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남북하나재단 가을학술세미나 ③ 시장의 벽 마주보기


세션3의 시작. 성공을 위한 칸타타._사진: 김명종기자세션3의 시작. 성공을 위한 칸타타._사진: 김명종기자


  지난 11월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남북하나재단 가을학술세미나 시선' 에 다녀왔습니다. 이 장에서는 세션 3 [시장의 벽 마주보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세션3 역시 음악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바흐의 <성공을 위한 칸타타> 가 첼로독주로 연주되었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본격적인 대담이 진행되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가 좌장으로 나서주셨고, 패널로는 정선미 롯데마트 상무, 이상돈 사람인 본부장, 이재범 서강대학교 교수, 노경란 성신여대 교수가 참석해주셨습니다.  

세션3의 좌장 및 패널들. _ 사진 : 김명종 기자세션3의 좌장 및 패널들. _ 사진 : 김명종 기자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제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있을 때, 12명의 탈북민을 연구원으로 채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면 그 분들에게 '북한주민의 관점에서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듣고 분석하기 위해서였죠. 언젠가 한번 서울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겨울이었는데, 출근길에 탈북 연구원에게 '서울이 이렇게 추운데 평양은 얼마나 춥냐.' 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원의 대답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서울이 더 춥다. 북한에서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 조금 하다가 점심 먹고 또 일 조금 하다가 5시쯤 퇴근하면 그만인데, 서울은 할 일이 너무 많다.' 는 대답이었어요. 저는 그 날 아침에 그 대답을 듣고 충격을 받아 바로 회의를 소집했어요. 북한주민들이 한국의 직장에 이 정도로 적응을 못하고 계시는구나. 어떻게 하면 잘 적응도 하게 만들고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정선미 롯데마트 상무


민간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력을 갖춘 인재만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아니에요. 조직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하는 것 역시 능력이죠. 제가 신입사원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면 의지와 열정 못지않게 책임감과 타인과 협력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정선미 상무님이 계신 롯데기업은 올해 8월 북한 지뢰도발 당시에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특별채용하기도 했죠. 그것은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고, 롯데기업은 원래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준 기업입니다. 이렇게 민간 기업들이 탈북민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주민들의 취업률을 일반국민들보다 낮은 편인데요. 이상돈 본부장님이 통계치를 가지고 계시다고 하던데요?


이상돈 사람인 본부장

 

  제가 몸담고 있는 구직/구인 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가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규채용 시장이구요. 두 번째가 알바천국/알바몬 같은 알바시장, 세 번째가 벼룩시장, 교차로 같은 생활채용 시장입니다. 세 번째가 제가 가장 모르는 분야에요. 탈북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주방보조 같은 생활채용 구직/구인은 공식적인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알기 어럽죠. 제가 볼 때 탈북민들이 취업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문턱이 아니라 역량을 갖추는 것입니다.

 

  제가 1년에 240개 기업의 채용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공공/민간을 망라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중에 북한이탈주민을 우대하는 기업이 5%정도 됩니다. 이 기업들은 100전 만점에 3~5%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요.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매우긍정'이 7%, '긍정'이 68%, '절대불가' 가 5%, '꺼려진다' 가 27% 입니다. 결코 불리한 수치가 아니에요. 탈북민들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업의 이유로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가 50%, 선입견이 7%, 촌스러움이 5% 였습니다. 또한 인사담당자들은 면접 시 질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하더군요.


이재범 서강대학교 교수


저희학교에 북한이탈주민인 29세 학생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온 일이 있었어요. 이 학생은 전자공학과에 다니는데 특징이 전자기기를 무척 잘 다룬다는 거예요. 어느 정도로 잘 다루냐면, 이미 한해 전부터 학생들 상대로 스마트폰을 수리해주고 보수를 받는 사설수리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학생이 하는 말이, 학교 안에서 공간을 가지고 수리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 스타트업을 학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물론 학교에서 이렇게 재능 있는 학생이 창업을 하겠다는데 지원을 못할 리는 없지요. 그런데 제가 이 학생과 대화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거예요. 굳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사업 같은데, 학교 밖에서 시작하는 것은 두려워한다는 거죠. 탈북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끔 기업과 학교 사이에 다리 같은 것을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놓아주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결국 어떻게 직업교육을 시킬 것인지가 문제점인 것 같은데요. 노경란 교수님이 이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해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경란 성신여대 교수


