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16주년 기념 학술회의 3세션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비핵화 진전 모색"으로, 이번 학술회의의 메인 세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는 이화여대 서훈 교수가 맡았고, 발표는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가 맡았습니다. 뒤이은 토론은 서주석 국방연구원 연구위원과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이 맡았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서훈 교수는 먼저 개성공단 중단은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말하며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서훈 교수는 16년 전과 오늘날에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국제적 환경이 달라졌으며, 전향적인 지도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연 얼마만큼 우리의 정책적 의지를 국제정세 속에서 관철할 수 있겠느냐는 굉장히 큰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서훈 교수는 정권교체가 중요하지만 정권교체만 바랄 것이 아니라,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주장하고 활동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서훈 교수는 마지막으로 3번째 세션에서는 한반도 남북관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비핵화 문제와 평화체제 문제라는 학술회의의 큰 주제를 다루는 만큼, 두 가지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보고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회를 맡은 서훈 이화여대 교수(왼쪽)과 발표를 맡은 김연철 인제대 교수(오른쪽)


정부 주도의 제재일면도는 비효율적 by 김연철 교수


김연철 교수는 먼저 국제사회에서 경제제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한 역사적 사례가 흔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제재는 제재를 받는 정권을 약화시키기보다 강화시키는 경향이 크고, 또한 해당 국가의 집권층이 아니라 취약계층에게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비인도적인 수단으로 비판받습니다. 제재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압력의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억지를 위한 정당성의 근거로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효과는 없는데 필요성이 증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북제재가 외국의 대북제재와 다른 점 중에 하나는 법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나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정치적 판단, 혹은 통치행위로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제재는 법률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제재의 역할을 협상론의 틀 안으로 한정시킵니다. 지난 3월 8일 왕이 외교부장이 "제재는 필요한 수단, 안정은 시급한 과제, 협상은 근본적 길"이라고 밝힌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북제재는 협상론으로서의 제재와 붕괴론으로서의 제재가 구분됩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는 근본적으로 붕괴론의 시각에 기초하고 있으며,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성격을 짙게 띠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협상은 해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연장시키는 조치입니다. 협상론으로서의 제재가 정경분리의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붕괴론으로서의 제재는 정경연계를 채택합니다. 


이 지점에서 핵무기와 관련해서 해외 사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를 보면, 양국 사이에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도 재래식 전투가 일어났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경우, 국제 관계가 파탄난 지경에서도 서로 관계회복을 꾀하여 핵무기를 가질 필요성을 제거하였습니다. 2003년의 리비아와 2015년의 이란 또한 강력한 제재가 아니라 적극적 외교를 통해서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2월 23일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을 합의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선후'가 아니라 '병행'입니다. 물론 6자회담 재개의 형식으로 협상이 열린다고 해서 문제가 마냥 쉽게 풀릴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한다는 점에서는 비핵화-평화협정의 병행론이 북핵문제의 최종적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존 케리 美 국무장관과 왕이 中 외교부장이 비핵화-평화협정 교환 가능성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관련기사 : "케리·왕이 G2 외무회담… 북핵 해법 등 싸고 이견", 세계일보)


한국 정부는 세 가지의 출구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분리, (2)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리, (3)정부와 민간의 분리가 그것입니다. (1)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분리는, 정치군사적 현안과 인도적 현안의 분리가 국제사회의 원칙이라는 점에 입각한 것입니다. 1960년대의 라틴아메리카 비핵화지대 협상부터, 이란과 시리아의 핵문제 해결까지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관계가 변해야 핵 필요성이 해소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에서건 핵문제는 국제적인 문제고 장기적인 해결과정이 필요하며, 협상을 통한 해결만이 신뢰구축 과정을 포함하는 단계적인 해결을 시도할 수 있는 길입니다.


(2)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리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과도 닿아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지자체는 의회견제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중앙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기 힘들거나 개입하기 난망한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정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합니다. 지자체의 남북교류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그 적법성과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되, 무분별하게 이를 통제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입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도시교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3)정부와 민간의 분리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하면서도, 관광이나 인적 접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민간교류는 정부에서 통제하는 일반적 제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략적 목적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북한은 정부와 민간의 분리가 없는 국가이기 때문에 민간교류를 통해 북한 정부의 의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기도 합니다. 법적으로도, 남북교류협력법 및 남북관계발전법이라는 법률이 있는 현재 법률의 하위법인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정부가 민간을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발표하는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


