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는 사실로서의 역사를 주장했다특히 1824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라틴 및 게르만계 민족의 역사, 1494~1514(Geschicthe der romaenischen und germanschen Voelker von 1494 bis 1514)의 서문에 적힌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Wie es eigentlich gewesen)을 다루고자 했다.”는 글귀는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그는 현대 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 그는 역사가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크게 반발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랑케가 주장했던 실증주의 사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그들은 주체사상을 확립한 이후부터 역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문을 체제 선전 및 선동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랑케가 그토록 경계하던 모습이다학문이 정치에 종속되는 구시대적 방식의 연구방법이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다역사적 연구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바는 북한 정치체제의 정당성과 정통성이다북한 역사학계는 북한이 한민족의 정통 정부라고 주장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이에 본 기사에서는 여러 회에 걸쳐 고조선과 단군릉고려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북한의 선전나팔, 역사 (1) 고조선과 단군릉 : http://unikoreablog.tistory.com/6345

북한의 선전나팔, 역사 (2) 고려 :http://unikoreablog.tistory.com/6637 


 지속적으로 지적한 바, 북한은 역사를 체제 선전의 목적으로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북한의 인민에게 전파하고 세뇌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지속적인 교육이다. 이에 본문에서는 북한의 역사교과서가 어떤 내용을 담았기에 문제가 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우선 북한의 역사 교과서로 사용되는 교과서는 『조선력사』 교과서이다. 이 교과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 역사를 '안팎의 원쑤놈들'과 싸워 이겨낸 인민들의 투쟁의 역사로 서술하고 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따르고 있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로 이루어진다. 하부구조는 경제 체제를 의미하고, 상부구조는 정치, 문화, 사회 관습, 철학 등의 총체를 의미한다.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의 영향을 받아 구성되고, 역사의 변천은 이러한 하부구조가 변경되는 사회혁명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회의 생산력이 일정 발전 단계에 이르면 당시 현존하는 생산관계와 소유관계가 모순되어 하부구조와 함께 상부구조가 무너지면서 역사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발전하고 형성된 역사상 여러 시대는 바로 원시공산제-고대노예제-중세봉건제-자본주의 사회로 구분한다. 여기에 민족을 하나의 역사단위로 하는 민족주의가 더해지면서 내부의 반동분자, 외세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서구 중심의 마르크스 사적 유물론에 한국 역사를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비판점이 존재한다. 또한, '안팎의 원쑤'를 규정함으로써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민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으로 설정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체제 정당화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적을 설정하여 역사를 대결구도로서만 바라보고, 심지어 하나의 단위로 설정한 민족조차 혁명에 반한다면 적으로 돌리는 오류를 내재하고 있는 전제이다.


2. 『조선력사』는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을 전제로 하여 사회주의 건설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이는 유물론적 역사관에서 자주 보이는 역사 서술 방식이다,. 그러나 지향점을 미래 공산사회와 그를 위한 중간단계로 사회주의를 설정하여 북한의 현 체제를 정당화하고, 역사서술에 있어 목적을 규정해버렸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학문으로서 존재해야 할 역사가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합법칙성을 전제로 하기 위해서는 헤겔의 변증법으로 존재하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역사를 진행시켜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테제를 설정하고 이에 반하는 안티테제를 설정해야 한다. 앞서 말한 대결구도로서의 역사라는 한계에 갇혀있는 것이다.


3. 북한 정부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욕구에 의해서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역사 서술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발전이 북쪽,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호에서도 누차 지적한바 있지만 북한은 이를 통해 백제와 신라, 신라의 삼한일통, 조선의 의의 등을 격하시키고 무시하고 있다. 목적에 의해 쓰인 역사는 공정성, 학문으로서 본질을 상실한다. 특히 조선에 대한 부분은 그 왕조의 성격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한데 조선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하지 않고, 이씨의 왕조라 하여 이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재 북한이 권력의 부정하고 무리한 세습과 독재로 인해 '김씨조선', '김씨왕조'라는 조롱을 받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4. 김일성의 교시와 김정일의 유시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를 우상화의 방편으로 왜곡하고 있다.

 가장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할만 하다. 역사라는 학문을 권력의 시녀로 종속시켰으며 개인의 우상화나 숭배를 위해 사용되는 이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도자를 신의 영역으로 추대하여 이에 반기를 드는 행위는 곧 신성모독으로 간주하는 북한이다. 공산국가의 대표적인 예로 불린다며 과거 공산국가들에게 조롱을 받던 북한은 외부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상화 작업을 수행했으며, 이는 순수해야할 학문에도 영향을 미쳐 이러한 기괴한 형태의 역사가 탄생한 것이다.


5. 역사 서술에 적합한 내용만 선택하고 설명하여 인민들의 투쟁만을 강조하고, 당시 사회의 지배 세력의 역할은 등한시 한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 내부의 반동분자로 지배층을 설정하며, 실질적으로 당시 사회를 이끌어 나간 사회 지배층을 무시하는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이에 역사가 오히려 당대 정치, 경제,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끼워맞춘 역사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으며 북한의 역사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점에 비추어 역사 학술 교류를 통해 지배층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역사 또한 일반민들의 문화와 그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시사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역사 교육만의 장점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오히려 정치적 목적으로 연구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기형적 형태의 역사연구로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담은 공식적 문서 「과정안」을 따라 집필한다. 이 「과정안」에는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들을 포함한다. 첫째로, "해설"이라는 부분이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전체적 교육의 초점을 밝히는 김일성의 교시와 김정일의 지적이 어록 형태로 수록되어 있다. 학업 전체의 진행과 관련한 지침을 세세하게 수록해놓았다. 이전 대한민국의 검정교과서는 검정 기준만 통과하면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었다. 북한의 고등중학교 과정은 이와 반대로 예시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절대적으로 존재한다. 말하자면, 교육과정을 구성, 운영하는 하나의 보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명시적 지침으로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북한의 학생들은 왕조의 역사가 아닌, 민중들의 투쟁 역사를 중심으로 교과서를 배운다. 또한 민족주의적 성격이 강하게 녹아있어 있어, 조선 말기 제국주의 세력의 개항 압력과 관련한 챕터에서는 민비시해사건을 중요한 사건으로 다룬다.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투영되어 있다.



북한의 인민에 대한 세뇌는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교육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교과서는 지식의 전달이나 인재 양성이 그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가득차있다. 현재도 남북간의 학술적 교류는 간간히 이루어지는 상황이지만 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정치적 이해에 따른, 특히 독재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교과서는 북한의 인민을 우경화 시킬 뿐이다. 통일이 된다면 이러한 바탕에서 학습한 역사의식을 지닌 북한 주민과의 괴리는 더더욱 커질 것이다. 북한의 독재정권에서는 이를 파악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국민 또한 북한의 이러한 역사 교과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다음 기사에서는 이러한 이해의 연장선으로 역사 교육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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