탈북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좋지만, 우리 한국사회의 배타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동등한 국민으로 대접받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능력계발, 직업교육 같은 것들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직업의 개수가 약 1만 3천여 개입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직업선택과정은 아주 다르죠. 북한의 경우 '어디어디 무슨 공장에서 무슨 일을 해라'는 식으로 결정이 되지만, 한국사회는 자유시장경제이기 때문에 1만 3천여 개의 직업을 펼쳐놓고, '자 어서 골라봐, 너의 자유야' 하는 식입니다. 탈북민들 입장에서 굉장히 난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직업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어요. 북한에서 반평생동안 해오던 직업이 서울에서는 연계가 안 되고 경력이 단절된다는 것이죠. 제가 알기로 탈북민들 다수가 협동농장 출신이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농촌에서 일할 기회를 탐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대기업 취업이 너무 어렵다고들 하는데, 대기업만 좋은 기업인 것은 아닙니다. 오늘 세미나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좋은 기업들이 많죠. 또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탈북민들을 채용했듯이, 여유가 있는 공공기관들 부터 탈북민들을 많이 채용하기 시작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재범 서강대학교 교수

현실은 매우 냉정합니다. 최종면접에 가서 본인이 북한에 왔기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한 사례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탈북 서강대학교 학생 중에 졸업하지 않고 자퇴를 한 후 다른 전문적인 바리스타나 조리 같은 직업을 찾아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13000여개의 직업 중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까 농촌이야기가 나왔는데, 농협중앙회에서는 농촌이 고령화되어 농기계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에, 농기계 전문 교육인을 채용하기도 하죠.

창업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데 학생들이 많이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한 학년에 300의 경영전공이 배출되는데, 그 중 창업하는 학생은 2~3명에 불과해요. 취업이든 창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돈 사람인 본부장


고용주입장에서는 같은 대우를 했는데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는 경우도 있어요. 흔히 탈북민들이 영어를 많이 어려워 하시는데, 영어로 인한 소통장애는 초기 적응기간만 지나면 수월해집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영어는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이죠. 영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부분들도 초기의 짧은 적응기간만 지나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한국인들이 미국 이민에서 고생했듯이 탈북민들도 한국에서의 삶이 곧바로 화려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어찌됐든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에는 한 세대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노경란 성신여대 교수


능력계발과 관련된 이슈에는 항상 공통점이 있죠. 출발선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를 배려할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역량을 요구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입니다. 저는 전자가 우리사회의 비용을 최종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얼마 전에 고려대학교는 JP모건로부터 20만 달러를 탈북민을 위해 쓴다는 조건으로 기부 받은 적이 있어요. 우리학교는 이 돈으로 탈북민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큰 사업말고, 스몰비즈니스를 지향했습니다. 탈북학생들에게 당장 대박을 터뜨려준다기 보다는 창업경험을 통해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탈북주민들의 민간기업 채용에 대해 질문중인 질문자 _ 사진: 김명종 기자탈북주민들의 민간기업 채용에 대해 질문중인 질문자 _ 사진: 김명종 기자


대담이 끝나고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질문자는 국가에서 탈북민들을 민간에 취직시키는 적극적인 방법은 없는 것인지 질문했습니다.


질문자1.


1사 1인 채용 같은 적극적인 정책이 논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답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_ 사진 : 김명종기자답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_ 사진 : 김명종기자


마침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의 관계자가 참석했는데요. 이 관계자는 과거 비슷한 사업을 언급하며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와 연합해서 북한주민 취업문제에 대해 협약 후 추진해본 적이 있다. 이때 느낀 것이,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 한다는 것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서, 차라리 일정액수를 기부하기는 쉽지만 채용은 쉽게 하려하지 않는다.



소감을 말하는 피아노 연주자 _ 사진 : 김명종 기자소감을 말하는 피아노 연주자 _ 사진 : 김명종 기자

마지막으로 이 날 음악을 연주해준 연주자가 자신의 유학생활을 언급하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피아노 연주자


제가 음악을 공부할 때 미국에서 혼자 동양인 여성으로 유학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탈북 여성 이야기 들어보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많이 되었다. 오늘 이 자리를 저희의 음악으로 빛낼 수 있다는 점이 영광이다.


  통계나 연구자료를 보면 탈북민들의 자격증 취득률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취업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취업에 연결이 되는지는 또 별개의 이야기겠죠. 이상돈 사람인 본부장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탈북민이라고해서 고용에 있어서 불이익이나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지만,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과 본심은 또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이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기에 더욱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기자도 졸업이 다가올수록, 취준생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현재 한국사회의 취업현실에 대해서 부담과 위기의식을 느끼곤 합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우리 대학생들이 이러할진대 낯선 땅에서 첫 발을 내딛는 탈북민들의 심정은 어떨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아무쪼록 이날 세미나 같은 민간과 정부의 노력들이 이어져 탈북민들이 취업이라는 문턱을 당당하게 통과해서 우리사회 곳곳에서 주인으로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총 3개의 세션에 걸친 남북하나재단 가을학술세미나 [시선]을 정리한 기사는 이것을 마지막으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글 내용에 공감하셨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