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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아동시가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한반도는 60여 년의 분단생활로 인해 남과 북 사이에 서로 깊은 문화적, 사회적 이질의 벽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사회적 간격 차를 좁혀나가는 것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통일이 된 이후에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되었는데요. 제 생각에 이것은 정치적 통일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북의 민간인들의 만남, 각종 스포츠, 문화, 예술 대회 등을 통한 접촉은 이러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문화, 사회적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한 민족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이 보편적 인식을 서로가 확인하는 일, 그것은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한 민족으로서, 고유한 정서를 나누면서 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관점에서 문학이 가지는 역할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의 대학 전공이 국문학이라서 문학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남한과 북한은 한 민족으로서 같은 언어와 문학유산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분단 이전의 근대문학 유산과 분단 이후의 남과 북의 문학을 서로 연구하는 일은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정치적 체제의 차이로 인한 간극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60년 세월이 민족 고유의 정서를 메마르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바로 저의 의견입니다.

 

 

우리는 남과 북이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혹은 만났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정치적 이념을 떠나 함께 부르던 노래를 떠올려 볼 수 있는데요.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반달’과 같은 동요들은 남북 주민간의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며, 우리는 한 민족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주고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만나는, 그리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이 같은 우리의 동요가 불리어진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동심’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고유한 심성이며, 이념을 초월한 기본적 민족정서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동심’을 담은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는 고향에 대한,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고향의 봄’, ‘반달’, ‘따오기’ 등의 동요는 분단 이전부터 불리어졌던 동요로 구비전승 된다는 특성을 생각할 때 전후 1세대들을 통해 북한에서도 끊임없이 불리어졌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여기서 동요, 동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입니다. 그러나 ‘동심’이라는 정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동심을 향유하고 싶은 어른들도 함께 즐기는 문학이기도 합니다. 국토통일원에서 나온 ‘북한의 문학연구’에 따르면, 남한의 어느 동시인은 아동문학이야말로 세 살 된 어린이부터 일흔 살 된 노인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학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아동문학의 이 같은 특성을 염두에 두고 볼 때 남한과 북한의 이질화되어가고 있던 정서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아동문학이 그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판단이 됩니다.

이처럼 문학은 한 인간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아동문학의 목적 또한 성장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예술성이 높은 문학작품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시키는데 있습니다. 특히 아동문학은 그 문학적 특성 중 하나로 교육성을 포함하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통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문학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 남한보다는 오히려 북한에서 비중을 더 두고 있는 듯 합니다. 따라서 북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아동문학 작품을 살펴보는 일은 필요한 연구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북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이 아동문학 작품에 내재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동요, 동시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되었는지 살펴보고, 북한문학사에서 아동문학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러한 주제를 잡고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비록 정치적 체제가 다르다하여도 어린이들의 본성은 결국 같을 것이며, 또한 아동문학이란 곧 ‘동심’에 기초한 것이기에 일반 성인문학에 앞서 남북한 문학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민족적 대 과제인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통일된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역 역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기에 아동문학을 통해 남북한의 문화, 사회적 이질감을 좁혀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 사회의 특수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이 같은 바람은 희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통일문학의 진로를 모색하고 그 방향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 이동시가 문학에 관해 고찰해 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 기사를 쓰기 위해 대학 재학 중에 많이 읽었던 페리 노들먼의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참고하였는데요. 국토통일원(통일부)에서 나온 ‘북한의 문학연구’를 읽고,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북한에 발행되고 있는 간행물을 찾아 조사하는 등 다른 자료들도 활용했습니다. 무엇보다 몇 년 전 건국대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던 최윤정씨의 ‘북한 아동시가 연구’라는 논문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북한의 아동시가 문학에 대해 알아본 결과, 다양한 사실들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남한과 북한은 아동인식에 대한 개념부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북한에서는 아동을 주체의 혁명 과업을 계승해 나갈 혁명의 차세대로 인식하고 있었는데요. 따라서 어린이들을 주체형의 공산주의자로 키워내는 것은 곧 조국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의 사상 교육을 위한 가장 훌륭한 수단이며, 아동문학 작가들에게는 아동을 공산주의 사상으로 교양 시켜야 할 특별한 임무가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북한 문단에서는 남한에 비해 아동문학의 비중과 위치가 큰 편인데 그 이유도 이러한 특수한 사정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북한의 아동시가는 당 정책 수행에 걸 맞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남한의 경우 아동시가하면 대개 동요와 동시를 가리키는 데요. 그러나 북한의 아동시가는 형식상 서정적 아동시와 서사적 아동시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 시 장르인 서사시 장르가 아동시에 있어서도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서사시 문학이 역사 쓰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는 어린이들에게 수령의 혁명 역사를 형상화하여 보여 주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서정적인 아동시가는 일반적인 창작동요, 동시 외에 시의 성격과 사용목적에 따라 송시, 풍자 동요와 동시, 가사, 기행련시, 벽시 등으로 구분되고 서사적 아동시에는 서사시, 서정서사시, 담시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취학 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유년동요와 동시, 놀음의 율동과 박자에 맞춘 유희동요 등이 있는데요. 물론 시가 담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남한의 동요, 동시들 중에서도 송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동시나 풍자의 기법을 통해 내용을 형상화한 동시, 여행의 감흥이나 서정을 연시 형태로 노래한 동시, 그리고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동화시나 산문시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북한의 경우와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송시의 경우 단순히 송축의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가 아니라 그 내용이나 대상이 한정되고 획일화되어 있으며, 시의 길이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동시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었습니다. 또한 북한의 풍자 동요와 동시는 거의가 미국과 남한 통치자에 대한 조소와 야유로 일관되어 있는데 이는 북한의 풍자 동요와 동시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시 형태인 벽시와 같은 시들은 북한사회의 특수한 목적에 따라 창작되어진 시의 형태로 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노래로 불릴 것을 전체로 쓰인 동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창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는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북한에서는 일반적인 장르 개념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형식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는 획일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들 아동시가작품들 대부분이 수령에 대한 감사와 찬양, 그리고 수령의 혁명역사를 형상화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획일적인 내용을 여러 형태로 노래함으로써 문학적 목적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 아동시가에 있어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동요>

