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를 반추하며 ② 오늘날의 북한과 한반도 통일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의 홍보기사와 현장리포트, 패널현장 소개에 이어!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학술대회 기사입니다! 학술대회의 마지막 기사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라운드 테이블 현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원섭섭하게 마지막으로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를 반추하기로는 이만한 현장리포트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제가 기사로 소개하려는 라운드테이블은 이번 학술대회의 두 번째 라운드테이블로,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습니다. <오늘날의 북한과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다양한 관점과 국적을 가진 학술자와 관계자가 패널로 자리하여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사회는 강성윤 동국대학교 교수가 맡아 진행했습니다.


 먼저 최완규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교수는 당 창건 70주년을 즈음한 북한의 상황도 해석의 차이가 있음을 밝히며 이것이 주는 시사점과, 분단 70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틔었습니다. 최완규 교수는 김일성이 자주에 방점을 찍었다면 김정일은 선군, 김정은은 당 창건 70주년 행사로 자신의 브랜드인 애민주의-인민중심주의를 구체화하는 하나의 계기를 만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로서 "북한이 김정은 방식으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보인다. 이에 우리가 북한을 이해하는 태도에 있어 이 움직임 자체도 부정하거나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라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다음으로 Eberhard Kuhrt 독일연방공화국 신연방주 내무부과장은 동독과 북한의 모습을 비교했습니다. 동독과 비교하여 북한은 어떻게 보자면 비슷한 모습이지만, 독재성이 더 심하고 경제상황이 나쁜 것을 언급했습니다. 특히나 인권상황에 대한 끔찍한 통제 강도를 들면서 국제사회의 지탄을 인식하여 억압에 대한 수위를 낮추어야 함을 무엇보다 강조했습니다. "동독에서는 국제사회를 인식하여 수위를 낮추었던 선례가 있었으나 북한은 명성을 잃는 것을 체제의 심각한 위기로 여기는 일종의 모토를 가지고 있는것 같다."라며 북한이 언제까지 이러한 국가로 남아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덧붙여 북한에서 시장경제와 새로운 계층이 파생된 것으로, 신진계층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Nicolas Francoise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장은 김정은 체제의 변화가능성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습니다. 경제적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이 기대되는 것은 맞지만 정치적 분야에서 리더십 자체에 변화가 없는 점을 들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는 시도와 더불어 선대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병진노선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기존의 외교 정책 수사학과 다를 것이 없다.", 또한 "핵능력 무장과 경제발전에 같은 중점과 무게를 둔다면 앞으로의 기로는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또한 아니며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이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북한에 어떤 변화의 조짐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사견을 밝혔습니다. 

 반면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장은 김정은 시대의 정책변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우선 당창건 행사에 미사일 실험발사를 하지 않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 열병식 연설을 통해 97차례에 걸쳐 '인민'을 언급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북중관계의 진전은 남북관계의 개선 여지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동북아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언급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의 인민중시 정책이 그동안 김정은 정권 4년 동안 인민들에게 약속한 '허리띠를 조아 매지 않겠다'는 약속이 실현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에 따른 불만고조와 전시적 행사에 대한 피로감, 회의감, 불신 등으로 인민중시를 내건 것이 아닌가, 더불어 인민에 대한 기대를 또 불어 넣을 향후 정책에 대한 부담의 작용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유성옥 소장은 "북한 경제가 현재의 병진노선 체제 하에서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인민중시 언급도 북한에게 부메랑 효과로 다가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던 이번 당 창건행사는 북한의 태도변화의 변곡점이나 속단하기는 힘들다."라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정책 실무진의 입장에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정책 실무진은 분석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이후 이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더 고민과 관심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단언할 수 는 없지만, 지속하겠다는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입니다."라며 어려운 상황에 신뢰프로세스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가시적 성과가 부족한 한계를 언급하면서 조심스러운 대북정책의 걸음을 유지할 것을 표했습니다.

 Hirai Hisashi 리츠메이킨대학교 교수는 이에 덧붙여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의 당위성을 언급했습니다. 기존 이명박 정부의 미진한 성과를 들면서, 이번 정부의 신뢰프로세스는 과거의 반성에서 나오는 비핵화 기조이며 대화를 함축하는 것에 의의가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그 후에 휴전협정 백지화 불가침선언 요구 등 도발적 노선들이 도출되고 기존 신뢰프로세스를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었던 것은 불행이라고 표명했습니다. Hirai Hisashi 교수는 '통일대박'나 '신뢰프로세스'라는 정책이 상명하달식 발상의 한계인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현실적으로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이루어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토론에 들어서 최완규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교수는 역대 남한 정부 대북정책의 '북한이 핵을 전향적으로 폐기하고 해결해나가는 자세를 보이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전제의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는 현실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한과 관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완규 교수는 가장 솔직하게 이 부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성찰과 해결 방식을 다시금 제기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또한 일방적인 신뢰프로세스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는 하나의 모멘텀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상대를 타자화 시켜놓고 신뢰 정책을 편다는 것은 모순이 있습니다. 신뢰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하나의 대등한 파트너로 상정하지 않고서는 진전이 불가능합니다. 윤리규범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을 냉혹하게 분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라며 상대방을 전제하지 않는 통일론의 한계를 덧붙여 언급했습니다.

 한편 Eberhard Kuhrt 독일연방공화국 신연방주 내무부과장은 동서독의 관계와 덧붙여 박근혜 드레스덴 연설에 대한 평가를 언급했습니다. "동서독 관계는 남북한 관계만큼 상황이 안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긴장 촉발은 존재했으며 온전한 통일 준비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동독은 '붕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서독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는 한반도에서도 통일이 주제가 될 수 없는 것을 시사합니다."라며 분단현실을 고려한다면 통일에 대한 논의는 다소 지나침이 있고 중요한 것은 당장의 교류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로 남북한 교류 관련 논의를 펼친 것은 현명했음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연대와 연결의 시도에 대해 새로운 노력들이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이 '작은 통로'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신뢰프로세스의 작은 통로를 통해 통일의 큰 통로로 가자는 것이라며, 북한이 흡수통일을 경계하여 제안에 응하지 않았을 뿐임을 언급했습니다. 유성옥 연구소장은 북한의 태도는 김정은의 체제불안에 기인하며 오히려 북한이 남한을 정당한 파트너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 결함이 있는 것임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 직접 작용하는 북핵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변화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라운드 테이블은 1시간 40분 가량으로 학술대회에 준비된 패널보다는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회의 마지막 시간이니 만큼 많은 참가자들의 열띈 토론공방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북한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연구를 접하고, 통일에 대한 다양한 방점의 접근을 엿들어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통일의 공통된 지향에도 정말 다양한 기로의 생각들이 존재하고 이를 접하는 토론장에서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라운드 테이블은 정말 많은 참가자분들과 함께해 발제보다도 재미있는 토론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정된 시간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로서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의 기사도 마무리되었는데요. 라운드 테이블 기사로 아주 조금이나마 토론의 열기가 전해졌을지, 또한 아쉬운 마음입니다. 학술대회 기사는 담아온 내용에 비해 언제나 짧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섭섭한 마음을 이만 접고 불어오기 시작하는 겨울바람과 함께 2015년도의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를 시원하게 보내겠습니다. 내년 가을에도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 홍보 포스터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사를 마칩니다!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글 내용에 공감하셨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