이러한 3가지 차원의 분리를 위해, 우리 사회는 먼저 왜곡된 이념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게 닥친 북한문제, 북핵문제에 대해 이념성보다 정책성이 우선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등의 분야에서 민간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고,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기 힘든 부분에서 시민사회는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초당적인 협력과 협치가 강화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핵포기-경제지원 등가성 떨어져... 기존 사고방식 버려야 by 김준형 교수


김준형 교수는 1차 북핵 위기 이후 40년 간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는 3개의 변곡점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1차 핵위기를 매듭지었던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 2차 핵위기를 매듭지었던 2005년 9.19공동성명, 2016년 5월 조선로동당 7차 당대회 이후 표면화된 비핵화-평화협정 교환 매트릭스의 재등장이 그것입니다.


제네바 합의는 북미 양자협상의 결과이며, 핵프로그램의 동결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교환된 합의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햇볕정책 역시 경제적 보상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포기-경제지원 교환의 매트릭스는 오작동을 일으켰습니다.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은 사실상 작동을 멈췄고, 햇볕정책 역시 한국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명맥을 잇지 못했습니다. 제네바 협상과 달리 9.19공동성명은 다자 회담의 결과물이었다는 차이점이 있는데, 문제는 각국이 같은 성명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9.19공동성명에도 핵동결과 경제지원이라는 매트릭스가 포함되어있었는데, 이 또한 실패한 것입니다.


이후 북한의 태도는 크게 바뀝니다. 북한은 핵포기를 통한 경제지원 및 체제안보에 미련을 버리고,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핵포기-경제지원의 교환 매트릭스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는 제네바 합의나, 9.19공동성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음을 반증합니다. 북한은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에 주력을 쏟았고, 마침내 4차 핵실험과 UN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발효되었습니다.


발표하는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


상황이 이처럼 긴박해지자, 각국으로부터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을 제외한 미국, 중국은 대북제재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공감했습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제시한 비핵화-평화협정 교환 매트릭스에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일단 수용한 것입니다. 케리와 왕이의 회담 직후, 미국은 한국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가 없다고 사드를 둘러싼 한미중의 신경전을 일단락시켰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한 해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한반도 문제의 해결 당사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를 "한반도에 한국이 없다"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특히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일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는, 동아시아에서 한국 이야기는 소멸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한미일의 구도 속에서 중국을 압박하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한국은 별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둘째로는, 핵을 한 편에 둔 교환등가성에 대한 인식차가 과거보다 훨씬 더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능력과 이에 대한 제재의 효과를 면밀히 따져야하며, 미국 주도의 세계적 핵 비확산 체제가 얼마나 흔들릴지 검토해야합니다. 핵심적으로는 평화협정이 핵포기만큼 불가역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북한이 핵포기 후 다시 핵개발을 하는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평화협정을 뒤엎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데, 북한 또한 이를 고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북핵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가운데, 한국이 택할 수 있는 해결책도 어렵습니다. 김준형 교수는 우선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핵화-평화체제의 교환 매트릭스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반도 문제가 핵문제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핵문제에만 몰두하지 말고, 중국이 맡고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한국이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군사훈련, 북한이 핵에 매달리게 만드는 치명적 위협 by 김동엽 교수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지난 3월 실시된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병력과 장비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훈련의 내용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5015를 적용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포항 일대에서는 한미 해병대가 북한 내륙 진격을 가정한 '쌍룡훈련'을 실시하고, 한미 특수부대 간에는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훈련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러한 훈련은 기존에도 통상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이번 훈련에는 이것이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되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발표하는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


국방부는 이것이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압박이라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훈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는 것이 정말로 북한의 굴복을 이끌어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연습 현황]

연습명 

 형태

목적

내용 

을지

프리덤

가디언

(UFG)

군사지휘소

및 정부 연습

△현 연합방위체제 하 전구작전 지휘 및 전쟁수행절차 연습

전시작전통제권전환에 대비,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전구작전 지휘 및 수행능력 배양

군사연습과 연계하여 충무계획 및 전쟁수행예규 수행절차 숙달

위기관리 절차, 전시전환 절차, 작전계획 시행절차 연습

주요 지휘관 세미나

군사협조기구 운영연습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KR/FE)

