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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탈북자 '새로운' 경계에 서다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두만강, 탈북민들은 오늘도 목숨 걸고 두만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2008년에 방송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던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후속편(2011)이 만들어질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9개국을 돌며 탈북민을 만나 심층 취재한 것으로 국경을 넘어 그들의 생활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2월 27일에 방송되었던 KBS 파노라마 <탈북자 경계에 서다>는 경계를 건너 온 그들이 마주하는 새로운 경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1만 km를 가야합니다. 취재진은 열흘 동안 중국 공안의 감시를 피해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희숙 씨를 만나게 됩니다. 희숙 씨는 한국에 있는 남편의 도움으로 3년 만에 한국으로 떠나는 길입니다. 서울에 먼저 탈북해 정착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탈북민들이 일하고 있는 작은 제빵공장의 사장입니다. 중국의 국경으로 가던 중 희숙 씨 일행은 다음 안내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한 도시에서 머물기로 합니다.

희숙 씨가 탈북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에서 살 때 연길에 있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희숙 씨의 형편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웃집 사람에게 휴대폰을 한 번 빌려줬다는 이유로 감옥을 가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희숙 씨는 죄 없는 아이들이 걱정되어 아이들과 함께 떠나고, 이후 뒤처리를 끝낸 남편이 탈북을 합니다. 하지만 희숙 씨의 남편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과 연락이 닿았을 때 그녀는 한국행을 결심합니다. 국경으로 가기 위해 검문소를 건널 때마다 희숙 씨와 아이들의 표정에서 긴장과 두려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 중국 국경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잠시나마 안도했지만 곧 또 다른 국경으로 가야함에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경계를 향해 떠납니다.

좋은 출신성분 덕에 북한에서 공무원이었던 성철 씨는 술기운을 빌어 혼자 비무장지대를 넘어왔습니다. 그러나 단지 술기운만이 아니라 몰래 본 TV 속 남한의 모습은 성철 씨에게 그저 신기하고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성철 씨는 안테나를 같은 길이로 자르는 비교적 단순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철 씨에게 남한생활은 어렵기만 합니다.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지루한 일을 밤 9시까지 해야 하는 것도, 북한에서 보던 TV 속 이야기가 남한 생활이 아닌 것도. 하지만 제일 힘든 것은 자라온 환경과 너무 다른 한국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제일 어렵기만 합니다. 

북한에서 주미 씨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중학교를 중퇴하고 그물 꿰기, 재봉질 등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올해 21살이 된 그녀는 희망을 찾아 한국으로 올 결심을 합니다. 탈북민들을 위한 대안한교에 다니는 그녀는 고등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준비와 인턴 생활 등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녀가 남한에서 적응하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긍정적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생사의 경계를 건너 한국으로 옵니다. 경계를 건너오기 위해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위험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철 씨가 느끼는 또 다른, 새로운 ‘경계’는 무엇일까요? 성철 씨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은 약 2만 5000여 명,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편견 없는 시선과 따뜻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가까운 이웃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