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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美 시리아 타격, 한반도에 주는 함의는?


※ 본 내용은 통일부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하던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충격적인 뉴스가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던 바로 그 순간에, 시리아를 폭격한 것입니다. 미국의 시리아 폭격 결과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수많은 논의가 솟아났고, 또한 이것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그러나 시리아 폭격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하기 전에, 과연 시리아의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으며 미국이 시리아를 폭격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국이 진정 어떤 속내를 지니고 있는지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야만 한반도 정세에 대해 작게나마 유추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아의 상황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시리아는 1970년에 정권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와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의 바트당에 의해 40년 간 독재를 겪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노동당의 김씨 정권'과 비슷하게, '바트당의 알아사드 정권'의 세습독재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던 2011년 아랍의 봄 시기에 시리아에도 거센 민주화 운동이 일었습니다. 이 시기 시리아의 민주화 운동에는 경제 불황, 일자리 문제, 흉년 등 민중들의 다양한 불만이 섞여있었습니다. 알아사드 정권은 군대를 동원하여 민주화 운동을 폭력적으로 유혈진압합니다. 


2011년 시리아의 아랍의 봄


군대를 동원한 유혈진압의 결과 시위는 격화되어, 시리아 내전으로 확대됩니다. 시리아 정부군과 이에 저항하는 반군의 갈등이 전쟁의 수준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리아 내전은 단순히 정부군과 반란군의 갈등양상이 아니라 몹시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가령 시리아의 바트당 정권은 전통적인 시아파이며, 반란군에 수니파가 끼어들며 이슬람 종파 갈등의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이슬람교의 종파입니다. 이들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죽자,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이슬람교의 지도자인 '칼리파'가 누가 되어야 하느냐를 두고 갈라졌습니다. 시아파는 무함마드 혈통이 칼리파가 되어야 한다는 종파이며, 수니파는 쿠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위대한 이슬람 성인들을 칼리파로 해야 한다는 종파입니다.


오늘날 서남아시아(중동)에서는 어떤 국가는 시아파가 득세하고, 어떤 국가는 수니파가 득세하는 등 종파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시아파가 득세한 국가에 수니파가 다수인 경우도 있고, 수니파가 득세한 국가에 시아파가 다수인 경우도 있는 등 몹시 복잡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그 갈등도 치열합니다. 시리아의 경우 기득권은 시아파지만 다수 주민들은 수니파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틈타, 시리아 북쪽에 거주하던 쿠르드족이 혁명으로 '로자바'를 수립하고 2013년에 사실상 자치권을 획득하였으며, 2014년에는 새로이 등장한 IS가 시리아의 동부를 점령하면서 내전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알레포 지역은 2016년 9월에는 반군 영역이었으나, 2016년 12월 이후에는 정부군의 지배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조선일보


시리아는 국제 갈등의 최전선의 성격도 띠고 있는데,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시리아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비공식적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전쟁에 참전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참전으로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에 의해 패퇴 수준까지 밀려났다가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민주화 운동을 폭력진압한 시리아 정부에게 원론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가,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생기자 보다 적극적으로 시리아 정부를 규탄합니다.


미국은 시리아 문제에 대해, 2014년부터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IS를 공습함으로써 시리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이 IS와 맞서싸우는 동안 오히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어, 전세는 시리아 정부군에게 크게 기웁니다. 이에 미국은 IS 공습 전략을 버리고,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로 목표를 바꿉니다.


시리아 내전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알레포 전투가 장장 6년만에 시리아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자, 알레포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반군 치하에 있던 알레포를 떠나고 있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2016년 12월에는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과 정부군의 가장 치열한 접전이었던 알레포 전투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승리합니다. 반군의 세는 크게 약화되어, 내전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듯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알레포 전투 후 정부군과 반군은 시민들의 피해가 막심하고, 내전 동안 IS가 지나치게 득세하고 있는 점을 양해하여 휴전 합의를 합니다. 그러나 시리아 남부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국지전이 지속되었고, 반군이 보다 격렬하게 정부군을 공격하면서 휴전 합의는 물거품이 됩니다.


