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를 반추하며 ① 체제전환의 경험과 남북한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 현장리포트 기사에 이어 참여했던 패널을 선별하여 집중 소개해드리려고 다시금 포스터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북한학 관련 20개의 패널에 라운드테이블까지, 다채롭게 준비되어 마음 같아서는 모든 학술 패널 주제를 다루고 싶지만!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되어 모든 패널에 참여하지 못한점, 그래서 독자적인 패널선택으로 일부만 소개해드리는점 양해드립니다 :) 이왕 독자적인 선택, 순서마저 무시하고 가장 먼저 소개하는 패널은 

16패널 <체제전환의 경험과 남북한>입니다!

<패널 16 : 체제전환의 경험과 남북한>은 독일과 몽골의 통일 경험이 한반도 통일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前 한-독 통일 자문위 대표인 Eberhard Kuhrt 교수는 독일 통일의 경험과 한반도 분단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독일 베를린 신영방주 내무부에서 서동독 관계개선을 위해 일하며 독일 문제에 대한 역사연구를 하고 한독협력을 통해 한반도 통일문제를 연구했습니다. 

 그는 독일과 한국의 다른 국제적 상황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독일통일은 동독이 소련에 의존한 배경에 결정적으로 고르바초프 변수가 작용한 것을 들었습니다. 소련은 붕괴되면서 더 이상의 영향력을 동독에 미칠 수 없었고 이에 평화적인 혁명이 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접국가로의 많은 이민이 이루어졌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결국 통일 열망이 발현되기에 이르른 것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통일독일을 반대했으나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를 극복할 수 있었고, 2+4회담을 통해 독일을 포함한 주변국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통일의 의지와 염원을 공유하는 것이 또한 중요했습니다. 동독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통일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TV뉴스를 시청했습니다. 불안정으로 여겼던 사회경제 문제를 통일로서 불식시켰습니다.

 독일의 통일절차는 급작스럽게 일어난 만큼 시간적인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통일독일의 인구가 불확실한 상황에 뚜렷한 개혁정책이 미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제약 문제가 어떻게 보면 혜택으로 작용하여 디테일이 부족함에도 이끌고 갈 수 있었고 대안적인 통일방안을 개발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정당화할만한 인접국가의 지지가 부재합니다. 독일과는 다른 국제적 상황에도 우리가 배울 것은 한반도 통일에 선결적으로 안정적인 안보구도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인접국가의 이해관계에 부합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스스로의 안보를 담보 받을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의 안보도 담보할 수 있는 구도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NATO 회의에서 방어 메커니즘을 강화하면서도 동구권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듯, 한반도 또한 분단된 상황에라도 지속가능한 협력노선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베를린장벽 붕괴 이전에는 어떤 극적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소련은 헝가리에서 계기가 촉발했듯, 북한도 어떤 계기가 있을지 모르는 것입니다. 북한 내부에도 어떤 회의감을 가지는 사람과 개발 협력 노선에 대한 생각을 가진 인사가 존재할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국경 봉쇄-분단된 상황에서라도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논의하는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한반도에서도 점진적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일을 원하는 세력을 찾아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동독에서 경제주력으로 정치 갈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듯,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국가단계의 통일 내부의 진정한 통합은 어떻게 이룩할 수 있을까요. 독일에서는 베를린장벽이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경제발전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복지부문 투자유치가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독일에서 시행했던 부양정책을 고려하면 한국의 경우 사회적 비용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통일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성공을 기약했을 때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면 비용과 수고는 감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Eberhard Kuhrt 교수는 남북한이 통일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며 유럽 동구권의 독재정권 붕괴를 목격한 것을 들어 한반도의 통일도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으로 황규성 교수동독의 체제전환과 사회권에 대한 발제를 이어갔습니다.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동독의 체제전환은 비교적 순탄했음을 언급했습니다. 다양한 체제전환의 기로에서도 사회통합의 체제전환에 주력하여 제도적인 차원보다도 사회적 시민권의 관점에서 동독의 체제전환을 평가했습니다.

 사회적 시민권이 동서독 간에 서로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것이 통합되어 어떠한 성격으로 발현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사회권은 보편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이는 개념이지만 분석적으로는 큰 개념이며 서구 역사적으로도 이를 위해 200여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는 보편적인 기준이 없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역사성을 띕니다. 