만경대의 초가집 집은 작아도
앞뜰엔 복숭아 뒤울엔 앵두나무
대원수님의 할아버님 부지런하신 할아버님
한치 땅도 놀리지 않고 과일나무 심으셨네
봄이 오면 초가집 꽃속에 묻히고
대원수님께선 동무들과 꽃그늘에 노셨네
푸른 열매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도
익거들랑따먹자 손도 한번 안대셨네
여름 오면 초가집 열매속에 묻혔네
붉게 익은 복숭아 골라따시여
수고하신 할아버님 먼저 드리시고
대원수님께선 동무들과 나눠드셨네
—「복숭아」

 

<북한의 가사>

모란봉에 붉게 타는 노을인가요
대동강에 곱게 비낀 무지갠가요
노을처럼 아름다운 조국의 품은
내가 자란 정든 집 고향입니다
진달래꽃 방긋 웃는 새봄인가요
종달새가 지저귀는 하늘인가요
봄날처럼 따사로운 조국의 품은
나를 안아 키워준 어머닙니다
바다우에 둥실 솟는 아침핸가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인가요
해빛처럼 밝고 밝은 조국의 품은
아버지장군님 품이랍니다.
—「조국의 품」

 

셋째, 북한 아동문학은 그 전통을 항일혁명 아동문학에서 찾고 있으며, 주체시대에 이르러서는 아동문학 작품에서도 수령형상화 작업이 본격화 되어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 북한의 모든 문학예술은 김정일이 담당하게 되는데 김정일은 주체시대 아동문학의 사명과 역할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해명하였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수령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통해 북한의 아이들을 혁명의 참다운 계승자, 충성동이, 효자동이로 키워야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이르러 김정일에 대한 형상화도 시작되었는데요. 이때 김정일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의 표본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넷째, 1990년 이후부터 최근에까지 발표된 북한 아동시가 작품들을 살펴본 결과 작품의 소재나, 형상화 측면에서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도 수령형상화는 꾸준히 지속된 흐름이었지만 어린이들의 생활 속에서 시적 소재를 찾으려고 한 점이나, 시의 형상화 방법에 있어서 다양한 기법들이 모색되고 있는 점 등은 이전시대와는 다른 차이점이었습니다. 또 소재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 관념적이거나, 새롭고 참신하지 않은 작품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비판하고 있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작품에 있어서도 비교적 정치성이나 이념적 색채나 드러나지 않는 동시, 동요들도 창작되어 있었습니다.

 

 

김용희씨의 ‘북한의 아동시가문학’이라는 단행본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통일을 주제로 한 아동시가들이 활발하게 창작되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남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비교적 순수하게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들도 창작되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조국통일은 남북한 공동의 관심사이기에, 이러한 사적 소재는 남북한 문학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어린이를 공산주의 사상으로 교양하고자 하는 목적 아래 여전히 아동문학 작품들이 창작되어지고 있고, 이러한 아동문학의 목적과 기능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변화하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어린이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동심’이라는 정서조차도 정치적 사상을 고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한에서도 남한의 근대 아동문학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아동시가 창작 방법에 있어서 다양한 기법들이 모색되고 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품 창작에 있어서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심리상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 어린이 생활 속에서 시적 소재를 찾고 어린이의 시점에서 형상화해야 한다는 점, 재미와 흥미를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문학적 장치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남한의 경우에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분인데요. 북한에서 이러한 부분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이를 ‘공산주의 후비대’로만 인식하던 태도에서 ‘아동 고유의 특성’을 부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세하지만 이런 변화의 움직임들이 공산주의 사상으로 단단히 무장된 북한 아동문학에 내부적으로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남북한 아동문학에 대해 심도 있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통일이 되기 전까지 남북한 통일문학의 진로를 모색하고 그 방향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남북한의 통일문학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북한 아동시가 연구: 최윤정, 건국대학교 석사논문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페리 노들먼, 시공주니어
-북한의 아동시가 문학: 김용희, 청동거울
-북한의 문학연구: 국토통일원
-북한에서 발행된 간행물(아동문학, 인민학교 교과서 등):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사진>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cataId=nk00500&num=6900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29/2007102900093.html
-통일교육원(2장): 남북한 어린이들이 포옹하며 기념촬영한 모습, 평양학생소년예술단원의 인사

 




이 기사는 2013년 2월 10일 다음view 교육부문 베스트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