그러던 4월 4일 시리아 북부의 칸셰이쿤 마을에 폭격기로부터 화학미사일이 떨어져 어린이 30여 명을 포함한 주민 10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시리아 정부는 본인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 지역은 반군이 점령하고 있으며 정부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많고, 또한 반군은 전투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정부군의 소행임이 유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끔찍하다"고 말했는데, 화학공격 이틀만인 4월 6일에 시리아 정부군에 대해 직접 폭격을 가합니다. 미국이 폭격을 가한 곳은 화학탄을 터뜨린 폭격기가 출발한, 정부군 소유의 '샤이라트 공군기지'였습니다.


미국이 공개한, 폭격 후의 샤이라트 공군 기지


한반도에 주는 함의?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미국의 대외정책가 변화했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가령 2013년에도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 점령 지역에 똑같이 화학탄을 터뜨려 280여 명이 사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공습에 나서려고 했으나,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을 필두로 한 바티칸의 격렬한 반대로 실제로 공습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화학탄 공격이 일어난지 이틀만에 공격을 감행합니다. 이에 '트럼프가 감정적이다', '몇 장의 사진을 보고 감정이 동해 공격을 했다'는 등의 추측도 난무했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대외기조가 완전히 변할 것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감정적이고 돌발적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 하에 진행된 것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합니다.


평화 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시리아 폭격에 대해 트럼프가 "미친자 이론(Madman Theory)"을 펼치는 것이라며,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신종호 연구원 또한 통일연구원 현안분석을 통해, 미중관계와 미국 내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실제 폭격처럼 강경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은 적으며, 중국 역할론을 더욱 강조하며 중국을 설득하고 압박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견인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정권은 중국에 대해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역할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중국 역할론'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더 이상 중국 역할론이 아니라 '중국 대행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나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중에 시리아를 공격한 것은, 극명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즉, 중동 지역에 대해서는 미국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거나 당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국은 어디까지나 할 수 있다'는 것을, 특히나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자리에서 보여줌으로써, '우리 말을 제대로 들으라'고 효과적으로 시위할 수 있었습니다. 공습 하루 뒤인 4월 7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시리아 폭격에 대해 "단순히 시리아 뿐 아니라 다른 전 세계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한 것도 맥을 같이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의 시리아 폭격에 대해 "절대로 용납될 수 없으며 강하게 단죄한다"며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이번 공격이 우리를 노린 그 무슨 경고성 행동이라고 떠들고 있는데 그에 놀랄 우리가 아니다"며, "오늘의 현실은 힘에는 오직 힘으로 맞서야 하며 핵무력을 비상히 강화해온 우리의 선택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은 시리아 정부군이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미국의 폭격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더더욱 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시리아와 북한의 상황은 단편적으로 봤을 때 세습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고,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정부가 러시아와 밀접하다는 등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냉혹한 국제정치 속에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리아 공습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군사작전을 감행해도 큰 피해를 보지 않고,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시리아를 공습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직접 공격하는 데엔 큰 제약이 따릅니다. 실제로 북핵이 어느 정도로 개발됐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이것이 한반도 전쟁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농후하며,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의 관계가 어떻게 비화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더욱 압박함으로써 북핵폐기를 이끌고자 하고, 북한은 핵보유에 더욱 집착하고 있으며, 중국은 다른 길을 찾지 않는 조금씩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기사]

통일부 블로그. "[인터뷰] 트럼프는 Madman이다?"

서울신문. "시리아 다음 타깃은 北?... 北 "놀랄 우리 아니다""

통일연구원. "미중 정상회담 평가와 한반도에 대한 함의"

한겨레. "시리아 공격 '1석 3조' 트럼프, 개입주의로 전환?"

조선일보. "트럼프 "시진핑, 시리아에 미사일 쐈다고 하자 10초간 침묵""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