지휘소 연습

및 야외기동 훈련

현재의 연합방위태세 점검 및 전쟁수행절차 숙달

한미 연합작전 및 후방지역 방호작전 능력 배양

위기관리 절차, 전시전환 절차, 작전계획 시행절차 연습

연합작전지역 내 수용, 대기, 전방 이동 및 통합절차 숙달

한미 연합실기동훈련 등

(출처: 『2014 국방백서』(서울: 국방부, 2014) p.256


위 표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은 전면전 시 한미 연합 전쟁수행능력을 강화하는 한미 연합훈련입니다. 키리졸브 훈련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전쟁 수행절차를 위한 지휘소 훈련입니다. 독수리 훈련은 특전부대 침투, 타격훈련, 주요시설 방호훈련을 병행하는 실제 야외기동훈련입니다. 유엔군사령부는 북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할 것에 대비해 훈련의 투명성을 증대시키고 훈련에 대한 내용을 북한에 통보하고자 하지만, 북한은 이 통보를 거부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 경우 유엔사 측에서 판문점에서 메가폰으로 훈련 통보를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군축 차원에서 훈련 중단을 요구해왔습니다. 김일성은 미국의 핵공격 가능성에 대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실상 미국의 공격에 대한 공포감은 대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이에 대해서는 『김일성 저작집 제7권』(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0).  p.244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북한자료센터나 국회도서관 등을 이용해보세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쟁연습이라 간주하고, 줄곧 핵과 연결시켰습니다. 김정일과 김정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걸프전과 이라크전 이후, 북한은 전면전보다 미국의 외과식 정밀타격에 무게를 두고 한미 연합훈련을 보다 실제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북한이 약하고 고립된 상황에서 강구해낸 합리적 안보우려(reasonable security concerns)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군사행동을 한다면, 이는 필사적 생존이 아니라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위협은 외부로부터 오는 변화에 대한 압력과 강요를 거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것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발제자들의 발표에 대해 사회자 서훈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김연철 교수의 발표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병행추진하는 선순환구조를 이루지 않는 한 어떤 것도 해결될 수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김준형 교수의 발표는 북한붕괴론에 기댄 북핵문제해결법이 얼마나 허망한가, 대북제재가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나 있으며 혹은 어떤 식으로든 효과를 거두려고 제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김동엽 교수의 발표는 북한이 명백하게 5차 핵실험을 할 것이니 한미군사훈련을 같이 유예하자고 제안했는데, 한미 양국이 한미합동훈련은 당연히 하는 것이고 핵실험은 당연히 안하는 것이라며 즉각적 거절을 했는데 북한의 의도를 보다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제언이었습니다.


6.15공동선언 16주년 기념 학술회의 3세션 현장 모습


제재를 물신화해선 안돼 by 서주석 박사


발표에 이어서 서주석 박사와 장용석 박사가 위 발제문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먼저 서주석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연철 교수의 발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토론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경제제재로 국제문제가 풀린 적은 거의 없습니다. 1994년, 2007년, 2008년 등에 북핵문제가 해결방향으로 진전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제재가 강화돼서 문제가 풀린 것이 아니라 제재를 해제하리라는 기대가 북한 행동에 변화를 초래한 것입니다. 즉, 제재는 무조건 강력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정책수단입니다. 문제 해결의 길로 가기 위해서 제재 자체를 지나치게 물신화하는 생각은 문제가 있습니다.


서주석 위원은 김연철 교수가 언급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분리와 선순환적 관계 구축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핵문제 해결 위해서는 관련된 당사국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촉구해야 합니다. 가령 부시 행정부 초기 2차 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처음부터 강경했고, 거기에 대해 우리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라크 파병 문제 등도 엮여 있었는데, 북핵문제가 워낙 중요한 이슈라서 동맹의 조정을 해야한다는 말까지도 나왔습니다.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개선의 병행발전이라는 두 트랙을 같이 추구하는 것은 세심한 전략적 판단과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토론하는 서주석 박사


서주석 위원은 김준형 교수이 말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교환등가성이 현재로서 딱 맞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핵문제와 평화협정이 두 개를 등가적으로 따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상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9.19공동성명때는 가장 앞의 1조 1항이 북한이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것이었고, 거기에 붙었던 다른 사항들은 모두 미국의 사후조치였습니다.


