금융시장에도 진출해 통일한국이 아시아의 금융 강국이 되는 시나리오가 차근차근히 준비되어야겠지요. 현재 북한의 사회주의 금융이 진정한 의미의 '금융'으로 바뀌는 그 날, 함께 하실거죠?  

 

참고

북한경제의 이해, 윤영상 엮음

북한 금융 제도 현황과 과제, 김정만(한국수출입은행 선임심사역)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7/04/0200000000AKR20150704016200014.HTML?input=1195m,

유럽연합, 북한국영보험사 독일지사 제재명단에 추가, 연합뉴스, 2015. 7. 4.

통일 이후 남북한 경제통합방식에 대한 연구, 안예홍, 문성민 (금융경제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실)

사진출처: unsplash.com

김영희, 북한 금융의 현황과 문제점, 이슈분석, 한국산업은행 조사분석부, 2008

안형익·박해식, 북한 은행시스템의 변화와 체제전환에 관한 연구: 통일금융에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한국금융연구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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