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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휴전선을 넘어간 푸른 눈의 월북자: 찰스 로버트 젠킨스의 파란만장한 삶

“할 수만 있다면 39년 전 탈영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 번의 실수로 누구보다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주한미군 출신 월북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찰스 로버트 젠킨스(Charles Robert Jenkins)는 1940년 2월 18일 생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美 1기병사단 8연대 1대대 소속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주한 미군 중사로 복무하던 그는, 1965년 1월 5일 새벽 비무장지대 수색 정찰 임무 도중 월북하였습니다. 그는 당시 한창이던 베트남 전쟁에 파견되어 전사하는 것이 두려워 북한을 거쳐 소련으로 인도되기 위해 월북했다고 합니다. 월북한 주한미군은 젠킨스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젠킨스의 월북은 래리 A. 앱시어 이병(62년 5월 월북)과 제임스 드레스녹 이병(62년 8월 월북) 등에 이어 주한미군의 4번째 월북이자 첫 월북 부사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 청년 시절의 젠킨스▲ 25 년전 북한 영화에 출연했던 모습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을 비롯한 UN군의 참전으로 패퇴한 경험이 있는 북한은 당시 반미 선전과 대남 도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병사가 월북했다는 것은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호재였습니다. 젠킨슨은 앞서 탈북한 주한미군들과 같이 거주하며 북한의 대남-대미 선전도구로 적극 활용되었으며 북한에서 '미제를 버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스스로 선택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비교적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젠킨슨은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거대한 감시 체제로 이루어진 북한의 현실과 자본주의 국가들의 평균 생활수준에 못 미치는 북한의 생활수준 등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며 점차 월북을 후회하고 북한에 대한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월북 이후 그는 선전 영화 출연과 영어 교사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1968년 납북된 미 해군 함정인 푸에블로 호에 대한 사건을 다룬 선전 영화에 푸에블로호 선장으로 출연하기도 하였으며 북한군 장교들한테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1970년대 중반에 납북된 일본인 여성 소가 히토미(曽我ひとみ)를 만나 1980년 결혼하였습니다. 슬하에 두 딸을 둔 부부는 20여 년 넘게 북한에서 결혼 생활을 이어왔지만 이후 큰 삶에 큰 반전을 겪게 됩니다. 바로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방북해 북-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입니다.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납북 일본인 13명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생존한 5명의 일본 송환에 합의하였습니다. 5명 중 하나였던 젠킨슨의 아내 소가 히토미는 일본으로 송환되었고 젠킨스은 두 딸과 함께 북한에 남겨졌습니다. 이후 2004년 5월 고이즈미 총리의 2차 방북 당시 일본 송환을 제의받았으나 미국 정부의 자신에 대한 처분이 두려워 일본 송환을 보류하였습니다. 그러나 2004년 7월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정부 주선으로 아내와 재회하였고 이를 통해 북한을 떠날 용기를 얻게 된 젠킨스는 월북 39년 만에 북한을 탈출하였습니다.

 

▲ 주일 미군 사령부에 자진출두 한 젠킨스

  젠킨스는 일본 도착 직후인 2004년 10월, 주일 미군 사령부에 자진 출두하였고 '미군 역사상 최장 기간 탈영병'이라는 오명 아래 군사 재판을 받았습니다. 중형이 서고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재판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금고 30일과 불명예제대 판결을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본국으로부터 탈영과 월북의 죗값을 치룬 그는 현재 일본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약 300km북쪽에 있는 사도 섬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금광의 설비 관리자와 기념품 가게에서 쿠키 판매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박하고 평범한 삶이지만 젠킨스는 북한에 없던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되어 지금은 몹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젠킨스의 현재 모습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고 북한으로 넘어가 살다가 탈출하여 일본에 망명한 前 주한미군 젠킨슨. 누구보다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그의 얼굴에는 지나온 삶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굴 깊이 주름살이 깊게 패어 있습니다. 청년 시절 치기 어린 실수로 조국과 대한민국으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젠킨슨은 월북자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독특한 인물입니다. 39년의 북한 생활을 청산하고 말년에야 평화롭고 정상적인 삶을 되찾은 젠킨스를 보며 북한에 남아있는 월북 미군들이 무언가 느끼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7기 최대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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