 동독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대입을 해보면 동독의 사회권이 서독의 사회권으로 대치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황규성 교수는 독일의 사회권 성격변화에 대해 

1.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차원에서 사회권의 존재형태(특히 고용과 복지의 연관이라고 하는 개념에 창목하여) 

2. 사회권의 인지적 정당성 - 해당 구성원에게 얼마나 정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정도 

3. 사회권의 효과 -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차원의 사회권이 동독의 체제 전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로 세 가지 접근을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핵심으로 하는 독일 사회권의 물리적 존재형태가 동독지역에 이식되어 작동하면서, 초기 후한 소득보장으로 체제전환을 용이하게 한 것이 약 15년 이후 사회서비스의 확충이 체제전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권이 체제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체제전환의 국면별로 사회권을 실현하는 개별 영역의 결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반도 통일의 경우에도 각 국면별 사회권을 이루는 개별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이냐 라는 과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 독일이 복지국가의 한계를 탈피하려는 노력들을 분석하여, 독일이 걸었던 사회권의 우회를 답습하지 않고 신작로를 놓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현준 교수독일통일 사례에 비교해 한반도의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소련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소련의 해체가 절대적인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상당히 독단적인 사회주의 체제임을 인지해야합니다. 독일사례와는 반대로 현재 북한의 영향을 그나마 줄 수 있는 중국의 경우 막강하게 부상하고 있는 현실적인 괴리가 존재합니다. 브란트의 정책을 콜 수상이 이어받아 동방정책을 차용하여 통일을 이루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으나, 한국의 정부는 전 정권의 통일정책을 연계하지 않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정권에 따라 오히려 반대의 정책으로 가는 경향이 있기까지 합니다. 독일의 인적, 물적 교류는 대단했으나 남북간에는 거의 없는 교류협력 상태를 또한 인지해야 합니다.


 정대진 박사는 앞선 동독의 체제전환과 사회권 양상의 역사로 이론적 쟁점을 알 수 있었으며 이에 더 나아가 결론과 시사점의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차원에서 코멘트를 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두 가지 생각을 밝혔는데요.

 첫 번째로 연동이라는 개념을 언급했습니다. 사회권이 정부복지차원을 넘어 실현 양상에 있어 연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이란 권리와 함께 의무가 연동됩니다. 사회권의 청구권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연동되는 것은 근로권과 노동권일 것입니다. 근로권, 노동권은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띱니다. 사회권에서도 이를 고려하여야 합니다. 통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통일 이후 남한의 근로양식과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고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해야합니다. (이는 남한 중심의 통일을 고려했을 때 입니다.) 비용 지출에 있어 한국식 근로양식 자본주의 생활 체제를 따라오지 못했을 때 납세자인 남한인들은 이를 얼마나 용인할 것인지, 통일 신작로의 비용을 언제까지 얼 만큼 지불할 수 있을 것인지 문제가 따라올 것입니다.

 두 번째로 통일 방식과 연동되는 복지방식의 문제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일방식이란 합의에 의한 흡수통일(독일통일 사례에 따라)로, 자본주의 체제 방식을 합의하는 흡수통일을 택한다고 했을 때 이와 함께 복지 방식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3의 통일에는 제3의 복지 문제가 야기될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원리는 북한주민이 남한의 근로양식과 생활양식에 얼마나 합의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사회적 시민권 보편성 확대의 의미입니다. 보편적으로 인간답게 살아야할 권리입니다. 다만 보편성을 확대해줄 때 그에 합당한 의무나 공동체 권리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합니다. 어느 정도의 컨디션 조건을 굳힐 것인가는 통일방식에 따라 다른 것이기에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상 짧게나마 '2015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의 16패널을 되새겨보았는데요. 독일 체제전환에 대한 전문 학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어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일 분단 상황이 한반도와 명백히 다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열띤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한 시사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통일 연구와 강연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독일통일의 역사나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의 방법론적인 문제보다, 한반도 현실과 구조의 한계가 먼저 환기됩니다. 통일을 말하는 것에는 그 내용에 한반도 현실에 대한 통찰이 요구됩니다. 독일 통일을 연구하면서 그 시사점과 반면교사 등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1차적인 것이고,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한반도 분단 현실에 녹여낼 것인가. 남북의 구조적 한계를 통찰하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2 시간 가량의 패널을 기사에 담아내는 것은 무언가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그만큼 현장 토론에 학술 열기가 있었고 또 유익했기 때문이겠죠! 다음 패널 기사는 더욱 알짜배기 학술대회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글 내용에 공감하셨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