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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빈주노가 만난 사람] 통일부 천해성 통일정책실장

지난달 빈주노는 통일부의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을 만났습니다. 천해성 실장은 행정고시 30기로 1987년부터 통일부에 몸 담고 있습니다. 남북 간 실무회담 경험도 많을 뿐더러 줄곧 통일부에서 봉사한 탓에 통일 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2013 69일에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에 남측 대표로 참석했는데요. 당시 TV속 화면에 잡힌 당당한 태도가 인상 깊어 그 이후 임은빈 기자의 롤모델이 되었답니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천해성 실장은 두 기자를 반가운 인사와 편안한 웃음으로 반겨주었습니다. 인터뷰는 임은빈 기자과 천해성 실장의 일문일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통일부에서 일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대학교 2-3학년 시절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국가민족,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법조인의 길보다는 행정부 공무원이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시를 준비하기 전부터 통일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지방수습 과정을 거치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느끼기도 했고, 통일부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보람도 있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1987년부터 줄곧 이 곳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 통일부에서 일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으십니까.

 "1988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7·7 선언이 있었고 이듬해인 1989년에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발표되었죠. 또 1992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길에 제 자신이 있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후회한 적은 없어요. 모든 일이 항상 우상향 커브(curve)를 그리진 않잖습니까? 비록 부침도 있었고 지금의 남북관계도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통일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통일부를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인터뷰는 통일정책실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이날 인터뷰는 통일정책실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통일정책실은 통일부의 가장 핵심적인 부서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총괄 및 기획,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국민적 합의 조성, 통일문화의 확산과 제반 콘텐트 마련, 이산가족과 납북자, 북한인권과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돕는 등의 광범위한 일을 담당한다. 특히 남북 간 당국자 회담이 있을 때면 남측 대표로 통일정책실장이 실무접촉에 나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은 통일부의 자타공인 정책통이다. 통일정책실을 맡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그에 앞서 통일부 인도협력국장과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다.

 


- 여러 번에 걸친 북측과의 회담을 통해 특별히 느끼신 바가 있으시다면.

 "무엇보다 남북회담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가 간의 회담과는 성격이 다릅니. 국가 간의 관계라기 보다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특수관계 고, 또 쌍방이 이념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봅니다. 북한은 국제적인 규범을 어기거나 남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국제적 관례와 질서에 구속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2012년에 어렵게 이룬 북미 간 '2.29 합의'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휴지조각이 된 것이 최근 있었던 대표적인 예죠.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협상 태도, 과거 사례, 표현, 언어 사용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남북대화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어려운 현안을 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한마디로 압축하여 정리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닙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동안 머리를 싸매고 힘을 모아도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기에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2,000만이 넘는 우리의 동포가 있어요. 북한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면서도 통일의 대상입니다. 대화의 실효성을 살리려면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과 응징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을 늦추지 않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투트랙(two-track) 접근법이기도 합니다." 


△통일부 조직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통일정책실이다.(자료=통일부 홈페이지 갈무리)△통일부 조직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통일정책실이다.(자료=통일부 홈페이지 갈무리)


 

- 지금(인터뷰 당시)과 같은 남북관계의 교착 시기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남북관계의 교착시기에도 통일정책실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법제도를 만들고, 또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교육복지 등의 제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 28천여명의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일, 그리고 통일 교육을 위한 다양한 행사 준비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에 열린 <2015 통일박람회>는 국민들이 통일을 가깝게 느끼기 위한 문화적·교육적 차원이라면, 6월에 개최된 <한반도 국제 포럼>은 통일외교 나아가 통일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던 거죠."


 - <2015 통일박람회>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화 차원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는 남북 당국 간의 합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이를 추동하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경우 단순한 해프닝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서독 정부의 꾸준한 '동방정책(동서화해정책)'이 동서독 사회로 하여금 '하나의 독일'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한 것이죠. 결국 통일에 대한 동서독 주민들의 열망이 독일 통일에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통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유리한 여건이 왔을 때 한반도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그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겁니다."


 <2015 통일박람회>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기자단을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통일부와 함께 한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수십 개의 부스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그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정부와 언론, 학계, 시민단체, 지자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 하나로 큰 축제의 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통일정책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통일의식 제고와 통일 문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임은빈 기자가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에게 질문하고 있다.△임은빈 기자가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것니다. 물리적·심리적으로 우리를 옥죄이는 '선'을 허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회담의 대표가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꿈을 꾸곤 합니다. 분단으로 인한 제약에서 벗어나면 지리적 영역뿐만 아닌 인식의 영역 또한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선'이 허물어져 한반도가 하나의 공동체를 되는 미래가 하루 속히 오길 소망합니다."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은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을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우선 학업과 취업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통일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천 실장은 또 "대학생이라는 소중한 시기에 통일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기회비용의 측면에서도 다른 어떤 일보다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며 "미래 어느 분야에 몸을 담든 지속적으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임은빈 기자.△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임은빈 기자.


미래의 꿈, 통일을 위한 준비 필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간한 <통일의식의 분화와 역동성: 2015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젊은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2030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식은 다른 세대보다 현저히 낮고 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강한 반대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입니다. '통일은 나와 무관한 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일각에서 '남북대화 무용론'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무관심을 유지하는 동안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그러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통일정책실이 추진하는 일은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일입니다. 남북대화는 물론 끊임없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통일의 문제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탈북민의 남한 사회 정착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통일 한반도의 제도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고 다가올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입니다.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의 말대로 통일은 갑자기 찾아오는 '해프닝'같은 것이 아닙니다. 설사 시기적으로 통일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해도 우리가 그만큼 준비돼 있지 않으면 분단보다 더 큰 불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법. 미래 한반도를 설계하고 이끌어나갈 젊은 세대,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합니다.

(사진=하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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