김준형 교수는 9.19공동성명 당시 성명 이행과 관련된 각국 조치의 시간과 순서가 명확하게 명기되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했는데, 서주석 위원은 이것이 정확한 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 각국이 1주일 간 토론을 했는데, 모든 문제가 동시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다 동의했지만, 시간과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중재로 9.19공동성명을 만들었지만, 마지막 폐막식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일정부분 진행되어야 경수로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고, 북한은 경수로가 안되면 비핵화도 없고 못박았습니다. 여기에 BDA 문제도 겹치면서 실패했습니다. 교환등가성 문제와 포괄적 해결은 어려운 이슈고, 그런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서주석 박사는 김동엽 교수가 지적한 군사훈련이 정말 어려운 이슈라며, 매년 3월과 8월만 되면 남북관계가 잘 풀리다가도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1992년에 한미 TF훈련이 일시중지되자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는 등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뤘지만, 93년에 훈련이 재개되면서 핵위기가 재개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에 한미 양국은 특별한 상황이 생길 경우 군사훈련을 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군에서는 훈련 반 년 전부터 준비가 된 상태고, 여기에는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해외 미군 자산이 들어오는 계획과 연계되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군사훈련 이슈는 시간을 두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할 이슈인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지구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by 장용석 박사


장용석 박사는 앞서 발표한 세 발제자의 내용 전반에 대해 총체적인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우슨 김연철 교수가 말한 제재의 결속효과는 내부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첨언했습니다. 위기가 터졌을 때 내부적으로 똘똘 뭉치는 현상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독재국가에서만 생기는게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미국도 9.11 테러가 터졌을 때 부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90프로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를 랠리효과라고 합니다.(Rally Effect. 관련기사: "Anatomy of a Rally Effect: George W. Bush and the War on Terrorism", Cambridge Journals)


토론하는 장용석 박사


한편 제재의 실질적 효과나 실제로 제재할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번 제재는 유엔 중심의 제재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다르게 미국이 독자 제재를 하면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북한을 자금세탁우려국가로 지정하면서,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해서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요청한 자료의 범위가 북한거래 뿐만 아니라 쿠바, 이란, 시리아와의 거래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 카드를 중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활용하는 측면으로 봐야합니다. 


물론 제재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제재로 정권을 교체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란의 경우, 이란에 대한 제재 수위가 굉장히 높았는데, 이란은 비핵화를 합의한 것이 아니고 핵무기 개발에 대해 포기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생산 기간을 늘려서 서방국이 핵개발 조짐을 알아챌 수 있도록 하고, 이란은 10년 후 자유화된 것입니다. 현재 북한에 대해 핵동결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처럼 해결이 난망한 시점에서 우리 나름대로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결 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용석 박사는 비핵화 문제는 지구전이라며, 북한 체제가 동구 공산권이 무너진 것처럼 쉽게 무너져서 정치민주화 를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변동 전에는 정치자유화와 같은 복합적 사건이 반드시 선행되는데, 북한 정권 교체의 일말의 가능성은 있지만, 정치 자유화가 선행되지 않은 정권붕괴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할지 말지는 알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김정일 시절에는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협상을 하고 9.19성명과 같은 결과물을 내놓으며 핵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확대시켰지만, 지금은 그런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말씀처럼 정치는 생물이고, 북한의 정치도 생물입니다. 고위 간부를 숙청하고, 정치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생물처럼 과학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이 핵폐기를 할지 말지에 대한 질문은 비과학적인 것입니다.



한편 장용석 박사는 한국의 핵보유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한국의 핵보유는 패배주의적인 이적행위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핵보유는 북핵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장 박사는 우리나라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탈냉전기에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과 같은 교류협력의 경험, 유럽의 군비통제에 대한 ECSC 경험 등에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김연철 교수가 이야기한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분리가 중요합니다. 핵 문제와 재래식 무기 문제 구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구전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하며, 그 핵심이 군비통제일 것입니다.


장용석 박사는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김정은 정권의 문제가 크다고 짚었습니다. 김정일은 유연하게 핵을 협상카드로 활용했는데, 김정은은 핵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학적으로 냉정하게 보자면,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 정부의 책임입니다. 1차 핵위기 당시 임동원 통일부장관이 임동원프로세스를 가동하고, 미국의 페리프로세스(Perry Process)가 가동되는 등 어려운 과제를 해낸 적이 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이제는 북한문제와 핵문제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고민하고, 지구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6.15공동성명 16주년 기념 학술회의 3세션


지금까지 평화체제와 비핵화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토론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현장에서 오간 주장들과 근거들을 전부 소개해드리지 못한 점이 아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 중에는 본고에 차마 싣지 못한 수위 높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제지원-비핵화'라는 틀로 진행되었던 핵문제가 앞으로 '평화체제-비핵화'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6.15공동선언 기념 학술회의: 평화체제와 비핵화>

① 중국과 한반도 (클릭!)

② 20대 국회와 남북관계 (클릭!)

③ 평화체제와 비핵화 (현재페이지)

④ 분단국 도시교류 (클릭!)


추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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