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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북한인권을 위한 공개강좌 '평양이야기'

저는 지난 2013년 6월 22일(토) 오후 2시 부산극동방송 세미나실에서 열린 [북한인권을 위한 공개강좌 '평양이야기']를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강좌는 북한인권과 민주화 실천운동연합(이하 북민실)부산극동방송이 공동으로 주최하였습니다. 북민실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 허가된 통일부 최초의 재단법인으로 지난 5월 '통일 한반도를 꿈꾸다'라는 인권포럼을 시작으로 탈북민지원사업과 통일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주말 오후, 들놀이에 정신없을 무렵임에도 최근 라오스에서 발생한 탈북자 강제북송사건 때문인지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해주었습니다.

  △ 북한인권을 위한 공개강좌 안내 중인 극동방송 아나운서

극동방송(Far Esat Broadcasting Company, FEBC)은 기독교 계열의 방송국으로서, 과거 선교사를 보내기 어려웠던 공산권 국가에 교리를 전파하고자 세워진 종교방송입니다. 21세기를 맞아 평화와 인권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주요 종교들이 같은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기에, 북한인권문제는 종파를 초월한 인류 공동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따르면 극동방송은 자유와 정보가 폐쇄된 북한지역에 라디오를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번에 개최한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 11월까지 계속해서 북한인권공개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첫 번째 강연으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북한 현실에 대한 강의와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성하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2002년 탈북해 2003년 동아일보에 입사하였고,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www.nambukstory.com)라는 블로그를 개설하여 현재 방문자 5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정교한 분석글 덕분에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주성하 기자는 자신의 이메일ID와 관련된 일화를 한 토막 소개하여 자신이 인권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해서 19일 발표를 하였습니다. 제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 2002년도인데 그 당시 이메일을 개설할때 ID를 통일2018로 만들었습니다. 저의 계획상에는 김정일이 오래 못살고 길어야 2014년까지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적어도 북한의 체재가 60년간 다져온 것이 있기 때문에 허수아비가 있어도 굴러갈것이며 북한 내부에서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여 체제가 붕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기간을 4년으로 생각에 통일2018로 만들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에 김정은 체제가 전열을 정비해서 김정일 이후를 준비할 수가 있었습니다."

- 주성하 기자 강연 中

△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그러면서 주성하 기자는 급진적 통일의 혼란성에 대해 남한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부담감을 의식한듯, 갑작스런 통일보다 북한의 점진적 개혁개방을 통한 자연스러운 통일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통일이라는 것이 갑자기 합쳐야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부담을 가지고 있는데 저는 통일이라는 과정이 갑자기 합쳐질수도 있지만, 만약 북한이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으로 가게 된다면, 저 같은 사람이 북한에 갈 수 있고 남과 북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작은 통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연적으로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

- 주성하 기자 강연 中

 통일이라는 주제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통일이란 남과 북이 경제·제도적으로 완전히 합쳐진 상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성하 기자의 강연을 듣고 난 뒤, 꼭 남과 북이 구분점없는 완전한 합일이 아니더라도 남북주민들이 자유롭게 서로 왕래할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통일의 일부로서 매우 값진 의미를 지닐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시낭송 중인 김지우 시인

이어진 두 번째 순서로는 김지우 시인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 김지우 시인이 낭독한 시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사계절 기도

아버지가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한 색 바랜 사진 한장
너무나 젊고 어여쁜 그 여인의 사진을 가슴에 부둥켜안고

백발마저 바랜 아버지가 '어머니' 외마디에 목메고 일그러져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북녘 바닷가 내 고향에서...

고향 떠나 남쪽에 온 이 몸 아버지의 긴 한숨이 한으로 맺혀
슬픈 가족, 슬픈 형제만 떠오릅니다.

고향 그리워 바닷가에 갔다가도 끼억끼억 갈매기 울음소리 나거든
북쪽 바닷가에 엄마 두고 온건 아닌지 소스라쳐 서글퍼집니다.

이 슬픔, 어찌 저만의 것이겠습니까.
그리움에 파랗게 멍든 가슴을 팡팡 두드리는
그리움에 퉁퉁 부어 눈마저 감을 수 없는 그런 아름, 그런 고통이 온 강토에 서렸는데.

정든 삼천 만이 헤어져 적이 된 칠천 만이 되고
강토마저 뱀처럼 칭칭 감긴 분단의 아픔에 목이 꺽꺽 막혀 가픈 숨을 뱉어냅니다.

이렇게 아플 때면 타는 목마름으로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님. 우리는 언제까지 아파야 합니까. 언제까지 울고만 있어야 합니까.

그러면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삶의 소망도 잃은 채 로뎀나무 아래서 죽기만을 바랬던 엘리야를 생각하라고
죽음의 장소가 축복과 은혜의 장소로 바뀐 그 로뎀나무를 생각하라고

죽음은 생명이요 절망은 소망이니
시내 산에 오른 모세의 간절함으로 구하라 그러면 내가 줄 것이니.

저 북녘땅, 붉은 사탄의 영역 광야의 사막 같은 그 곳
굶주림 속에 소망을 깨우쳐가는 그들도 나의 백성들이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니라"

태초에 땅은 혼단하고 공허했습니다. 흑암은 깊고도 깊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도 "빛이 있으라"는 주님의 한마디 말씀에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천지가 창조됐습니다.

이제 주님이 또다시 "빛이 있으라" 말씀하실 때 아픈 강토에 숨결을 불어주는 빛
우는 겨례의 눈물을 거둬가는 빛 얼싸안는 통일의 빛이 찬란하게 비칠 줄 굳게 믿습니다.

수령이라는 거짓 우상이 빠져 나간 북녘 백성의 가슴 속에 영생의 생명수를 붓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찬바람 속에 희망마저 빛바랜 동포의 백발 위에
주님의 신성이 빛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사계절 쉬임없이, 또 쉬임없이 기도합니다.

김지우 시인의 시 낭독에 많은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저 역시 벌겋게 붉어지는 눈시울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 하루라도 빨리 진정 북한인권을 위한 법이 제정되어 시의 내용처럼 찬바람 속에 희망마저 빛바랜 북한 동포의 백발 위에 찬란한 빛이 비추는 날이 오길 마음 깊이 바라봅니다.

 

#곽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