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통일은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 -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우리는 언제 통일이 될까요?", "지금도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꼭 통일을 해야 하나요?"

 

통일부 기자단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질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면 "한민족에서 반민족으로 갈라진지 68년이 지났습니다. 이념을 논하기 전에 그들과 우리가 한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마음 한 편이 무거웠습니다.

 

"정말 통일이 꼭 되어야만 하는 걸까?.."

 

대답은 그럴싸하게 하면서도 제 마음에도 수도 없이 들었던 생각입니다. 왠지 '통일'이 되어야한다고 하면 그 과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울 것 같고, 복잡할 것 같아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통일은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내 세대가 아닌 내 다음세대에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더 많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남북이 하나였던 세대였기 때문에 이산가족과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러한 것을 아무리 말해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북한 주민을 한 번도 접촉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여기서 한민족, 동질성회복, 더 나아질 경제 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게 우리에게 와 닿을까?"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아무리 스스로 고민해도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저는 전문기관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을 찾아갔습니다.

▲ 통일연구원 연구실

 

입구에 들어서자 통일연구원을 비추는 조명과, 많은 연구실 팻말은 더욱 전문성을 부각시켜주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구소련의 해체와 동구권의 붕괴 등 국제정세의 급변에 따라 우리의 통일 환경도 변화하면서, 정부는 사회주의권과의 교류확대와 남북한 통일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국민의 바람직한 민족통일관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마련과 통일 논의의 확산 및 체계적·전문적 종합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증대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여 1991년 4월 9일 통일연구원이 개원하였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데요, 통일 및 북한의 전반적인 부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분야는 크게 동북아정세, 북한연구, 통일정책 등 세 분야로 나눌 수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북한의 정치, 군사, 경제, 사회 실태, 미 · 중 · 일 · 러 등 주변국의 대한반도 정책, 통일방안 및 대북정책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핵문제, 북한인권, 남북통합 연구 등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저는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정책연구협의회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통일연구원의 하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

"저희는 전반적인 부분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목함지뢰, 열병식 등 북한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면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외부 학술 강의나, 찾아오는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전문성 있는 답변을 전달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있습니다"

 

 북한연구에 앞서, 연구자료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

"연구자료는 북한에 파견되었던 세계 대사관들의 공식기록을 통해서도 얻고, 북한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도 얻고 있습니다. 북한 실상의 자세한 부분은 탈북민을 통해서 많이 얻고 있는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주관적인 입장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연계하여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과 관련된 정보보다는 이에 대한 '분석'입니다. 분석을 통해 북한의 동향과 앞으로의 움직임, 방향성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통일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쭉 이어져왔었는데 왜 지금도 국민정서, 인지측면에서 제자리걸음일까요? >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같이 만나야 된다면 둘 중에 누가 부담스러울까요? 가난한 사람이겠죠, 사회, 경제, 과학, 기술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북한은 우리보다 열세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은 상당부분을 잃기 때문에 통일을 꺼려하며 만남을 피하는거죠. 그런데, 지금같이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부담스럽잖아요? 통일은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반드시 되어야합니다. 그럼, 북한이 꺼려도 우리가 먼저 나서서 통일을 위한 시도를 해야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통일은 언제 됩니까?' 입니다. 전 그때 속으로 대답합니다. 통일은 누가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저 언제 결혼해요?'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통일을 적극적인 의지 없이 기다리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우리는 남북분단의 비정상적이고 불편한 상황에 익숙해져있습니다. 비정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가 비정상성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 통일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정부가 말하는 '통일 대박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통일대박론을 절대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대박'은 정답입니다. 그런데 그 말 속에 무엇이 숨어있느냐면, 우리는 지금 good 인데, 통일을 하면 best가 아니라, 심하게 얘기해서 통일을 안 하면 우리는 죽는다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상황 어떻죠? 기자단 친구도 지금 학생이니까 취업난에 대해 잘 알 것입니다. 지금 서울대를 나와도 취업을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지금 한국사회의 위기이죠. 성장모델도 끝났고, 고령화 사회로 넘어갔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미래는 '통일'입니다. TV에서 병영문화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웃죠? 그런데 영장 나오면 어떻게든 안 갈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대치상황이기 때문에 군대 가는 것이고, 반드시 가야합니다. 

그런데, 20대의 푸른 청춘시절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처럼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야 할 때 군대가서 총들고 대치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입니까? 이것을 정상적인 사황으로 인지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분단의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몇 가지의 질문만 드렸는데, 그 안에 제가 궁금해 하던 답이 들어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할까요? - 통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분단의 비정상성과 불편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못 느끼고 있을 뿐 입니다.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과목과 같은 것입니다. 통일은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암담한 현실 앞에 눈을 낮추고 적응하기보다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가고자하는 의지가 제 가슴속에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통일연구원 사무실 모습

                                                                  

▲ 다가올 통일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통일은 통일연구원 같은 단체나 저처럼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을 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통일은 '나'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남북분단의 비정상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통일을 위한 도약은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다가올 통일을 꿈꾸며 이번 기사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통일부기자단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글 내용에 공감하셨다면, 공감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