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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한 여름 밤, 통일을 꿈꾸다> ② 통일인문학이란?

안녕하세요! 8기 대학생 기자단의 홍다혜 기자입니다. 지난 기사에 이어서 송파도서관에서 <한 여름 밤 통일을 꿈꾸다>라는 근사한 주제로 주최하는 특강 시리즈 중 2번째 강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번째 강의는 7월 16일 목요일 밤 7시부터 2시간 동안 꽉꽉 채워서 진행되었는데요, 건국대의 통일인문학 연구단 HK교수인 정진아 교수가 <통일 인문학이란?>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강의가 열리는 송파도서관의 전경


오늘의 강의 주제인 ‘통일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통일을 다룬 남북한의 문학이 아닐까.’라고 막연히 추측해 보았는데요, 이 추측이 맞는지는 차차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의에 앞서 약 20분 정도 한 다큐의 일부분을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다큐는 지난 2005년에 방영된 KBS 스페셜 '독일통일 15주년-통일 독일의 딜레마, 오씨(Ossis)와 베씨(Wessis)’로, 독일이 1990년에 통일되고 15년 후인 2005년의 모습을 들여다 본 것이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에는 동독인의 약 90%가 통일을 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 40여 년 동안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통일 이후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뇌혈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던 에르미쉬 교수는 통일 이전에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에 해고를 당했습니다. 항의가 빗발쳤음에도 복직되지 않자 그는 끝내 자살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노동자들이나 실직자들이 공원에서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는 모습을 동독에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동독인들의 4분의 1 가량이 실업자가 되면서 실업은 통일 이후 가장 심각한 문제들 중의 하나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들은 국가가 모든 것을 정해주는 삶을 살았다가 갑작스런 체제 변경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하고 게으른 오씨로 전락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동독인들의 가치는 정신적인 것, 사회적인 연대감, 국민적 유대감에 있으며 이런 것들은 돈보다 숭고하다며 동독에 대한 향수를 드러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서독과 동독 양 쪽의 통합이 아닌 서독 중심의 일방적인 통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은 ‘오씨(Ossis), 즉 가난하고 게으른 동독인’이라고 부르고 동독 사람들은 서독 사람들을 ‘베씨(Wessis), 즉 거만하고 이기적인 서독인’이라고 부르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진아 교수는 ‘통일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 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 할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거꾸로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흡수통일이 과연 기쁜 일일까?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낳습니다. 독일 사례에서 보듯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통일 방식은 한 쪽에는 부담감을, 다른 한 쪽에는 극심한 박탈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통일을 상상해야 할까요?

여기에서 오늘의 주제인 ‘통일 인문학’에 대한 힌트가 나옵니다. 정진아 교수는 통일을 ‘인문학적으로’ 사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사회문화적 통합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단순한 두 체제의 통합이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통합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일국가에 대한 상은 단지 정치경제적 통합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재편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는 제시될 수 없을 것입니다. 

분단 후에 수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서로 달라진 것을 이해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서로 정서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를 것입니다. 정진아 교수는 한 예로 조선중앙tv의 한 만담프로를 보고 자신은 왜 웃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반면에 탈북 학생은 배꼽잡고 웃는 것을 보고 ‘우리와 정서와 감성 자체가 달라졌구나.’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의 구축과 좌우 이념 대립으로 분단된 국가가 독일, 베트남, 예맨, 그리고 남북한의 4곳 정도가 있는데, 이들은 지금 다 통일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은 북 베트남의 승리로 무력 통일을 이루었고, 독일은 동독에 대한 서독의 흡수통일을 이루었으며, 예맨은 합의에 의해 통일이 되었다가 내전이 발발하여 결국 북 예맨의 승리로 무력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이 통일된 나라들은 아직까지도 사회통합 문제로 갈등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특히 예맨은 합의에 의해 통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의 골을 극복 못 하고 내전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이를 보고 사회문화적 통합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분단되어 가치, 정서, 생활문화의 차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한 쪽의 체제를 강요하면 힘들어 할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능력 위주의 치열한 경쟁사회와 개인주의적인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입북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교수는 정치, 경제, 법, 제도와 같은 구조적이고 제도적 장치들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 정서, 문화를 구체적인 삶의 조건과 배경 속에서 이해하는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의 방식으로 통일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남한에는 지역감정이 존재하는데 자칫하면 남북으로 나누는 지역감정이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장단점과 한계를 반면교사로 삼아 ‘상호흡수’하는 과정에서 미래가치 창출이 가능하지, 어느 한쪽의 우월성을 다른 한 쪽에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은 경제발전과 민주화, 북한에는 민족주체성과 자립이라는 각 체제에 대한 자부심이 각각 있으며 이를 상호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의 중인 정진아 교수


결국 인문학의 문제의식을 통일과 접목하면 ‘북한 사람을 아는 것과 그를 위한 교류’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통일 인문학의 패러다임으로 크게 3개가 제시되었습니다. 

먼저 차이를 인정하는 소통’입니다. 이는 북한 주민들도 남한식으로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진아 교수는 마음의 철조망을 걷어 내면 남과 북의 차이로부터 2개의 다양성이 나오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반목과 대립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가 제시되었습니다. 한반도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통해 분단이 고착화되었는데, 지금 남과 북은 자신 쪽의 상처만 부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잔인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등 분단이 남긴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치, 정서, 생활문화의 통합’이 제시되었습니다. 상부상조와 같은 긍정적인 전통을 바탕으로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측면을 확장하는 동시에 현대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차이(자유:평등, 개인주의:집단주의)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공존적 삶의 양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의에서 말하는 통일인문학은 제가 처음에 추측했었던 것 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통일을 생각하면서 ‘북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신경했었던 저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통일 인문학의 목표인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문학적 토양을 바탕으로 사회문화적 통일을 이루는 것’을 되새기며 상호 존중하는 방향으로 교류가 증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홍다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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