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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임시보관함

'북한산림 황폐화 이대로는 안된다.', 산림학자 김성일 교수와의 가상 인터뷰

'북한에서는 지금 매년 평양시 크기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축구장 13만 개 크기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2013년 유엔의 FAO(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북한의 산림훼손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산림학자 김성일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북한 산림이 이대로 가다간 산림 사막화에 따른 환경 난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북한의 산림 수준의 심각성을 자세히 알고자 '북한 산림, 한반도 사막화'(김성일,이동호 저) 책을 읽어 보았는데요, 책 내용을 토대로 하여 저자 중의 한 명인 김성일 교수님과 가상 인터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 인터뷰의 구성은 책을 참고했지만, 실제로 교수님과 상의 된 적 없는 기자의 자의적 구성임을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저자인 김성일 교수님/ 출처: NKchosun)


기자: 교수님 안녕하세요. 8기 통일부 대학생 기자 김시온입니다. 교수님이 쓰신 '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하고 있다' 책을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사실 북한에 벌목이 심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제가 책을 읽고 북한 산림복원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교수: 김 기자님 안녕하세요~ 감사하기는요. 제 책을 통해 북한 산림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제가 더 영광입니다. 


산림훼손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정말 친절하시군요! 교수님,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북한의 산림 훼손이 얼마나 심각하고 그 파급력은 어떤가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예비독자님들을 위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교수: 네. 1990년부터 20년간 북한 산림 전체의 32.4%가 사라졌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구분 없이 산림훼손이 심각하며 인구 밀집지역은 황폐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북한 전체 면적 중 산림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도 1990년에는 68%였던 것이 2010년에는 47%로 줄어들었습니다. 홍수와 폭풍의 누적 피해액은 약 24조 원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1,700여 명이고 누적 피해자 수는 천백만 명에 이릅니다. 무엇보다 산림황폐화로 인한 식량 부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집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1996년에 한반도에 비가 많이 왔는데요, 국정원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그즈음을 기해 1995~1998년 4년간 북한에서 300만의 주민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비가 내렸던 남한은 1970년대 산림복원을 진행하였기에 큰 인명피해가 없었습니다. 즉, 북한의 식량부족과 피해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위 : 천 ha)

 

 1976

1990 

2000 

 2005

 2010

 산림면적

 8,970

8,201 

6,821 

6,187 

5,666 

국토대비면적(%) 

74.4% 

68.0% 

56.6% 

51.3% 

47.0% 


 

 

(자료출처: 세계은행, 2011 / 저서에서 재인용)


기자 : 정말 심각한 상황이군요. 그렇다면 산림훼손이 왜 이렇게 심각하게 일어나는 것인가요? 

교수: 산림 황폐화의 원인으로는 자연재해로 인한 산림훼손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에너지난에서 비롯된 산림 벌채 등의 인위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전기시설은 평양 일대에만 상대적으로 잘 보급되어 있고 평양 이외에 지역에서는 에너지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기 이외에도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사람의 세계 평균은 59%인데 북한은 9%에 불과합니다. 즉 북한 주민의 91%에 해당하는 2천 220만 명이 나무와 석탄, 동물 배설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석탄이나 동물 배설물과는 달리 나무는 값을 지급하지 않고도 주민들이 산에서 손쉽게 베어 사용할 수 있으므로 더욱 산림훼손이 심각해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에너지난을 해결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산림 벌목을 하는 북한 주민들 탓만 할 수도 없습니다. 


(밤에 찍은 한반도 위성사진. 남한과 다르게 평양 지역을 제외하고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출처: NASA)


기자 : 에너지난이 심각한데 중앙정부는 이를 해결해주지 않아서 산림 황폐화가 진행된다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군요. 그렇다면 북한 중앙정부는 산림복원을 위해 노력한 적이 없나요?  

교수 : 국토의 70%가 산림인 세계적인 산림 강국이었던 북한은 정권 수립 직후부터 산림자원 관리를 해왔습니다. 1946년부터 황폐해진 지역을 회복시키기 위한 규제 조치를 시행했고 이를 위해 정부예산에 20%를 쏟아 부었습니다. 1960년대부터는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조림에 나서서 1961~1967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 기간 동안 800만 헥타르의 조림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가 어려워졌고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약속했던 원전 건설을 취소하며 에너지 위기에 몰리게 되고 에너지난이 오게 되었습니다. 식량난이 계속되자 김일성은 나무를 베어내고 산간지역을 밭으로 개간하는 다락밭 조성사업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산림지역이 사라졌습니다. 산림보호보다 당장의 경제 회복을 추구한 것입니다.  


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하고 있다. 

기자: 아 그렇군요~ 다음은 개인적인 궁금증이기도 한데요. 혹시 책의 제목을 '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 하고 있다'로 지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교수: 책의 제목을 짓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사막화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만난 환경문제 전문가 테플리아코프 교수는 북한이 다음과 같은 악순환의 늪에 빠져있다고 했습니다. 

