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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우리는대학생기자단

오지 않은 통일을 기다리며 해야 할 것들

 

처음 통일부 기자단에 합격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별것도 아닌 감투하나 썼다고, 그것도 '기자'라고 평소엔 필요성조차 못 느끼던 카메라 하나 구입하겠다며 여기저기 설쳐대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되돌아보면 그다지 필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제일 좋았던 것은 생전 처음 DMZ를 방문했던 순간입니다. 스크린에서나 보던 남과 북을 가르는 짧은 연석 몇 개. 내달음치면 금세 마주할 것 같은 거리에서 무뚝뚝하게 경계하는 북한군. 우울하지만 화창했던 날씨. 셔터 한번 마음대로 누를 수 없는 장소. 흩어지고 널부러졌던 기억의 연결고리들이 이 글을 통해 하나하나 이어지는 듯 합니다. 다시금 정리 정돈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대단한 것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대학생들이 모여 어느 기관을 뚫고 탐사보도를 했을까요. 우린 정제된 언어로 형식에 구애된 '신문 방송 기사'가 아닌,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은 귀엽고 알록달록한 삽화이기도 했고, 어색한 동영상이기도 했으며 때론 전공 리포트 같은 다양한 형식의 창작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읽히고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던히 힘쓰며 이것저것 쌓아온 1년 입니다.


지난 1년간 내가 통일부에 남긴 기록은 흥분한 활자로 젊은 날의 열정과 감수성을 기록한 소중한 일기장입니다.


젊은 날 감수성으로 써내려간 글을 대한민국 통일부가 기억해 준다는 것.


무슨 활동을 하던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역사의 새벽'이라 여기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벽은 어둠과 빛을 가르는 경계의 시간입니다. 자연현상 속에서 새벽은 24시간 중 찰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새벽'은 다릅니다. 지난 날 어둡게 얼룩진 과거의 흔적들이 가만히 놔두면 자연히 사그라들까요. 우린 그런 역사를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날 과오는 누군가의 노력으로 계속해서 정화되고 때로는 지워졌습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인간은 스스로 새 시대를 살고 있다 말합니다. 때문에 역사의 새벽은 짧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진행 중인 어둠의 역사가 맺어지고 기록되고 나서야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허리를 피고 먼지를 털고 일어납니다.



저는 지난 1년간의 활동이 통일을 위한 '역사의 새벽'같은 시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속에서도 우린 무던히도 어두운 기억을 정화하며 어둠을 딛고 빛을 갈구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때론 고단한 작업이었으며, 억지스러운 순간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통일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놓아선 안 될 끈 이었으며, 우리가 지난 1년 간 평화를 말하겠다며 버틴 명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간 오순도순 술자리가 그리워 발걸음 한 적은 없습니다. 대단한 것을 이루어 냈다는 터무니 없는 성취감 또한 느껴본 적도 없습니다. 허나 한 가지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통일을 꿈꾸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흥분한 활자로도, 그보다 더한 몸부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마음가짐이지만 오히려 억지스럽게 표현해 상처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행스럽습니다.


3월이 다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봄은 길을 잃었는지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매서운 바람만이 캠퍼스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갑니다. 그래도 봄이 온다는 희망에 하나 둘 봄 옷을 마련하지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지 않는 봄이 곧 올 거란 마음가짐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새로운 준비를 함께하는 2011년을 지낼 준비가 되셨나요? 모르죠. 훗날 봄은 통일과 함께 찾아올지도. 봄옷을 산다는 건 봄이 올거란 따뜻한 기대 때문입니다. 그 기대와 마음가짐을 배신하지 않는 것. 바로 스스로 행동하는 것 입니다.



때문에 통일부는 올해도 봄과 더불어 통일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