산사태 → 농지손실 → 토지 황폐화 → 가뭄 → 식량난 → 산림훼손 → 산사태

저도 이 악순환에 공감합니다. 암석이 자연 풍화로 1cm 두께의 토양으로 변하는데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홍수는 그 몇 백 배 두께로 형성된 토양을 순식간에 파괴합니다. 파괴된 토양은 경작능력 잃고 앙상한 관목 외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사막입니다. 즉 가뭄과 홍수 등의 산사태를 통해 땅이 사막화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막화는 북한 뿐 아니라 남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UN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온도는 0.7도가 올랐으나 한반도는 1.7도나 올랐습니다. 북한의 산림재앙이 같은 생태계 안에 있는 한국도 위협하는 한반도 공통의 위기인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북한의 이러한 안타까운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책의 제목을 '북한 산림, 북한을 사막화하고 있다'가 아닌, '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 하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다른 대북 지원과는 다르게 사업의 이익과 혜택이 북한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반도 전체에 돌아온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 교수님의 깊은 뜻이 담겼었군요. 말씀을 듣고 나니 북한 산림 복원을 돕는 데에 민족적인 이유 말고도 실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 :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부터 돕는다면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막대하게 지출하게 될 통일 환경 조성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산림복원의 성공적인 사례의 나라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을 돕는다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입니다. 



(산림회복에 성공한 우리나라 경북 영일의 사례/ 출처: 김성일 교수님) 


대북 산림녹화 그리고 한국의 가능성 

기자 : 아~ 저도 우리나라가 70년대 산림녹화에 성공했다는 선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경험을 가지고 북한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요, 이게 바로 교수님께서 책에서 말씀하신 한국의 가능성이겠군요. 이 가능성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교수 :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산림면적과 목재량은 북한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화전민의 벌목과 실향민들의 목재소비량 때문에 한국의 산림은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졌습니다. 이에 1960년대 초 정부에서는 산림녹화 정책을 폈으나 재정과 행정력 부족으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와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산림청을 내무부로 이관하였고 강력하고 효율적인 산림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또한, 경제성장으로 목재가 아닌 석탄 등의 연료 사용이 증가하였고 도벌방지와 화전 정리 등의 산림법도 채택되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성장은 세계의 산림전문가들이 대표적인 숲 디커플링(decoupling) 사례로 뽑을 정도로 경제성장과 산림보전이 동시에 이뤄진 근대적인 산림 복원 사례입니다. 산림복원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주 선진화되어있다는 것이죠. 또한 산림문제는 정치, 군사 등의 북한과 관련된 다른 이슈들과는 달리 남북한 산림 생태 축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당위성도 높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가지고 이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녹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디커플링 : 한나라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독자적인 흐름을 보이는 현상 



 통일도, 산림복원도 우리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기자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산림 협력을 어떻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수현재 북한은 정치적으로 불편하기도 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는 한국과 협력하는 것보다 국제기구와의 다자관계 또는 국제기구의 참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하지만 국제적인 신임도가 낮은 북한은 한국의 지원과 도움 없이는 국제기구로부터 재원과 도움을 받는데 정치 경제적인 한계가 있습니다그래서 한국이 대북 산림 복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한국의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합니다.

기자장기적인 플랜이란 무엇인가요?  

: 대북산림복원을 하려면 먼저 북한 산림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야 하며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산림일 뿐 아니라 북한의 산림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여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 현재 북한 산림의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북한 산림 전문가 양성 교육도 중요할 것입니다. 둘째로 대북산림 협력을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북한과 신뢰를 쌓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장애물이 많겠지만, 북한 산림을 살려야겠다는 공통의 굳은 의지로 나가야 합니. 마지막으로 정치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대북 산림 복원에 남북 정부와 비정부기구 간 협력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북한의 환경문제를 돕는 차원을 넘어 총체적인 위기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정부의 지원으로 공기업이 사업을 진행 하는 것이 제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장기적인 플랜안에 안정된 거버넌스입니다.  

즉, 한국의 장기적인 산림복원 플랜과 국제기구의 지원, 그리고 북한의 실행의지 삼박자가 갖추어지는 산림복원 협력을 진행 해야 합니다.       

기자 : 네, 교수님 오늘 말씀 너무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산림 복원과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교수 : 제가 오랜 기간 북한 산림을 연구하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한국이 좀 더 일찍 북한 산림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했다면 지금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산림을 살리고 기아선상에서 주민들을 살릴 열쇠는 지금도 우리의 손에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결단에 따라, 북한 산림녹화도 이루어질 수 있고 통일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통일도, 산림복원도 이뤄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 두 사람의 의지가 아닌 구성원 모두의 굳은 의지겠지요.



 

이렇게 책의 내용을 김성일 교수와의 가상 인터뷰로 녹여내 보았습니다. 인터뷰를 구성해보니 단기적으로는 당장 북한의 경제난과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거시적으로는 산림녹화가 이루어져야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해결되고 경제까지 회복될 것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더 나아가 통일 문제는 이념 갈등에 싸여 한다, 안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통일 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성일 교수가 산림 분야에서 지금부터 통일 후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처럼, 통일 후의 여러 분야의 실용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많이 마련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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